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2019년 한국영화㉗] <니나 내나> 이동은 감독 - 생활에서 오는 자연스러운 색감을 살린다
2019-01-16
글 : 송경원
사진 : 백종헌

“행복한 가정은 대개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의 불행을 안고 있다.”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은 가족이란 복잡 미묘한 관계의 본질을 한줄로 짚어낸다. 다시는 보기 싫을 만큼 지긋지긋하다가도 가족이기에 울타리 안에서 서로를 보듬고, 하나로 뭉치는 것 같다가도 가족이라서 더 털어놓을 수 없는 각자의 고민을 안고 산다. 이동은 감독은 <환절기>(2017), <당신의 부탁>(2018)에 이어 다시 가족을 카메라에 담았다. 다만 이전보다 한층 밝은 톤으로 생활밀착형의 이야기를 다룬다. 17년 전 집을 나간 엄마의 엽서를 받게 된 삼 남매는 진주에서 파주까지 함께 길을 떠난다. 각자의 삶 속에서 너도 나만큼 아프다는 걸 알고 서로를 껴안는 관계. 그래서 다시, 가족이다.

-<환절기> <당신의 부탁>에 이은 세 번째 영화다. 이번에도 역시나 가족에 대한 영화다. 이로써 ‘가족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이 완성된 셈인데.

=아직 신인이나 다름없는데 가족 3부작이라니 건방져 보이지 않을까. (웃음) 2014년 그래픽노블 <니나 내나>를 출간할 때 마케팅용으로 그런 말을 썼는데 의도한 바는 전혀 없다. 그저 2012년부터 그래픽노블을 그릴 때 나의 관심사가 관계, 가족의 이야기였을 따름이다. <환절기>는 엄마와 아들의 이야기였고 <당신의 부탁>이 혈연이 아님에도 가족이 되어가는 이야기였다면, <니나 내나>는 오랜만에 다시 만난 가족들이 부대끼며 관계를 재확인해가는 이야기다. 전작들이 말하지 않아도 드러나는 것들을 표현하려고 했다면 이번에는 감정도 많이 드러내고 솔직한 대사들이 많다. 내가 보기엔 각각의 영화들이 많이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주변에서 결국 나의 색깔이 묻어난다고 하더라. 3부작으로 묶이는 게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다. <니나 내나>를 처음 본 관객은 어떻게 다른지 전작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거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정이용 작가와 작업한 그래픽노블을 먼저 공개하고 영화화했다.

=정이용 작가의 선택을 받은 이야기들이다. 본래 만화용 시나리오가 따로 있었는데 정이용 작가는 항상 영화 시나리오를 더 마음에 들어 한다. <니나 내나>는 로드무비 형식이라 그림으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을 거라 걱정했지만 그래픽노블에선 그림작가가 촬영, 배우, 미술 역할을 모두 도맡는 셈이니 내가 거부할 수가 없다. (웃음) 지역이 특정된 이야기라 그림을 그리기 전에 로케이션을 꼼꼼히 했는데 영화화할 때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다. 풍경을 많이 담을 것인지, 인물에 집중할 것인지를 두고 고민했는데 일부러 풍경의 의미를 강조하진 않기로 했다. 지그시 바라보는 관찰자 느낌을 살리고 싶었다. 그럼에도 전작들보다는 진주, 경부고속도로, 임진각 등 공간이 주는 특색을 많이 살려나갔다.

-그동안 영화를 늘 여름에 찍었는데 이번에는 지난해 11월 초에 촬영을 시작했다.

=원작에서는 봄이 배경인데 상황에 맞춰 가을로 변경했다. 본래 10월에 촬영을 들어가려고 했는데 조금 늦어졌다. 더위를 많이 타는 편이라 가을에 찍으면 수월하겠다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해가 너무 짧아서 힘들었다. (웃음)

-<환절기>나 <당신의 부탁>이 조용한 시골을 배경으로 한 차분한 수채화 같은 색감이었다면 <니나 내나>는 좀더 생활밀착형이랄까, 시장에서 만날 수 있는 살아 있는 색감이다.

