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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운 (1955)
123분 드라마, 멜로·로맨스
스카프와 코트를 걸친 유키코가 폭격으로 폐허가 된 동경에서 도미오카를 찾아가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유키코와 도미오카는 전쟁 동안 동남아시아에서 같이 근무하면서 사랑에 빠졌었다. 유키코는 이혼한 도미오카에게 환영받을 거라고 기대했지만 상황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된다. 도미오카는 실제로 여전히 그의 아내와 장모와 함께 살고 있다. 그녀의 갑작스런 방문에 놀란 도미오카는 집을 나서고 그 옛 연인들은 여관에 투숙하게 된다. 도미오카는 아내가 병들어 있어서 도저히 그녀를 떠날 수는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다시 사랑에 이끌린 도미오카는 오래 버티지 못하고 요키코를 온천이 있는 여관으로 데려간다.
-서울시네마떼끄 나루세 미키오 회고전에서
하야시 후미코의 소설에 토대를 둔 <부운>은 나루세의 명실상부한 대표작 가운데 하나이며 일본 안에서 가장 사랑받는 나루세 영화로도 꼽힌다. 이 처연한 러브스토리는 전쟁 동안 동남아시아에서 함께 근무했다가 사랑에 빠진 두 남녀가 종전 뒤 일본에서 재회해 힘들게, 그리고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게 관계를 지속해나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나루세의 말대로 정말이지 끝까지 남자와 여자의 관계를 쫓아가는 이 영화는 사랑이 절대로 어떤 보상을 주는 것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리고 마치 ‘의지의 투쟁’을 벌이듯 사랑을 요구하는 여자주인공 유키코에게 쉬운 공감도 허용치 않는다. 영화는 그러면서도 끝내는 그 사랑에, 그리고 그 당사자인 유키코에 보는 이를 ‘굴복’시키는 기이한 힘을 보여준다. 한편 다양한 전개로를 통해 읽힐 수 있는 사랑 이야기라는 점에서 <부운>은 걸작의 또 다른 조건 하나를 갖춘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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