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2019년 한국영화㉕]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 신정원 감독 -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코미디 만든다
2019-01-16
글 : 이주현
사진 : 오계옥

<시실리 2km>(2004), <차우>(2009), <점쟁이들>(2012)의 신정원 감독이 오랜만에 선보이는 신작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은 ‘죽지 않는 인간들’이 벌이는 죽여주는 이야기다. 전작들보다 진화한 하이브리드 장르의 영화가 될 것 같은 이 영화의 시나리오는 <라이터를 켜라>(2002), <불어라 봄바람>(2003), <기억의 밤>(2017)의 장항준 감독이 썼다. 코미디 ‘만렙’ 장항준 감독과 (영화적으로) 한 고집 하는 신정원 감독의 만남이라는 데서부터 벌써 예사롭지 않은 기운이 풍긴다. 2월 크랭크인을 앞두고 있는 신정원 감독을 만났다.

-장항준 감독이 오래전에 쓴 시나리오다.

=장항준 감독님과 친분이 있었던 건 아닌데, 내가 본인의 시나리오를 연출하게 됐다고 하니 좋아하시더라. 시나리오에 매력 포인트가 많았다. 짧은 시간 안에 치열하게 벌어지는 소동도 재밌고,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이라는 제목부터 마음에 들었다. 각색 과정에선 장르에 변화를 줬다. 원래 시나리오는 소동극, 블랙코미디였는데 그렇게만 가면 매력이 없겠다고 판단해서 SF 요소를 더했다. 최근엔 이런 유의 영화가 한국에서 거의 만들어지지 않았다. 코미디 장르 자체가 많이 사라져버렸는데, 이런 장르가 한국영화계에서도 만들어질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코미디영화도 그렇고, 중간 규모 예산의 장르영화가 많이 사라지긴 했다.

=내가 데뷔했던 15년 전만 하더라도 영화의 다양성이 존재했다. 지금은 너무 천편일률적이다.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모니터링을 해서 점수를 매기지 않나. 알폰소 쿠아론의 <로마>(2018)를 보면서 감독이 너무 부럽고 존경스러웠다. 요즘 한국에선 작가주의 상업영화를 만든다는 건 생각도 못할 일이다. 내가 만든 영화를 보고 사람들이 좋아하고 행복을 느꼈으면 좋겠고, 감독으로서 그 능력을 뽐내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다.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의 시나리오도 꽤 오랫동안 충무로를 돌아다녔다. 분명 매력적인 이야기인데 선뜻 제작하고 투자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다 TCO(주)더콘텐츠온에서 제작 및 투자를 하게 됐는데, 이런 영화를 좋아할 관객이 분명 있고, 이런 영화가 가지는 의미가 분명히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 그래서 이 영화를 고집을 갖고 만들려 한다. 영화에서 감독의 철학과 개성이 느껴져야 하지 않겠나. 중요한 건 영화가 재밌어야 한다는 거고, 재밌는 영화를 만들기 위해 감독으로서 고집을 부리고 싶다. 내 첫 영화 <시실리 2km>의 평이 지금도 간간이 올라온다. 맨날 듣는 얘기가 ‘이 영화는 시대를 앞서갔다’는 거다. 개봉 당시엔 ‘감독이 연출 공부 다시 해야 한다’는 얘기도 들었다. (웃음)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이 영화가 인정받고 있다. 돌이켜보면 그 나이에 어떻게 그 제작비로 그런 영화를 만들었나 싶다. 당시엔 감독들에게 많은 것을 맡겼다. 결론은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도 고집스럽게 만들겠다는 거다.

-여러 장르가 뒤섞였는데, 스스로 이 영화의 장르를 어떻게 정의하나.

=SF 누아르? <시실리 2km>도 펑키호러라는 이상한 조합의 영화였다.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에서도 그런 식의 생소한 조합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블랙코미디의 정서가 깔려 있지만 굳이 코미디라 하고 싶진 않다. 나홍진 감독과 친구 사이고, 그 친구의 영화를 좋아한다. 서로 영화적 교류도 많이 하는데, 나홍진 감독이 <시실리 2km>를 좋아해서, <곡성>(2016)이 <시실리 2km>의 다크 버전이라고 한 적도 있다. (웃음) 그렇다면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은 <시실리 2km>와 <곡성>의 또 다른 버전의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

-우월한 유전자를 가진 만길 캐릭터가 흥미롭다.

