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와 분투, 불완전함, 세계 최고의 명탐정. 맷 리브스 감독이 꼽은 <더 배트맨>의 새로운 배트맨을 이야기하는 키워드다. <다크 나이트> 시리즈의 존재감이 빚어내는 부담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기에, 감독은 <더 배트맨>의 세계관이 어떤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는지 설명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 새로운 배트맨을 향한 길고도 험난했던 과정을 감독과의 짧은 인터뷰로 엿보았다.
- <더 배트맨>의 ‘분노한 배트맨’으로 로버트 패틴슨을 캐스팅한 이유는.
= 알다시피 배트맨의 기원에 대한 많은 훌륭한 이야기가 있기에 그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배트맨이 되고도 스스로의 불완전함으로 인해 느끼는 고통과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이었다. 그러던 중에 너바나의 <Something in the Way>를 우연히 들었고, 그게 돌파구가 됐다. (이 곡은 <더 배트맨>의 예고편에서도 쓰였다.-편집자) 브루스 웨인을 커트 코베인처럼 보게 된 거다. 브루스 웨인을 ‘배트맨 되기’에 중독된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자연스럽게 로버트 패틴슨을 떠올렸다. 로버트는 배역에 몰입하는 순간 다른 사람처럼 말했고, 다른 목소리로 이야기했고, 다른 움직임을 보여줬다. 카멜레온 같았다.
- 새로운 배트맨을 만들면서 특히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 어려운 점이 많았지만 우선, 박쥐 옷을 입은 성인 남자의 이야기를 현실적으로 만드는 일이었다. 브루스 웨인은 왜 배트맨이 되려는 걸까, 힘 있는 자에게 익명성은 왜 필요할까, 범죄자를 찾아다니면서 익명으로 남기는 어렵지 않을까, 배트맨 슈트를 입고 돌아다니기만 해도 사람들이 이상하다고 생각하거나 한번에 알아보지 않을까 같은 질문이 이어졌다. 이런 질문에 실용적이면서 개연성을 담은 답을 생각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배트맨의 감정과 생각을 보여주는 게 무척 어려웠다. 지금까지 어떤 영화에서도 배트맨이 긴 대사를 소화한 적이 없었는데,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이 많지 않은 배트맨에게 이야기를 이끌어가도록 하는 것이 어려웠다.
- 여러 편에 나눠 나올 법한 악인들이 전부 나온다.
= 처음부터 이토록 많은 빌런을 등장시킬 생각은 아니었다. 배트맨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때 조디악 킬러가 떠올랐다. 그는 수수께끼와 암호를 통해 경찰과 기자들을 도발했는데, 리들러가 딱 그렇다. 리들러의 무대는 고담시다. 그리고 리들러는 고담시가 얼마나 부패했는지, 지하 범죄 조직이 얼마나 성행하는지, 그리고 법 집단과 범죄 집단의 수상한 관계를 고약하게 꼬집는다. 그래서 배트맨은 리들러의 수수께끼를 풀고자 할수록 더 많은 범죄 조직을 발견하게 된다. 살인 사건을 따라가다 보면 펭귄이 기다리고 있고, 셀리나 카일(조이 크래비츠)과 연결된다. 그리고 팔코네(존 터투로)의 마피아 조직과도 연결된다. 마치 워너브러더스의 클래식 갱스터영화를 보는 느낌이다.
-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영화가 이어질까. 배트맨은 보통 3부작으로 만들어졌기에 시리즈에 대한 기대가 있다.
= 처음부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뚜렷하고 독보적인 ‘배트맨 유니버스’를 구축하는 것이었다. 그런 목표 덕분에 영화 한편이 아닌 새로운 세계를 만들었고, 그 과정에서 여러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 모든 건 관객이 얼마나 이 세계와 만나고, 또 배트맨의 감정에 가까이 다가서는지에 달렸다. 영화로도 가능하고 시리즈로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