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2022 상반기 한국영화 결산①] 안전한 기획의 승리와 멀티캐스팅 시대의 종막
2022-09-01
진행 : 송경원
정리 : 정재현 (객원기자)
한국상업영화의 프로듀싱은 제대로 작동 중인가

송경원 한국영화 빅4의 윤곽이 어느 정도 나왔다. <한산: 용의 출현>이 630만 관객을 동원하며 손익분기를 넘겼고 <헌트> <비상선언> <외계+인> 1부 순으로 관객의 선택을 받았다(2022년 8월22일 기준).

송형국 <외계+인>은 세간의 비난이 많은 데 비해 비평적 관점에서 비판하는 흐름이 부족해서 아쉬웠다. 이 영화는 ‘할리우드를 향한 욕망으로 똘똘 뭉친 거대한 실패’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한국영화 사상 최대 규모의 실패이기도 하다.

송경원 궁색한 말이긴 하지만 아직 2부가 공개되지 않았으니 사상 최대의 실패라고 하긴 조금 이르다. 결과가 아쉽지만 CJ가 <명량>의 속편이 아니라 해외 시장의 확장까지 염두에 두고 <외계+인>을 선택한 건 나름 합리적인 시도였다고 생각한다.

송형국 <신과 함께>의 경우 1편과 2편을 따로 봐도 문제없는 2부작이잖나. <외계+인>은 아예 모험적으로 1편을 안 보면 안되는 영화이다 보니 2편의 실패는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이다. 시도 자체는 긍정한다. <범죄도시2>와 <한산: 용의 출현>은 안전한 기획이다. 결과적으로 올해는 안전한 기획이 선택받았다. 반대로 말하자면 다양성과 상상력의 측면에서 벗어날 수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외계+인>은 어떤 면에서 응원할 수 있는 모험적 시도였는데 실패해버렸다.

송경원 무엇이 문제였다고 보나.

송형국 의도는 좋았으나 그 종착지가 할리우드를 향한 섣부른 욕망이었다는 점이 아쉽다. 한국영화의 보수적이고 불안정한 투자 환경을 고려했을 때 안타까움의 정도는 훨씬 더 크다. <외계+인>에 할리우드를 의식하지 않은 장면이 과연 있는지 의심스럽다. 예를 들어 고려 시대 장면들도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제다이들이 다 했던 거다. 마블 영화에서도 캡틴 아메리카가 자국의 승리 역사를 가지고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신화를 쓰고. 그렇게 봤을 때 할리우드에서 안 한 게 <외계+인>에 과연 있나 싶다. <빽 투 더 퓨쳐> <미션 임파서블> <맨 인 블랙>의 장면과 설정들을 가져왔다. <범죄의 재구성>에 <프렌치 커넥션>이 들어가 있다고 해도 우리가 흉내냈다고 얘기하지는 않는다. 어떤 점에서 흉내이고 좋은 의미에서 사용이 되지 못했는가에 대해서 좀더 얘기할 필요가 있을 듯하다.

김소희 할리우드에 대한 욕망으로 정리해주었는데 그걸 실패의 원인으로 보기엔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욕망이 있고 그걸 실현했음에도 왜 관객의 외면을 받았는지 질문하는 게 더 적절해 보인다. OTT 플랫폼에서 개봉한 <승리호>와 달리 <외계+인>은 실패하더라도 극장에서 틀 수밖에 없는 영화였다. 1편의 실패가 반드시 2편으로 이어질 거라고 판단하기엔 이르다. 2부가 공개될 시점에 다시 1부를 공개하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궁금하다. <외계+인>은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를 계속 질문하게 되는 영화였다. 그건 <비상선언>도 마찬가지다. 흥행하는 영화와 비평적으로 얘기해보고 싶은 영화는 다르다고 느꼈다. 두 작품 모두 흥행은 실패했지만 그래서 더 많은 논쟁 거리를 남기고 있다.

기획 상업영화의 프로듀싱 문제

송경원 오늘의 큰 화두가 될 수도 있는데, 상업영화와 작가영화 두 영역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창작자 스스로 상업, 작가라고 구분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받아들이는 쪽에서 이런 용어들을 편의적으로 섞어 쓰는 방식에 위기감을 느낀다. <비상선언>과 <외계+인>은 연출자가 시도한 작품적인 성취와 별개로 기획 상업영화로서 실패인 건 분명하다.

