[스페셜1]
[2019년 한국영화③] <힘을 내요, 미스터 리> 이계벽 감독 - 서로를 보듬어줄 수 있는 희망이 담겼으면
2019-01-02
글 : 김소미
사진 : 오계옥

“좋은 이야기, 좋은 영화를 만드는 데 코미디가 바탕이 될 뿐.” 이계벽 감독의 솜씨를 더하면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 희망적이고 선한 이야기도 얼마든지 흥미진진할 수 있다. 불필요한 선정성 없이도 코미디영화의 흥행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준 이계벽 감독의 <럭키>(2015)는 개봉 2주 만에 500만 관객을 동원하는 산뜻한 기록을 남겼다. 환호를 향해 달음질친 유해진이 재빨리 배턴터치한 새로운 주자는 바로 차승원. 이계벽 감독의 세 번째 작품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제목처럼 주인공 철수의 ‘미스터리’를 서서히 풀어가는 과정을 담았다.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어두운 장르영화들 사이에서 또 한번 귀한 오아시스가 되어줄 수 있을까. 한창 후반작업 중인 이계벽 감독에게 기대와 궁금증을 동시에 전해봤다.

-지난 10월 크랭크업하고 현재까지의 상황은.

=갓 1차 편집을 마무리한 상태다. 앞으로 후반작업을 달릴 일만 남았다.

-<야수와 미녀>(2005), 그리고 <럭키> 사이에 10년이 있었던 것과 달리 이번엔 빠르게 차기작을 완성했다.

=<럭키>가 끝나자마자 용필름이 바로 새 시나리오를 주더라. <야수와 미녀> 이후 긴 공백기를 겪었던 터라 이번엔 작품을 빨리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박찬욱 감독님의 <올드보이>(2003)에서 함께 조감독이었던 한장혁 감독이 쓰고 있었던 작품이어서 옛날부터 조금 알고 있던 이야기다. 특히 가족에 관한 이야기라는 점이 내가 좋아하는 정서와 잘 연결된다는 확신이 들었다. 영화라는 게 빨리 시작한다고 빨리 제작에 착수하게 되는 경우는 드문데, 이번에 좋은 배우와 배급사를 빨리 만났다.

-외피로 보자면 티격태격하는 한 남자와 소녀의 로드무비적 성격이 강하다. 주요 로케이션은 어디인가.

=대구에 중요한 장소들이 많아서 일부러 대구의 공간을 여럿 담았다. 오로지 그곳에서만 느낄 수 있고 벌어질 수 있는 일과 정서들을 담으려고 많이 노력했다.

-차승원 배우를 캐스팅하면서 영화에 더해진 지점이 있다면? 이를테면 시나리오에 ‘남신급 비주얼’ 같은 묘사도 있다.

=일단 외모가 정말 매력적인 배우 아닌가. 차승원 배우가 합류하면서 철수의 비주얼 묘사가 더해졌다. (웃음) 그리고 차승원 배우가 이른바 ‘츤데레’ 기질이 있다. 겉으로 약간 화려한 이미지가 있지만 알면 알수록 정말 인간적이다. 나는 차승원 배우에 맞춰 캐릭터를 조금 변모시키면서 전체적인 톤이 더 코믹해질 수 있도록 조율했다. 배우의 실제 모습과 최대한 이질감 없이 그리고자 노력했다. 추측하건대 차승원 배우도 나이가 들면서 가족에 대한 사랑이 더 짙어지고, <힘을 내요, 미스터 리>에서도 그런 지점들을 더 매력적으로 느낀 것 같다. 지금 이 배우가 가진 정서가 영화와 잘 맞아떨어진 셈이다.

-박해준, 김혜옥, 안길강, 전혜빈, 조한철, 성지루, 류한비 등 조연배우들의 앙상블 연기 역시 기대되는데.

=이전에도 함께했거나 혹은 전부터 꼭 캐스팅하고 싶다고 느꼈던 배우들인데 이렇게 모여서 기쁘다. 촬영장이나 포스터 촬영 현장에 다 함께 서 있는 모습을 보면 어쩐지 다 비슷하게 생겼다는 느낌이 들더라. (웃음) 이목구비도 그렇고, 심지어 키도 비슷하다. 우연찮게 진짜 가족처럼 잘 모였다.

-특히 철수와 동행하는 샛별 역의 엄채영 배우는 2007년생으로 이번 영화가 첫 영화 주연작이다.

=캐스팅 단계에서 좋은 배우를 찾지 못하고 있을 때 전혜빈 배우가 조심스레 추천했다. 꾸밈없이 밝은 면모가 돋보이는 배우다.

-<럭키>와 마찬가지로 <힘을 내요, 미스터 리> 역시 성장담으로서 뭉클한 지점이 있다.

=<럭키>는 완벽하게 성장 드라마로 향하길 바랐다.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철수와 샛별의 관계가 발전하면서 철수 스스로 성장해나가는 이야기를 표면적으로 가지고 있되 한편으로는 큰 상처를 받았던 사회의 많은 사람들에게 건네는 위로로 나아가려고 한다. 서로를 보듬어줄 수 있는 희망이 담겼으면 했다. 어쩌면 그것이 요즘 관객에게 필요한 것이 아닐까.

-<럭키>가 2015년에 코미디영화로는 최단기간 흥행 기록을 써나간 덕에 주변에서 기대하는 시선도 많이 받겠다.

=부담감은 없다. 다만 주변에서는 <럭키>보다 더 잘되어야 한다는 희망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웃음) 나는 언제나 내가 좋아하는 소재로 내 스타일의 이야기를 만들어갈 뿐이다. <럭키> 때와 다른 점은 영화를 빨리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크다는 거다. 차승원 배우의 새로움, 엄채영 배우의 놀라움, 그리고 두 사람의 케미스트리를 얼른 보여드리고 싶다.

<힘을 내요, 미스터 리>

감독 이계벽 / 출연 차승원, 엄채영, 박해준, 김혜옥, 안길강 / 제작 용필름 / 배급 NEW / 개봉 2019년 하반기

● 시놉시스_ 훤칠한 키, 잘생긴 얼굴. 부정할 수 없이 멋진 남자 철수(차승원)에게는 비밀이 있다. 칼국수집에서 일하는 묘한 매력의 이 남자에게 졸지에 딸이라 불리는 아이 샛별(엄채영)이 나타나면서 의외의 일들이 벌어진다. 철수와 샛별의 예기치 않은 동행은 둘의 관계, 그리고 철수의 과거에 대한 미스터리를 하나둘씩 밝혀가는 여정이 된다.

● 차승원이기에 가능한 유머와 감동_ 이계벽 감독은 “긴장감을 더하기 위해 굳이 아주 강한 갈등을 추가하지 않아도, <힘을 내요, 미스터 리>에는 극의 몰입감을 높여줄 충분한 사건, 사고가 있다”고 말한다. 녹록지 않은 개인사를 유쾌하게 들여다보고 있자면 어느새 사회에 새겨진 보편의 괴로움도 발견하기 마련이다. 이를 든든히 소화해준 차승원 배우는 타고난 따뜻한 품성을 넉넉히 보여줄 예정. “지금 어린 세대들은 차승원이 최고의 코미디 배우라는 사실을 모를 수도 있다. 한동안 잊고 지냈던 그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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