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 2등
준영이는 차분한 성격에 전교 2등을 놓치지 않는 <지우학>의 브레인이다. 여러 학원물에 출연했지만 주로 대수(임재혁)나 우진이(손상연)처럼 감초 캐릭터를 맡아왔다. 준영이는 내가 한번도 해보지 않은 역할이었다. 실제로 차분한 편이라 연기하기엔 편했다. 단정함을 유지하는 느낌을 주고 싶어 좀비가 되기 전까진 단 한번도 교복 단추를 풀지 않았다.
안경
감독님과 상의하에 결정된 소품이다. <지우학>에서도 안경을 쓴 캐릭터로선 준영이가 거의 유일하고, 나도 그동안 작품을 하면서 안경을 써본 적이 없다. 안경을 비롯해서 준영이가 가진 아날로그틱한 면모에 관해 감독님과 많이 이야기했는데 캐릭터를 디테일하게 다듬어가는 과정이 굉장히 재밌었다.
친구
나보다 나이가 어린 동생들이랑 작품을 한 게 오랜만이었다. 그래서 처음에 좀 어려웠다. 대본 리딩을 할 때부터 말 편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우리는 친구니까.’ 그런 마음으로 더 다가갔던 것 같다. 촬영하면서 따뜻했던 순간들이 많다. 액션 신 촬영이 끝나면 다들 “괜찮아? 다친 데 없어?” 하며 서로를 살피고, 그때마다 울컥울컥했다. 그래서 더 나이 들었나 싶기도 하고. (웃음) 같이 작품을 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다.
애드리브
소방 호스를 타고 내려오며 “쥐가 났다”고 말하는 신, 대수가 화장실에 다녀온 뒤에 “우웩” 하며 코를 잡는 행동과 말들, 좀비에 맞서 도망칠 때 “집에 가자”고 외치는 대사 전부 애드리브다. 준영이 입장에서 상상을 많이 했다. ‘앉아서 공부만 했을 텐데 운동신경이 좋을까?’ ‘이 순간엔 집에 갈 수 있을지 걱정하지 않았을까?’ 그런 상상을 현장에서 적절하게 녹여냈다.
좀비 연기
안무를 따로 배웠다. 거울을 보면서 동공에 힘을 푼 채 무서운 표정을 연습했다. 어색하고 민망하기도 했는데 실제로 좀비 분장을 하니 내가 진짜 좀비가 됐다는 믿음이 생기더라. 고등학생 때 스트리트 댄스를 전공했고, 몸 쓰는 걸 워낙 좋아해 즐겁게 촬영했다.
드론
실제로는 기계를 잘 못 만진다. 손재주가 없어서 컴퓨터도 잘 못 다루고 게임도 거의 하지 않는다. 그래서 드론 사용법도 이번에 처음 배웠다. 배우긴 했어도 작품에 등장한 게 선수용 드론이라 워낙 위험해서 전문가분이 직접 오셔서 도와주셨다.
캐릭터의 나이
10대를 연기하든, 20대, 30대를 연기하든 아직은 내게 나이가 그렇게 크게 작용하지 않는 것 같다. 그 캐릭터가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말을 하는지. 또 상대는 나를 어떻게 대하는지. 오히려 그런 데에서 캐릭터의 나이가 드러나는 게 아닌가 싶다. 평소엔 인물 그 자체에 집중해서 자연스럽게 표현하려고 노력한다.
작은 홍광호
나도 들어본 별명이다. (웃음) <노트르담 드 파리> 뮤지컬이 끝나고 뒤풀이 자리에서 홍광호 선배를 뵌 적이 있는데 “닮긴 닮았네~” 하면서 소라를 까주시더라. 스위트한 분이셨다. 나는 선배만큼 노래를 잘하진 못하지만 무대를 정말 사랑한다. 카메라 앞에 서면 긴장되는데 무대에선 한번도 떨어본 적이 없다. 라이브 공연이 주는 카타르시스가 있다.
<마이썬>
3일 후 군대에 가는데 그 뒤로 출연작 세편이 공개될 예정이다. 그중 하나인 <마이썬>은 나의 첫 영화 주연작이고 이 작품으로 얼마 전 더반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탔다. 군대에 다녀와서도 가능하다면 10대를 계속 연기해보고 싶고 <꿈의 제인>의 제인(구교환) 같은 캐릭터에 도전해보고 싶다.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역할을 맡았을 때 희열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