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줘>는 배우 이영애를 캐스팅하며 일찌감치 화제가 된 작품이다. <친절한 금자씨>(2005) 이후 13년 동안 영화를 찍지 않았으니, 어떤 이야기가 이영애의 마음을 움직였을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나를 찾아줘>는 실종된 자신의 아들과 똑같이 생긴 아이를 봤다는 제보를 받으면서 자식을 찾으려고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엄마의 이야기다. 진부한 모성이 아닌 강인하고 특별한 모성을 그리려 했다는 김승우 감독을 만나 영화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이야기는 종종 이영애의 미담으로 끝을 맺곤 했다.
-실종 아동과 부모의 이야기다. 이야기를 어떻게 구상하고 발전시켜나갔나.
=2008년에 처음 이야기를 썼고, 10년 동안 영화가 들어갈 듯하다 마는 상황이 반복됐다. 그땐 실종 아동 사건보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말아야 하는 ‘희망’에 대해 이야기하려 했다. 영화 준비 기간이 길어지고 내가 나이를 먹으면서 이 사건을 바라보는 시점도 조금 변했다. 점점 사건과 인물 자체에 순수하게 집중하게 됐다. 장르적으로 접근할 게 아니라 인물이 중심인 영화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실종아동이라는 소재를 자극적으로 활용하고 싶진 않았다.
-아들을 잃은 엄마를 영화의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영화와 소설에서 다루는 모성이 진부하다고 하지만 나는 모성이 순수하고 원초적인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실종 아동이라는 소재를 사건 담당 형사나 남성 캐릭터 위주로 푸는 건 클리셰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10년 전 처음 이 이야기를 구상할 때부터 모성의 숭고함에 끌렸던 것 같다. 영화를 준비하면서 왜 엄마를 주인공 캐릭터로 했느냐, 장르적으로 다른 접근을 시도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이야기도 들었다. 하지만 애초에 생각한 모성에 관한 이야기를 끝까지 붙잡고 싶었다.
-비슷한 소재의 다른 영화와 어떻게 차별화하려 했나.
=차별화라기보다 이야기와 인물의 힘을 믿고 따라가려 했다. 영화 속 인물들이 실재하는 사람으로 보이길 바랐고, 관객이 이 이야기를 우리의 삶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과 닮아 있다고 느끼길 바랐다.
-모성이란 감정은 보편적일 수 있지만 영화에서 모성애를 전면에 내세운 캐릭터는 자칫 진부하기 쉽다. 엄마를 어떤 캐릭터로 그리고 싶었나.
=영화에서 엄마 정연(이영애)의 남편 명국(박해준)은 일을 그만두고 전국 방방곡곡으로 아이를 찾으러 다닌다. 간호사 정연은 자신의 일을 포기하지 않고 해나간다. 혹시나 아이가 돌아왔을 때를 생각해 일상을 지키려는 것이다. 남자한테 보호받아야 하는 여자가 아니라 스스로 건강한 엄마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비록 강한 척일지라도. 정연이 동정을 사는 비련의 인물로 그려지는 건 결코 원하지 않았다.
-정연은 홀로 세상과 맞서 싸운다. 정연이 상대할 대상이 지탄받아 마땅한 특정한 납치범이나 악당이 아니라는 점도 특이한 지점이다.
=우리 영화엔 특정한 안타고니스트가 존재하지 않는다. 각자 자기 입장에서 살기 위한 방편을 구한다. 무관심 또한 그 방편의 일부일 수 있다. 정연을 방해하는 홍 경장(유재명) 캐릭터 역시 부패의 끝을 보여주는 인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바로잡지 않은 잘못이 쌓이고 쌓여서 사건이 커진다. 홍 경장 같은 인물이 우리 주변에 많을 것이다. 무서운 악당, 못된 악당이 아니라 우리와 같이 살아가는 보통의 사람이기 때문에 더 공분을 일으키는 인물이다. 홍 경장뿐 아니라 바닷가 낚시터 사람들 대부분이 시스템 안에 숨어서 작은 죄를 짓고 그 죄가 드러날까 은폐한다. 또 폐쇄적인 공간에서 죄의 연대가 이루어지다 보니 더욱 자신들이 지은 잘못이 잘못인 줄 모르고 살아가게 된다.
