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특별한 대화들', 영화를 사이에 둔 값진 생각
2021-06-17
글 : 이주현
<이수정 이다혜의 범죄 영화 프로파일> <나의 사적인 예술가들> <영화대화: 35년생 영화감독 × 81년생 시네필> <영화 콘티 작가 Film Storyboard Artist>

영화를 사이에 둔 값진 생각, 영화인과 나눈 특별한 대화를 기록한 책들을 소개한다. 구술의 형태를 띤 글이라 읽기 편하고, 대화의 현장에 있는 것 같은 생생함도 느낄 수 있는 책들이다.

먼저 <이수정 이다혜의 범죄 영화 프로파일>은 네이버 오디오클립의 인기 콘텐츠 <이수정 이다혜의 범죄 영화 프로파일>의 내용을 정리한 책이다. 범죄 심리학자 이수정 교수와 <씨네21>의 이다혜 기자가 진행하는 이 오디오 방송은 범죄영화에 묘사된 여성 및 아동 피해자의 입장을 분석하는 등 새로운 범죄영화 감상법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가스등> <적과의 동침> <사바하> <곡성> <미저리> <기생충> <조커> 등이 책에 소개되어 있는데, 이를테면 <미저리> 편에선 이수정 교수가 주인공 애니 캐릭터를 “경계성 성격 장애와 사이코패스의 중간 지점에 있는 사람”이라 분석하고, 스토킹과 성격 장애의 관계, 스토킹 방지법, 신림동 강간 미수 사건 등을 함께 거론하는 식으로 대화가 뻗어나간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범죄영화가 그리는 세계가 현실과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나의 사적인 예술가들>은 디터 람스, 김수자, 박찬욱, 아니 에르노, 류이치 사카모토 등 예술가 19명의 이야기를 담은 인터뷰집이다. 인터뷰어는 <보그> <바자> 등에서 20년간 에디터로 일한 윤혜정. 윤혜정 작가는 “에디터는 ‘나’의 일상을 들여다보고 ‘당신’의 세계와 조우하여 동시대의 ‘우리’를 기록하는 데 공적 지면이라는 행운을 쓰는 사람”이라고 설명한 뒤, “신실한 관찰자”로서 자신이 사심 없이 지지한 예술가들과의 인터뷰를 독자와 함께 나눈다. 19명의 예술가 중 영화인은 틸다 스윈튼, 박찬욱, 이자벨 위페르, 류이치 사카모토가 있다. 루카 구아다니노, 웨스 앤더슨, 봉준호 감독 등과 반복해 작업해온 배우 틸다 스윈튼과의 인터뷰에는 이런 대답이 실려 있다. “각기 다른 감독들의 우주에 내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 그 각각의 세계 안에서 마치 집에 온 듯한 편안함을 느낀다는 것은 내 삶의 큰 기적 중 하나예요.” 이 책을 통해 예술가들의 신비로운 우주를 조금이나마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인터뷰 책인 <영화 콘티 작가 Film Storyboard Artist>는 영화인 중에서도 콘티 작가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다. 출판사 더퍼슨스(the Persons)의 세 번째 직업 탐구서이며 김영웅, 정상용, 박송이, 정윤선, 송선찬, 류현, 박지운, 엄경아 이상 국내 영화 콘티 작가 8명의 인터뷰를 담고 있다. 영화 및 영상 콘티 작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유용한 책이다.

<영화대화: 35년생 영화감독×81년생 시네필>은 부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신구 영화평론가 두 사람이 한국영화계의 이모저모를 시간을 가로질러 이야기하는 책이다. 1935년생의 김사겸 영화감독 겸 영화평론가는 1981년생 영화평론가 김도연과의 대화에서 한국영화사의 주요 인물들에 관한 경험담, 1950년대 영화비평의 개념이 정립되기 시작하던 때의 모습 등을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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