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2022 상반기 한국영화 결산①] 한국영화에서 지워져가는 것들과 다시 보면 보이는 것들
2022-09-01
진행 : 송경원
정리 : 정재현
<소설가의 영화>

송경원 어떤 경향이 유행하면 그 반대편에서 삭제되는 것들이 있다. 지난해도 별반 다르지 않았지만 올해는 한국영화 중 눈에 띄는 여성 캐릭터조차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송형국 <범죄도시2>는 여성 캐릭터를 다루는 방식에 있어 조심해야 한다는 걸 넘어 아예 여성 인물의 등장 자체를 삭제해버린 수준이었다. 현재 한국영화계에서 표면적으로 여성 인물을 다루는 데 있어 조심하는 기류가 있는데 그 속에 무엇이 숨어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신중한 염려가 또 다른 배제로 형상화될 수 있다.

김소희 여성 주연 흥행 영화가 없다는 사실이 조급하게 느껴지거나 남성 주연 영화의 부흥을 보면서 여성 캐릭터의 부재를 의문시하지 않았다. 스스로 왜 그럴까 생각하니 OTT를 중심으로 한 시리즈 영화가 부상하고 영화와 드라마의 경계가 옅어지면서 여성 주연 영화에 대한 갈증을 거의 느끼지 않게 된 것 같다. 이것이 영화의 위기를 증명하는 현상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 상업영화 바운더리에서 만들어지는 여성 주연 영화가 빤하게 느껴지다 보니 더이상 서로에게 거는 기대가 없어졌달까.

송경원 확실히 OTT 시리즈나 드라마에선 여성 주연물이 많다. 한소희 주연의 <마이 네임>도 그랬고 최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도 그렇고. 영화의 경우 투자 결정의 기준이 한쪽으로 치우친 것 같기도 하고. 여성 캐릭터가 얼마나 많이 나오는가보다 걱정스러운 건 제대로 활용을 하고 있는지의 문제다.

김소희 남성 주연 영화가 흥행에 실패한다 해서 아무도 남성 주연 영화를 없애야 한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여성 주연 영화는 여성이 강조가 되며 흥행 실패의 핀트가 단순히 여성 캐릭터의 탓인 양 맞춰지는 분위기가 있다. 여성 주연을 찾는 문제를 넘어 여성성을 어디에서 어떻게 찾을 것인지를 고민해야 하는 단계에 왔다. <범죄도시2>를 생각해봐도 마동석 배우는 ‘마블리’라는 캐릭터를 갖고 있지 않나. 한 사람 안에서의 남성성의 극단이 여성성과 결합하는 측면이 있다. 영화 속 캐릭터의 남성성과 여성성은 실제 남성과 여성의 유형과는 분명 다르다. 그 구분을 분명히 해야 하고, 단순히 여성성의 실종, 여성 캐릭터의 배제로는 아무 이야기도 진전시킬 수 없을 것 같다.

김병규 그런 의미에서 상반기 영화 중 굉장히 독특한 방식으로 여성들의 관계를 그린 영화는 홍상수 감독의 <소설가의 영화>였다. 홍상수 감독은 전에 본 적 없는 방식으로 영화와 모델 혹은 연출자와 배우, 카메라와 피사체를 그린다. 이전까지 홍상수 영화의 감독들은 주로 남성들이었다. 그 남성들이 영화에 여성들을 끌어들이면 여성 피사체는 그것을 서술하는 식으로 구성됐다. 그런데 이혜영 배우가 여기 침입하며 굉장히 독특한 구조의 변화가 생겼다. 단순히 두 인물간의 관계 차원이 아니라 영화의 형식과 질감 자체를 뒤집어버린다는 점에서 대단히 특별한 사례다.

김소희 사실 예술영화, 저예산영화들을 보면 여성 주연 영화들이 꾸준히 만들어지고 있다

<불도저에 탄 소녀>

송경원 그러고보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소개된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나 상반기 개봉한 <불도저에 탄 소녀> 등이 생각난다. 좋은 영화들은 언제나 주변에 있다. 새삼 이런 영화들을 부지런히 찾아 소개하고, 관객과의 접점을 만들고, 이야기를 나눌 장을 넓히는 게 언론과 평론의 역할이 아닐까 싶다.

김병규 <소설가의 영화>는 여성들이 사라지거나 대상화되는 방식으로 묘사되고 있다는 기존의 담론이 그것밖에 없는지 캐묻고 있다. 논의를 확장하자면 이건 여성 서사는 물론 한국영화 전반에 대한 심문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외계+인> 1부가 시간 여행을 하며 이곳저곳을 돌아다닐 때 <소설가의 영화>는 극장 문을 열고 나오는 것만으로 세계의 변형을 일으키면서, 영화에서 공간성이 무엇인지 묻는다. <헤어질 결심>이 번역기를 통해 한국어와 중국어를 오갈 때, 고요한 수어 장면으로 영화와 언어의 관계를 묻는다. 도식화되고 규격화돼 있는 제도권 안에서 나오는 상업영화들에서 제기되지 않는 날카로운 탐문이 무엇인지 재고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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