김병규 <외계+인>에 장르적 오리지널리티가 부재하다는 지점이 영화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긴장감 있는 기획의 절차가 부재한 점을 많이들 우려했고 그 우려는 현실화됐다. 어떻게 이렇게 미완결된 1편으로 설득력을 갖출 수 있다고 판단했을까. 극장 산업, 극장 관객이 정말 더이상 팽창할 수 없을 만큼 과잉됐던 시기가 있었고 코로나19를 겪으며 그 이전으로는 복귀할 수 없는 수치들이 있다. <외계+인>은 코로나 이후 관객이 흥미를 느끼는 지점들을 건드려주지 못한 영화였다. 텍스트만 놓고 본다면 최동훈 감독은 관객이 상황과 전모를 알 수 없을 때 그 상황의 한복판에서 이야기를 시작해 관객을 몰입시키는 종류의 이야기꾼이었다. 그에 반해 <외계+인>은 상황이 계속 갱신되며 집중력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계속 새로 시작하는 느낌이었다. 탁월한 이야기꾼인 그 스스로도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계속 회피하는 인상을 받았다. 집중력이 약화된 이야기가 되어버린 게 규모가 너무 커서인지, 1, 2부로 나뉜 구성 때문인지, 그것도 아니면 관객의 대중성을 맞추고자 했던 잘못된 판단이었는지, 그 부분을 고민해보는 것이 <외계+인> 흥행 성적이 한국 영화산업에 남겨준 단서일 것이다.

송경원 최동훈 감독은 충무로에서 상징적인 바가 있다. 생각해보면 최동훈 감독은 평단의 호평이나 비평적인 성취와 별개로 흥행이 늘 순조로웠는데 처음으로 다른 결과가 나왔다. 단순히 흥행 감독의 차기작 실패를 넘어 하나의 신호처럼 보인다. 코로나 이전 프로듀서와 감독의 관계를 마치 대결구도인 양 이분법적으로 접근한 부분이 있다. 기획의 지나친 간섭이 창작을 저해할 거라는 이상한 믿음도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 보니 규모가 큰 작품일수록 프로듀싱이 제대로 작동 중인지 의문이다.

김병규 그런 의문이 드는 작품들이 사실은 꽤 많았다. 가령 <서복>이나 <승리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외계+인> 2부작 구성이 어떻게 통과됐을까 궁금하면서 그에 대비해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이 <범죄도시2>의 사례다. 신인감독이 천만 영화를 만들었는데 아무도 감독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고 있다. 기획자와 스타의 이름이 전면에 남는, 이것이 완벽한 기획영화의 사례이지 않나. 관객이 선택한 <범죄도시2>와 외면당한 <외계+인> <비상선언>의 차이를 비교할 필요가 있다. 크게는 두 가지 차이가 눈에 띈다. 하나는 상영시간, 다른 하나는 배우 캐스팅이다.

송경원 <범죄도시2>야말로 전통적인 할리우드 스튜디오 모델이다. 스타를 중심으로 명확한 하이 컨셉이 있는, 제작자의 프로듀싱이 선명한 모델 말이다. <외계+인>이나 <비상선언>의 경우는 멀티캐스팅을 중심으로 규모를 키워왔던 하나의 모델이 비로소 무너졌다고 느낀다. 언젠가부터 규모 있는 한국 상업영화에서 멀티캐스팅은 필수요소처럼 자리 잡았는데 그 과정을 한번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김병규 <비상선언>을 보면서 멀티 스타 캐스팅에 기대며 프로듀싱이 통제가 안되고 있구나라는 인상을 받았다. 송강호와 전도연 배우가 저런 캐릭터로 나올 줄은 몰랐다. 이런 중량감 있는 배우들이 이야기의 중심에서 이끌고 가기 힘든 캐릭터를 맡았다. 배우의 의도와 관계없이 이야기의 발목을 잡아끌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다. 캐릭터를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것과 그 인물들이 나오는 장면의 밀도가 헐거워지는 건 다른 문제다. 분량을 할애하지 않아도 되는 캐릭터한테 굳이 사연을 덧붙이고 장면을 덧붙이다 보니 전반적으로 너무 느슨해졌다. 그런 점이 <범죄도시2>와 대비된다. 가령 <비상선언>의 임시완과 <범죄도시2>의 손석구는 모두 사연 없는 악인이다. <범죄도시2>는 별다른 사연을 덧붙이지 않는 방식으로 악인을 처리하는 반면 <비상선언>은 임시완이 빠르게 퇴장한 후 수많은 사람들이 사건에 난입하고 에피소드를 이어가야 한다. 전반적으로 난삽해진다고 할까. 그런 식으로 전개와 밀도가 흩어지는 게 문제다.

김소희 일정 부분 동의하면서 다른 각도에서 살펴보고 싶다. 가령 한국영화의 멜로드라마가 쇠퇴하는 것과 모종의 연관성이 있을 수도 있다. 멀티캐스팅이 대세가 되며 피해를 본 장르 중 하나가 멜로드라마다. 집중력 있는 관계가 필요한 영화들은 멀티캐스팅이 불가능하고, 자연스럽게 특정 장르들이 배제되어왔다. 주로 남성 캐릭터가 대거 출연한다든가 아니면 여성이 있어도 동상이몽을 하면서 이야기가 에피소드식으로 흩어져 있거나 몰려 있는 패턴이 다수다. 멀티캐스팅 역시 처음엔 기존 한국영화의 패턴에 대한 피로감을 타개하려고 등장한 건데 이제는 거꾸로 멀티캐스팅에 대한 피로감이 절정에 달한 것 같다.