-배우 이영애가 <친절한 금자씨> 이후 13년 만에 선택한 영화다.
=솔직히 이영애 배우를 캐스팅하는 건 판타지라고 생각했다. 내게도 이영애는 일종의 스타였으니까. 그런데 그 이영애가 거짓말처럼 시나리오만 보고 출연을 결정했다. 이게 말이 되나 싶더라. (웃음) 테스트 촬영 때부터 ‘왜 이영애인가’를 알 수 있었다. 테스트 촬영 때 이모개 촬영감독님과 그런 얘기를 나눴다. ‘프레임 안의 공기가 달라지는구나.’ ‘역시 이영애구나.’ 작업 과정에선 선배님이 실제 엄마로 느끼는 감정에 대해 많이 이야기해줬다. 함께 ‘진짜’를 찾아가려 노력했다. 신인감독으로서 느끼는 불안과 위축이 있는데 언제나 편하게 대해주고 소통해줘 무척 감사했다.
-새롭게 발견한 뉴페이스도 있나.
=중요한 조연 캐릭터인 넙치는 오디션을 거쳐 신인을 캐스팅했다. 신인인데 연기를 워낙 잘해서 다른 배우들이 징그럽다고 할 정도였다. 김종호라는 배우인데 영화가 개봉하면 주목을 받지 않을까 싶다. 정연의 아들로 나오는 아역배우도 오디션으로 캐스팅한 신인이다. 개인적으로 새로운 얼굴을 발견해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주요 스탭의 면면도 궁금하다.
=운 좋게도 베테랑 스탭들과 작업할 수 있었다. 언급한 것처럼 이모개 촬영감독, 이성환 조명감독, 조화성 미술감독, 송종희 분장감독, 조상경 의상감독 등 스탭이 가히 어벤저스급이었다. 제작비만 놓고 보면 이런 조합이 말이 안 되는데(웃음) 이영애 배우의 영화 복귀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참여한 게 아닌가 싶다. 다들 좋은 작품 찍으려고 모였다. 그래서 현장이 뜨겁고 낭만적이었다. 쉽지 않은 촬영도 있었다. 밤바다에 60여명의 스탭이 투입돼 사투를 벌이며 클라이맥스 장면을 찍었다. 그런데 아무도 불평하거나 불만을 표하지 않았다. 하나의 뭉쳐진 에너지가 느껴졌을 때 감격스러웠다.
-영화의 주요 배경 중 하나가 바닷가 낚시터인데 영화의 공간과 장소 헌팅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면.
=인천 옹진군에 위치한 실제 바다 낚시터에서 찍었다. 최종적으로 발견한 낚시터가 상상한 것보다 훨씬 리얼하고 멋있어서 공간 설계에 도움을 많이 받았다. 세트 촬영은 2~3회차만 진행했다. 세트는 최소화하고 대부분 실제 공간에서 찍었다.
-<나를 찾아줘>가 첫 연출작이다. 공개된 필모그래피가 없던데.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 99학번이다. 이창동 감독의 <밀양> 제작부로 일했고 10년 동안 <나를 찾아줘>로 감독 데뷔를 준비했다. 이 작품이 나를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 (웃음)
<나를 찾아줘>
감독 김승우 / 출연 이영애, 유재명, 이원근, 박해준 / 제작 26컴퍼니 / 배급 워너브러더스코리아 / 개봉 2019년 상반기
● 시놉시스_ 6년 전 정연(이영애)의 아들이 실종됐다. 정연과 남편 명국(박해준)은 실의와 죄책감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지만 아이를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 어느 날 정연은 아들과 생김새가 똑같은 아이를 바닷가 낚시터에서 봤다는 연락을 받고 홀로 낯선 마을로 향한다. 해안 마을 파출소의 홍 경장(유재명)은 실종된 아들을 찾겠다고 마을에 나타난 정연이 어쩐지 탐탁지 않다.
● 이영애가 돌아왔다!_ “돌아온 배우 이영애의 모습을 빨리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다.” 이영애에 대한 김승우 감독의 믿음과 자신감은 대단했다. 10년간 지지부진했던 프로젝트에 모터를 달아준 것도 이영애고, 작업의 과정과 결과도 만족스럽기 때문이다. 가늠할 수 없는 슬픔과 그럼에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강인함. 이영애가 보여줄 입체적 모성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