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더 배트맨' 트리비아
2022-03-04
글 : 김소미
더 예민해진 배트맨, 더 음침해진 리들러

그동안의 배트맨

젊은 배트맨의 등장을 알리는 로버트 패틴슨 이전에 배트맨을 거쳐간 배우들의 목록은 화려하다. <배트맨> <배트맨2>의 마이클 키턴, <배트맨 포에버>의 발 킬머, <배트맨 앤 로빈>의 조지 클루니, <배트맨 비긴즈> <다크 나이트>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크리스찬 베일, <베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수어사이드 스쿼드> <저스티스 리그>의 벤 애플렉이 그동안 고담을 지켰다.

하워드 휴스

맷 리브스 감독은 거부이자 기인으로 유명한 실존 인물 하워드 휴스의 면모를 배트맨에 접목시키려 했다. 영화 제작자이자 감독, 비행사, 공학자, 그리고 마피아들을 거느린 대단한 담력의 사업가였던 그는 우울한 성정과 강박관념으로 종종 기행을 일삼기도 했다. 가족에 얽힌 트라우마 속에서 선과 악, 영웅과 반영웅의 모습을 오가는 이번 배트맨은 그 어느 때보다 혼란스럽고 예민한 얼굴을 내보인다.

처음 보는 리들러

폴 다노는 자신이 연기한 메인 빌런 리들러가 “현실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더 무섭고 끔찍할 것”이라고 자부했다. 도시 재개발, 빈부 격차, 인종차별과 혐오로 뒤덮인 지난 트럼프 시대의 거울상으로서 이번 고담시에서 리들러는 한층 오싹한 연쇄 살인범이자 테러리스트의 형상을 하고 나타난다.

짐 캐리 VS 폴 다노

조엘 슈매커의 리들러(짐 캐리)와 맷 리브스의 리들러(폴 다노)는 극단적으로 다르다. 리들러를 상징하는 초록색이 어떻게 쓰였는지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짐 캐리가 만화적인 의상을 입고 광기와 야만성, 인정 욕구를 익살스럽게 풀어냈다면, 폴 다노는 짐 캐리가 보여준 리들러의 화려한 에너지를 꾹꾹 눌러버렸다. 그 자리엔 대신 훨씬 어두운 비극성, 불안함, 음침함이 자리 잡았다.

그동안의 캣우먼

도둑질과 무술의 대가, 캣우먼, 셀리나 카일, 이레나 두브로브나. 이 다채로운 정체성을 지닌, 배트맨의 파트너 자리를 거쳐간 여성배우들은 누구일까. 역사상 가장 유명한 캣우먼은 <배트맨2>의 미셸 파이퍼. 원래는 의상 피팅까지 다 마친 아네트 베닝의 역할이었으나 촬영 직전 임신 사실을 알게 되어 하차했다. 이때 새 오디션을 위해 <블레이드 러너>의 레이첼로 잘 알려진 숀 영이 캣우먼 복장까지 만들어 입고 오디션장에 난입해 “내가 캣우먼이다!”라고 외친 일화가 유명하다. 숀 영의 도발에도 불구하고 팀 버튼 감독은 얼굴에서 의중을 쉽사리 읽어낼 수 없는 미셸 파이퍼의 오묘한 인상에 이끌렸다. 이번 <더 배트맨>에서 활약한 조이 크래비츠 이전의 캣우먼으로는 <다크 나이트 라이즈> 속 앤 해서웨이를 떠올리는 관객이 다수일 것이다. 가장 상징적인 캣우먼으로는 유일한 흑인 캣우먼이었던 할리 베리를, 역대 가장 어린 캣우먼은 폭스사의 <배트맨> 프리퀄 시리즈 <고담>에 출연한 1999년생 배우 캠런 비콘도바를 꼽을 수 있다.

처음 만나는 고든 경위

역대 <배트맨> 시리즈 중 처음으로 배트맨의 조력자 제임스 고든 역을 흑인 배우가 맡았다. DC, 마블을 넘나드는 배우 제프리 라이트가 그 주인공. 제프리 라이트는 ‘007 시리즈’의 역사에서도 남다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007 카지노 로얄>(2006)부터 <007 노 타임 투 다이>(2021)까지 제임스 본드의 오랜 전우인 미국 CIA 요원 펠릭스 라이터를 연기했는데, 그동안 펠릭스 라이터 캐릭터를 거쳐간 8명의 배우 중 유일한 흑인으로 남게 됐다.