=키 187cm 이상의 잘생긴 남자들은 대부분 정체를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웃음) 시나리오에도 언급되지만 어떻게 저런 존재가 있을 수 있지? 뭘 먹었기에 저렇게 완벽하지? 하고 의심 가는 사람들이 있지 않나. 그 대표적인 존재가 정우성 배우라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정우성 배우가 내게 걸어올 때 비현실적이라 느꼈다. (웃음) 아무튼 우리 주변의 우월한 존재들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는 설정이 영화에 담겨 있다.

-소희, 세라, 양선. 세 여성의 코미디와 액션도 기대된다.

=배우들에게 코미디를 주문하진 않을 거다. 액션은 생활액션이 될 거고. 관객이 과장된 코미디라 느낄 부분은 없을 것 같다. <델마와 루이스>(1991)처럼 여성들의 이야기에 깊이 들어가진 않겠지만, 이 영화는 동창생 셋이 주인공인 여성영화라고 생각한다.

-<시실리 2km> <차우>에서 보여준 코미디를 기대하는 관객도 있을 것 같다.

=그때보단 좀더 성숙해지지 않을까 싶다. 두 영화 모두 호불호가 많이 갈렸다. 예전엔 ‘뭐야? 이게 코미디야?’ 그랬다면 이제는 좀더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코미디가 될 것 같다. 극단적인 코미디는 아닐 것이다.

-스타일러나 인공지능을 활용한 개그 등 반짝이는 아이디어들이 많다.

=영화 스탭부터 투자사, 제작사 분들까지 아이디어 전쟁이다, 전쟁. (웃음) 너무 신기하게 아이디어들을 막 쏟아낸다. 너무 적극적이다. 이전에는 영화 만들면서 이런 적이 없었다. 그래서 영화가 재밌게 나올 거라 생각한다. 영화 때문에 일부러 집에 스타일러를 장만했다. 어떻게 움직이는지 연구하려고. 인공지능도 실생활에서 활용 중이다.(웃음)

-캐스팅은 얼마나 진행됐나.

=이정현 배우가 소희 역을 맡는다. 영화 경력으로는 나보다 선배이고, 전부터 함께 작업해보고 싶었던 터라 영광이다. 다른 배역은 계속 캐스팅을 진행 중이다. 코미디를 늘 진지하게 생각한다. 영화 자체가 진지한 영화라고 할 순 없지만 영화를 만들 땐 ‘이 영화는 코미디가 아니다’라고 공지하고 심각하게 찍는다. <시실리 2km> <차우> 때도 촬영 현장에서 사람들이 한번도 웃은 적이 없다. 이번에도 진지하게 임할 거고 배우들도 그럴 것이다. <파고>(1996) 같은 영화를 보면 진지하고 잔인한데 상황들이 웃기지 않나. 그런 톤 앤드 매너를 가져가려 한다. 촬영은 2월 중순에 시작하는 게 목표다.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 아트워크.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

감독 신정원 / 출연 이정현 / 제작 브라더픽처스, TCO(주)더콘텐츠온 / 배급 TCO(주)더콘텐츠온 / 개봉 2019년 하반기

● 시놉시스_ 소희(이정현)는 모든 것이 완벽한 남편 만길과 결혼해 살고 있다. 그런데 남편이 수상하다. 흥신소에 뒷조사를 의뢰한 결과 돌아온 대답은. “하루에 21시간 동안 쉬지 않고 음주가무와 운동까지 즐기는 건 인간의 체력이 아닙니다.” 남편의 정체가 궁금해진 소희는 만길의 뒤를 밟고, 자신의 정체가 발각됐다는 것을 안 만길은 소희를 제거하려 한다. 소희는 동창생 세라와 양선, 흥신소 소장의 도움을 받아 자신을 해치려는 만길을 죽이기로 한다. 그런데 감전, 독극물 등 그 어떤 방법도 통하지 않는다. 죽지 않는 만길을 상대로 한 소희의 싸움이 시작된다.

● 예측불허, 일촉즉발, 다른 세계로의 여행_ “예전부터 시도해보고 싶었던 장르다. SF적인 상상력을 바탕으로, 다른 차원의 세계를 보여주는 이야기를 한번쯤 해보고 싶었다.” 신정원 감독이 안내하는 ‘다른 세계로의 여행’이 결코 평범할 것 같지는 않다. 예측불허의 코미디와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채워진 영화인 만큼 안전벨트 단단히 매고 즐겨야 할 것 같다. “지금까지 한국영화에서 보지 못했던 걸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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