송경원 2000년대 초반 한국영화를 이끈 1세대 프로듀서들이 있었다. 차승재 대표처럼 스타 프로듀서와 제작사를 중심으로 다양한 소재의 영화들이 만들어졌다. 형사, 조폭영화 등 몇몇 장르영화들이 성행하기도 했다. 그러다 대형 배급사를 중심으로 한 스튜디오 시스템이 구축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기획영화의 프로듀싱이 감독의 창작력과 대립한다는 착시가 시작된 것 같다. 그리고 여기서 또 하나 이상한 혼선이 빚어진다. 스타 감독과 작가의 개념이 모호하게 남발되는 것이다. 최동훈은 한번도 작가였던 적이 없다. 그런데 감독의 창작력을 보호한다는 미명하에 아무도 건드리지 못한 게 아닐까 의심한다. 심지어 최동훈 감독으로 대표되는 모델은 멀티캐스팅을 중심으로 규모와 이야기를 늘려가는 방식이다. 이 욕망을 내버려두면 규모는 한정없이 늘어난다. 나는 프로듀서가 이걸 제어하는 일종의 브레이크 역할을 해왔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비상선언> <외계+인>의 추이를 보며 한국영화에 프로듀서 시스템이 브레이크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송형국 반대로 살펴볼 부분도 있다. 투자 및 제작의 의사 결정 과정에 관해 대기업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철학 자체는 긍정할 만하다. 가령 투자배급의 역할은 투자배급만, 제작은 철저히 자율에 맡기는 식으로 접근한다. 대기업을 막연히 적대시하는 경향은 경계해야 한다. 실제로 이런 방향성을 가지고 운영해온 CJ, 롯데 등 대형 제작사 덕분에 오늘날 한국영화의 규모가 유지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건 굉장히 한국적인 형태다. 할리우드 시스템과의 차별성이 있다. 대기업 투자배급사 고위 간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부서간 자율성이 상당히 보장되는 장점이 있다. 시스템이라는 미명하에 이걸 정량화할 때 문제가 생기는 거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의 실패를 전반적인 시스템의 문제로 확장하는 것은 위험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이런 한국적인 모델들 덕분에 박찬욱, 봉준호가 탄생한 게 아닐까. 기획과 제작 단계에서 진짜 통제가 부족했는지에 대해 판단하는 것은 아직 섣부르다.

김병규 동의하면서도 논의가 시작될 여지는 충분하다고 본다. 올여름 한국영화들을 보면 감독과 협업하는 제작자의 존재감이 거의 없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는다. 창작자의 자율성을 보장한다는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달리 보면 방기일 것이다. 프로듀서도 창작자다. 봉준호와 박찬욱의 사례를 다시 생각해보면 봉준호는 차승재 대표와 신인 시절부터 같이했고 박찬욱은 초기작의 흥행 실패 이후 명필름의 기획 영화감독으로 감각을 되찾았다. 그런 의미에서 큰 방향성을 제시하는 존재감 있는 프로듀서가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다.

스타 프로듀서의 시대와 스타 감독의 시대, 그리고 지금

송경원 1세대 스타 프로듀서들은 일종의 우산 같은 역할도 했다. 투자나 자본의 욕망으로부터 감독의 창작력을 보장하고 육성하는 역할 말이다. 지금은 오히려 좀 이름값이 있어 어느 정도 규모를 맡길 수 있는 감독, 멀티캐스팅을 통해 제작비를 확보할 수 있는 감독에게 완전히 끌려가는 듯한 형국이다. 반면 <범죄도시2>를 생각해보면 마동석이라는 스타 겸 프로듀서가 전체를 기획하고 조율한, 교과서라고 해도 좋을 만큼 전통적인 스튜디오 모델에 가깝다. 예전 같으면 <범죄도시2>를 놓고 감독이 보이지 않는다며 비판할 것 같은데 지금 보니 오히려 기획이 작동하는 정상적인 모델처럼 보이는 지경이다. 그렇다면 왜 프로듀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가. 이유를 단순화하는 건 위험하지만 위에서 언급했듯 스타 감독이 기획영화의 통제를 벗어나는 순간이 있었다고 본다. 어느 순간부터 용어들이 마구잡이로 섞이면서 작가의 창의력을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스타 감독의 접근 방식이 기획의 하이 컨셉마저 밀어냈던 게 아닐까. 최동훈과 한재림 감독으로 대표되는, 스타들을 기용한 멀티캐스팅 중심의 이야기 확장이 그런 모델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투자를 하기에도 용이하고 여러 장르와 스타일이 섞여 있으니 안전해 보이기도 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영화의 본질은 더하는 것보다 빼는 것에 있다고 본다. 제한된 상영시간과 극장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환상이 영화를 영화답게 한다. 하지만 한국의 기획 상업영화가 손쉽게 택한 길은 그 반대 방향이었다. 올여름 영화들의 결과가 한편으론 멀티캐스팅 중심으로 확장하던 한국 기획영화의 종막을 고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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