레퍼런스

맷 리브스 감독은 워너브러더스와 초창기 미팅 때부터 자신이 <더 배트맨>을 만든다면 <조디악> <LA 컨피덴셜> 같은 네오 누아르가 될 것이라고 선명한 밑그림을 밝혔다. 그는 <차이나타운> <콜 걸>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 같은 고전들을 꿈꿨고, <대부>의 존 카제일, <롱 굿 프라이데이>의 밥 호스킨스가 재현한 갱스터로부터 오스왈드에 관한 단서를 얻었다.

노 아이맥스

<배트민 비긴즈>(2005) 이후 처음으로 아이맥스 화면 비율로 촬영된 장면이 단 하나도 없는 배트맨 영화가 나왔다.

가장 긴 배트맨 영화

상영시간은 175분으로 그동안 나온 배트맨 영화 중 가장 길며, 코믹스 영화 중에는 마블의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두 번째로 길다.

필름메이커를 위한 영화음악

영화음악은 영화, 그리고 관객과 만나기 이전에 창작자들에게 영감을 더하기 위한 존재로 우선 기능한다. <쥬라기 월드> <스파이더맨> 시리즈, <렛 미 인> <조조 래빗>의 마이클 자키노는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대가다. 그는 맷 리브스 감독이 아직 <더 배트맨>의 시나리오를 쓰고 있을 때, 혼자서 영화의 메인 테마를 먼저 작곡했다. 프로덕션이 시작되기 한참 전의 일이었다. 이 음악은, 맷 리브스 감독과 프로듀서 딜런 클라크가 로버트 패틴슨과의 첫 스크린 테스트를 위해 사무실로 향하던 날 긴장이 감돌던 자동차 안에서 처음으로 재생되었다.

스트리트 파이터를 위한 배트슈트

이번 배트슈트의 컨셉은 한마디로 스트리트 파이터다. 과장된 어깨와 강력한 근육의 표현을 자제해 형태 면에서 전체적으로 자연스러움을 준다. 로버트 패틴슨의 몸에 착 감기는 배트슈트는 재질 역시 최첨단을 자랑하기보다는 아날로그한 느낌이 도드라진다. “날렵하고 잔혹한 스트리트 파이터”가 밤거리에서 몸을 쉽게 숨기기 위한 옷이다. 역대 배트슈트와 비교하자면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저스티스 리그>와 가장 유사한 스타일인데, 그보다 훨씬 현실적이고 인간적으로 꾸며졌다. 코스튬 감독 데이브 크로스만은 구소련의 우주복에서 영감을 받아 가시적인 솔기를 만들고, 이전의 전투가 남긴 선명한 스크래치들을 슈트 위에 새겼다.

시네마틱 완갑

배트맨의 장갑은 <택시 드라이버>의 슬리브 건에서 영감을 얻었다. 트래비스(로버트 드니로)가 책상 서랍의 레일을 잘라 직접 제작한 소형권총 장치는 소매 아래 숨겨져 있다가 팔의 움직임을 따라 순식간에 튀어나온다. 컨셉 아티스트 글린 딜런에 따르면 브루스 웨인이 오래 가지고 있던 물건들에 칼자루, 세탁기 부품 같은 것들을 더해 맞춤화한 완갑은 “고대 일본 또는 중국의 수리검을 토대로 하지만 작살 형태라 팔을 위로 들면 스스로를 방어할 수도 있다”.

팔코네의 선글라스

레드 카펫을 위한 근사한 안경을 직접 준비할 정도로 존 터투로는 안경의 멋을 잘 아는 뉴요커다. 어쩌면 그 감각은 <바톤 핑크>(1992)에서 편집증에 시달리는 극작가 바톤 핑크의 동그란 뿔테 안경에서부터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더 배트맨>을 준비하는 동안 터투로는 카마인 팔코네의 뉴욕에서 한 빈티지 선글라스를 발견하고는 그것이 카마인 팔코네를 위해 존재하는 것임을 직감했다. 코스튬 디자이너 재클린 듀런은 터투로가 뉴욕에서 사온 빈티지 선글라스를 입수한 뒤, 스턴트맨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오리지널 제품과 똑같은 소품용 선글라스를 몇개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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