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2019년 한국영화⑧] <나의 특별한 형제> 육상효 감독 - 육상효다운 영화를 찍는다
2019-01-02
글 : 송경원
사진 : 백종헌

한때 한국영화의 대표적인 장르가 코미디였던 시절이 있었다. 2000년 초·중반 쏟아져 나왔던 코미디영화는 점차 줄어들어 이제는 한해 한두편도 만나기 힘든 장르가 되어가고 있다. <달마야, 서울가자>(2004), <방가? 방가!>(2010), <강철대오: 구국의 철가방>(2012) 등을 연출한 육상효 감독은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지치지 않고 코미디영화에 집중해온 뚝심 있는 연출자다. 좋은 코미디는 결국 좋은 드라마로 이어진다. 신작 <나의 특별한 형제>로 돌아온 육상효 감독은 이를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이번에도 역시 사람을 향한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다.

-몸이 불편한 세하(신하균)와 어린아이의 정신연령을 가지고 있는 동구(이광수)의 이야기를 다룬 휴먼 코미디다. 어떻게 출발한 이야기인가.

=언젠가 <오빠생각>(2015) 제작자인 하정완 대표가 나를 찾아와서 러프한 이야기를 소재로 건네주었다. 당시 여러 이야기를 놓고 고민하던 시기였는데, 그가 건넨 이야기가 단번에 끌렸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언제나 사회적 약자들의 이야기가 나를 끌어당겨왔던 것 같다. 당시 두 가지 조건을 부탁했는데, 하나는 코미디영화로 각색하고 싶다는 것, 다른 하나는 상황에 따라 다른 제작사와 함께 작업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두자는 거였다. 최종적으로 명필름과 공동 제작을 하게 되었다.

-장애인은 코미디로 다루기에 민감한 소재일 수도 있다.

=<방가? 방가!>를 할 때도 느꼈지만 사회적 약자들을 코미디로 접근할 때 희화화시킨다는 비판은 늘 따라올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정치적으로 올바를 자신이 있다면 구분해갈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물론 시나리오 단계에서 주변의 조언에 충분히 귀를 기울였고 장애인단체에 있는 분들과 전문가들에게도 수차례 검토를 받았다. 결과적으로 이전 영화들에 비해 코미디의 비중이 다소 줄고 드라마가 두터워졌다.

-코미디영화에 애정을 가지고 꾸준히 연출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무조건 코미디를 해야지’라고 고집을 피우는 건 아니다. 하지만 어떤 소재를 가지고 상상해도 결국 그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더라. 정확히는 코미디영화를 만든다기보다는 육상효다운 영화를 찍는다고 보는 편이 적절할 것 같다. 나는 항상 코미디가 약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장르라고 생각해왔다. 액션이나 스릴러가 영웅들의 이야기라면 코미디는 눈높이를 맞추고 상대와 대화를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우리의 이야기다. 흔히 코미디는 과장되고 억지스러운 장르라는 편견이 있다. 하지만 사실 제대로 된 코미디를 위해 가장 공을 들이는 지점은 개연성이다. 자연스러운 웃음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관찰과 상상력이 필수다. 가령 동구의 지적연령을 관객이 어디까지 받아들일 수 있을까, 세하의 육체적 불편함을 어디까지 제한해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것에서부터 이야기가 싹을 틔운다.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메우는 세하와 동구는 한몸이나 다름없다. 그런 의미에서 배우 신하균과 이광수의 버디무비라고 봐도 좋을 것 같다.

=원래 동구 역은 아이러니를 강조하기 위해 전형적인 미남을 캐스팅하려고 했는데 심재명 대표의 권유로 이광수 배우를 만났다. 초식동물 같은 눈으로 내 설명에 집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광수는 배역을 상상해서 완벽하게 준비해오는 성실한 배우다. 집중력과 몰입도가 뛰어나서 인물 그 자체가 된다. 몇몇 장면은 이광수 배우가 자연스럽게 만든 상황을 따라갔다. 신하균 배우는 워낙 베테랑이라 정확하고 시야가 넓다. 현장에서 농담으로 배우 부장이라고 부를 정도로 동료들을 이끌고 분위기를 주도했다. 그에겐 엄청나게 세밀한 감정의 다이얼이 있어서 수치까지 정확하게 맞춘 감정들을 표현한다. 감독 입장에선 이만큼 감사한 배우도 드물다. 그 밖에 미현 역할 이솜 배우의 동물적인 감각도 인상적이었다. 흐름을 읽을 줄 알고 분위기를 놓치지 않는다.

-소재를 착취하지 않고 눈물이나 웃음을 억지로 쥐어 짜내지도 않겠다는 태도가 <나의 특별한 형제>의 특별한 지점인 것 같다.

=<방가? 방가!>에서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을 이야기한 적도 있지만 장애인은 훨씬 더 예민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장애인, 장애우 등 단어 하나, 표현 하나도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쓰고 충분히 고민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대중을 위한 상업영화인 만큼 장애인의 인권을 소리 높여 외치는 계몽영화가 되어도 곤란했다. 장애인을 타자화하거나 왜곡하지 않는 범주 안에서 재미와 균형을 맞추는 게 중요했다. 장애는 하나의 상황일 뿐, 핵심은 약하고 평범하지만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가 될 수 있는 우리의 이야기, 따뜻한 이야기다.

<나의 특별한 형제>

감독 육상효 / 출연 신하균, 이광수, 이솜, 한별 / 제작 명필름, 조이래빗 / 배급 NEW / 개봉 2019년 상반기

● 시놉시스_ 장애인들이 형제처럼 함께 지내는 복지원이 있다. 몸이 불편한 세하(신하균)는 정신연령이 5살인 동구(이광수)와 서로 도우며 20년 동안 한몸처럼 지내왔다. 복지원을 돌보던 신부님이 돌아가신 뒤 지원이 끊겨 뿔뿔이 흩어질 위기에 처하자 세하는 이를 막기 위해 동구와 함께 여러 가지 방안을 강구한다. 그러던 중 동구가 수영에 재능이 있다는 걸 발견하고 수영코치 미현(이솜)의 도움을 받아 동구를 수영대회에 출전시키고자 한다.

● 좋은 코미디는 사람을 향한다_ 육상효 감독은 예민한 소재인 만큼 장애인을 희화화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고 누차 강조했다. 동시에 메시지에 매몰되어 재미를 놓치는 우를 범하지 않으려 신경을 곤두세웠다. “본질을 파고들어가다 보면 끝내 유머에 도달한다.” 굳이 웃음을 목표로 하지 않아도 결국 웃음으로 풀어내는 것, 그게 육상효 스타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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