=생활에서 오는 자연스러운 색감을 살리고 싶었다. 이야기도 훨씬 선명하고 직접적이다. 전작들이 가족이 되는 과정에 집중한다면 이번은 행복한 가족이 아닌 행복한 개인에서 출발하는 이야기다. 개인이 모여 결국 가족이 되는 형태를 그리고 싶었다. 기시감이 있다면 그런 부분에서 나오는 리얼리티가 아닐까 싶다. 주변에서도 본인 이야기 같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사실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나 내 경험을 직접 소재로 삼은 적 없다. 그런데도 공감 가는 부분이 많다는 건 사람들이 사는 방식이 그만큼 비슷하다는 것 아닐까. 그래서 ‘니나 내나’다. (웃음) 무엇보다 캐릭터와 밀착한 배우들의 공이 크다. 다들 현실 속 본인과 닮았다며 편안하게 연기했다. 이번 현장만큼 자연스럽고 편안한 현장도 만나기 힘들 것 같다.

-장혜진, 태인호, 이가섭 배우가 각각 첫째 딸, 둘째 아들, 막내 역할을 맡았다.

=장혜진 배우는 캐스팅 준비하면서 워낙 캐릭터와 비슷하다는 말을 주변에서 자주 들어서 1순위였다. 태인호 배우는 주로 스마트한 화이트칼라 역할을 했는데 실제로는 수더분하고 아날로그적이다. 현장에 가면 그냥 둘째 아들 경환이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이가섭 배우는 주목받는 신인 중 하나고 워낙 연기를 잘하니까. 나중에 분명 스타가 될 테니 이번에 미리 눈도장을 찍고 함께 작업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웃음)

-소재나 제작방식 때문인지 늘 다양성영화로 인식된다. ‘다음에는 상업영화 해야지’라는 말도 여러 번 들었다고.

=그때마다 ‘나는 늘 상업영화를 하고 있다’고 답한다. (웃음) 스스로 작가주의 감독이라고 생각한 적은 한번도 없다. 예산이 늘 작았을 따름이다. 그런 한계는 분명 있다. 대체론 구현하고 싶은 걸 모두 담아낼 수 없어 아쉽지만 때론 그게 창의적인 화면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상대적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창작자로서는 좋은 면도 있다. 다만 최근 현장이 합리화되면서 초저예산과 블록버스터로 양극화되는 걸 체감한다. 이야기마다 적절한 사이즈라는 게 있는데 중간을 허락하지 않는 것 같아 아쉽다. 크게 늘릴지 아예 포기하고 좁힐지 양자택일을 해야 한다면 나는 늘 줄이고 집중하는 쪽을 택해왔다. 다만 규모가 작다고 담아내는 세계가 작은 건 아니다. 낯익지만 색다른 가족의 여정을 통해 여러 의미를 발견해갈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니나 내나>

감독 이동은 / 출연 장혜진, 태인호, 이가섭, 김진영, 이효제 / 제작 명필름, 로랜드 스튜디오 / 배급 리틀빅픽처스 / 개봉 2019년

● 시놉시스_ 17년 전 엄마는 집을 나가고 아빠는 몸져눕는다. 각자의 삶을 살아가던 삼 남매는 오래전 연락이 끊긴 엄마의 편지를 받고 진주에서 파주의 병원까지 함께 길을 떠난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은 각기 다른 힘겨움을 안고 살아간다. 큰딸(장혜진)은 혼자 딸을 키우며 살아가고 곧 아빠가 될 둘째 아들(태인호)은 직업을 잃었다. SF작가인 막내(이가섭)는 도통 속을 알 수가 없다. 서로 아웅다웅하다가도 끝내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뭉치는 모습을 그린 색다른 로드무비.

● 전작들과 사뭇 다른 분위기에 주목_ “암튼 간에 사는 게 다른 거 같아 보여도 그래 다 비슷비슷하다고. 니나 내나.” 서로 달라 이해 못할 것 같다가도 듣다보면 내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이동은 감독은 각각의 사정에서 그 보편적인 지점을 기가 막히게 뽑아낸다. “전작들이 클래식이나 경음악 같았다면 이번에는 건 강한 트로트처럼 다가가고 싶었다.” 빤하고 상투적이지만 들을수록 기운이 나고 편안해지는 내 이웃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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