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사랑하는 수만 가지 방식 중 하나는, 영화의 출발점이 된 시나리오를 읽으며 글이 이미지로 전환되는 과정을 나름의 상상력을 갖고 유추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오리지널 각본에 콘티, 인터뷰, 제작기, 미공개 사진 등을 추가한 각본집을 디자인까지 보다 공을 들여 일종의 굿즈처럼 기획해 내놓기도 한다.
먼저 <사계절 이야기: 에릭 로메르 각본집>은 2020년 에릭 로메르 탄생 100주년이자 10주기를 맞아 기획된 각본집이다. 에릭 로메르는 “네 영화의 구조와 문제의식 속에서 유사성과 상반성, 대칭성이 발견된다”라고 자신의 사계절 연작을 소개한다. 길경선 번역가가 옮겨낸 시나리오는 물론 표지와 책 등을 가로지르는 일러스트 디자인에 사계절의 흐름이 녹아 있다.
<미쓰 홍당무 각본집>은 <보건교사 안은영> <비밀은 없다>를 감독한 이경미 감독의 원류를 발견할 수 있는 시나리오다. 오리지널 각본은 물론 <잘돼가? 무엇이든>으로 영화만큼이나 독특한 자신만의 에세이 스타일을 보여준 이경미 감독의 새로운 글과 감독 인터뷰, 이경미 감독이 직접 쓴 영화 ‘각주’가 함께 실려 있다. 부록으로 배우 이영애 주연의 단편 <아랫집>의 각본이 실려 있다.
<남매의 여름밤 각본집>에는 영화 각본은 물론 윤단비 감독이 직접 에세이로 풀어낸 포토 코멘터리, 김기현 촬영감독의 단상, 배우 최정운·박승준의 친필 편지, 이슬아 작가의 에세이, 최원준 숭실대학교 건축학부 교수가 본 2층 양옥집과 가족에 관한 에세이, 김혜리 <씨네21> 기자의 감독 인터뷰를 함께 만날 수 있다.
<69세: 용기를 내는 게 당연한 나이>는 오리지널 시나리오와 시나리오를 쓰기 전 작업한 단편소설과 시나리오를 쓰면서 남겼던 감독의 일기, 직접 그린 콘티가 담긴 스토리보드, 음악가 이랑의 에세이 등을 수록했다.
<세자매 이야기>에는 이승원 감독의 무삭제판 시나리오와 배우 겸 제작자 문소리의 현장 제작기, 세 주연배우의 인터뷰, 미공개 현장 스틸, 허은실 시인의 헌정 시, 손희정 문화평론가과 김영진 영화평론가의 영화평 등이 다채롭게 실려 있다.
칸국제영화제 각본상을 탔던 이창동 감독의 <시>의 시나리오도 단행본으로 나왔다. <시 각본집>은 이창동 감독의 작품 중 처음으로 출간된 원작 각본집이다. 이창동 감독의 오리지널 시나리오와 작가의 말은 물론 시인 박준의 추천의 글, 문학평론가 신형철 에세이, 영화평론가 이동진과 이창동 감독의 인터뷰, 프랑스 시인 클로드 무샤르의 이창동 감독 인터뷰, 초기 구상을 엿볼 수 있는 작가 노트와 현장 스틸, 시놉시스와 트리트먼트까지 <시>에 대한 모든 것이 실려 있다.
한편 2018년 출간됐던 <들개 각본집>의 개정 증보판이 나왔다. 기존에 실려 있던 각본과 촬영 콘티에 배우 박정민 에세이, 김정훈 감독의 새로운 코멘트, 백은하 배우연구소 소장과 배우 박정민의 인터뷰가 추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