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2022 상반기 한국영화 결산①] 관객과 극장,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2022-09-01
진행 : 송경원
정리 : 정재현
<헤어질 결심>과 <탑건: 매버릭>은 어떻게 관객의 선택을 받았나
<헤어질 결심>

송경원 <헤어질 결심>과 <탑건: 매버릭> 이야기를 해보자. 두 영화의 흥행 패턴이 몇년간 보지 못했던 모양새다. 이 두편은 조금 결이 다른데 각각 이야기해볼 수 있을 것 같다. <헤어질 결심>은 박찬욱의 영화 중 가장 대중적이라는 초반 반응이 있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초반엔 흥행이 저조했다. 그런데 입소문으로 차츰 관객이 모여 어느새 200만명을 바라본다. 와이드 릴리즈 방식으로 몰아주었던 승자 독식의 한국 배급 상황에서는 보기 힘든 모델이었다.

김소희 <헤어질 결심>은 처음 보고 나왔을 때 ‘뭐지?’라는 생각이 들고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한 작품이다. 다시 봐도 너무 피로하지 않고 발견되는 것들이 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생각이 든다. 손익분기점이라는 고지를 향해 팬들이 합심해서 달려가는 느낌이다. 관객 n차 관람도 한몫하지 않았을까.

송형국 15살 딸이 <헤어질 결심>을 처음 보곤 잘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다. 그런데 SNS에 돌아다니는 <헤어질 결심>에 관한 이야기를 본 뒤 다시 가서 봐야겠다고 하더니 두 번째 볼 때 영화가 눈에 들어온다고 하더라. 와이드 릴리즈에서의 불공정과 이에 따른 수많은 폐해들의 반대편에서 가늘고 길게 가면서 작품성을 가지고 갈 수 있는 패턴이 만들어졌는데 SNS가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 좋은 작품과 팬덤이 만나는 사례도 그렇고.

김병규 <헤어질 결심>은 재관람, 재재관람으로 갈수록 두 사람간의 사소한 대사나 장면이 만들어내는 무언가를 다시 확인하고 싶다는 반응이 있었다. 더군다나 <헤어질 결심>은 스마트폰이든 스마트워치든 자기 이미지와 자기 목소리를 계속해서 조정해나가는 방식으로 서사가 꾸려지고 있기 때문에 n차 관람을 하는 관객의 경험과 영화의 서사가 직접적으로 결부된 차원이기도 하다.

송경원 코로나19 이후 재개봉, 재관람에 익숙해진 것도 한 가지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초반의 부진을 딛고 관객이 긴 시간 꾸준히 드는 것이 한국영화 시장을 향한 어떤 신호처럼 보이기도 한다. 한편 결과적으로 올해 여름 극장가의 승자가 된 <탑건: 매버릭>은 성격이 좀 다르다. CG 범벅인 마블식 영화의 대척점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동시에 80, 90년대 상업영화에 대한 향수도 있는 것 같다.

<탑건: 매버릭>

송형국 <범죄도시2>든 <한산: 용의 출현>이든 <탑건: 매버릭>이든, 대중적으로 재미있게 잘 만들면 흥행한다. 마블 영화를 향한 피로도 누적은 틀림없이 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톰 크루즈가 리얼 액션을 하고 아날로그를 지향한다고 말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가령 VFX로 점철된 영화와 그렇지 않은 영화의 가장 큰 차이는 카메라 움직임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공중전을 보여주더라도 톰 크루즈의 영화는 몇 차례의 마스터숏을 제외하면 파일럿의 시점숏과 리액션숏이 대부분이다. 마스터숏의 카메라도 트라이포드에 고정한 상태에서 패닝하거나 수평 트래킹을 하는 정도다. VFX로 가득한 영화의 피로감은 우리의 시선이 어떻게 분산당하느냐의 문제다. CG 액션의 시대에 <탑건: 매버릭>류의 영화가 보여준 카메라의 태도는 분명히 귀한 것이다.

김병규 멀티 플롯의 관심은 사그라들며 직선적이고 클래식한 구성을 취한 작품들에 이제 손을 들어주는 듯하다. 이때 고려해야 할 부분은 클래식한 서사가 갖는 보수성이나 남성 중심적인 측면이 있고 이같은 점은 영화에 은폐되어 있다는 것이다. <탑건: 매버릭>은 깔끔하게 만들어진 대중영화지만 도착적인 부분도 있다. 어떻게 죽은 아버지와 똑같은 콧수염을 달고 다니는 캐릭터가 있을 수 있나. 이는 캐릭터를 이루는 요소라기보다는 이 영화가 매버릭이라는 군인 남성의 시점 안으로 환원되었음을 비추는 노골적인 지표다. 이런 서사가 아무런 부담이나 거부반응 없이 수용되었다는 지점은 할리우드적인 승리의 반복이기도 하지만 <범죄도시2>와 연관해보면 성찰이 없는 비평의 문제와도 함께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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