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Y를 거친 여섯명의 선배 영화인이 비엔티안으로 금의환향했다. FLY2024 참가자를 응원하고, 영화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이들에게 실질적 조언을 건네기 위해서다. 각국에서 전방위로 활약 중인 졸업생들이 느끼는 업계의 현실은 어떨까. 후배들을 만나기 전, 졸업생들은 라운드 테이블에 모여 출신 국가 영화계의 냉혹한 현실과 개선 방안을 함께 논의했다.
필리핀 졸업생 엘린 벤디술라(2012년 졸업), 지오 테렌스 곤잘베스(2018년 졸업)
“필리핀의 수많은 지역 영화제가 자신만의 영화를 선보이고 싶은 이들에게 기회를 주는 플랫폼으로 기능하지만, 그 지원이 궁극적으로 영화인들에게 재정적 수익을 가져오지 못한다. 한국의 경우 영화진흥위원회 등 기관이 독립영화를 위해 200만달러 정도의 금액을 지원한다고 들었다. 필리핀 또한 같은 규모의 돈을 지원하지만 단위가 페소라 영화산업이 선진화된 나라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액수다. 임금체불과 열악한 근로환경 역시 필리핀 영화계의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해결되어야 한다. 관례적으로 계약금의 20%를 영화가 완성된 후에 지급하는데, 그 시점이 제각각이다. 24시간 이상 쉬지 않고 촬영하는 일도 허다하다. 다행히 지역 영화 커뮤니티가 이 문제를 인식해 현장 근로자들을 보호하며 좋은 작업 환경을 보장하기 위한 법안을 입안하려 노력 중이다.”
싱가포르 졸업생 리프얄 기파리(2016년 졸업)
“싱가포르의 경우 정부 보조금을 통해 영화산업의 내수시장이 돈다. 최근 싱가포르 영화계는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국가간 공동제작을 통해 영화를 만드는 추세다. 국제 공동제작을 통해 싱가포르영화의 가시성을 전세계에 드높이고, 특정 타깃 관객층과 시장을 겨냥한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아쉽게도 싱가포르의 관객들은 자국의 영화보다는 할리우드영화나 한국영화를 더 선호한다. 싱가포르 제작자들은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처럼 싱가포르에서 로케이션을 진행한 영화나 앤서니 첸같이 해외 영화제에서 인정받은 싱가포르 출신 감독이 등장하면 비로소 자국 영화가 관객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눈치다. 하지만 아직은 현지의 직접적인 영화시장의 성공으로 연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지금 싱가포르 정부의 보조금은 실적이 있는 제작자에게 주로 돌아간다. 그래서 소규모 영화나 신인 영화 제작자는 이 수혜를 누리지 못해 꿈을 접는 상황이다. 구조적 문제로 좌절한 창작자들을 어떻게 지원할지 고민해야 한다.”
브루나이 졸업생 아민 아바라한(2018년 졸업)
“브루나이는 여전히 창작하는 일이 직업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브루나이에는 아직 영화산업 전반에 체계와 자금을 운용하는 절차가 갖춰져 있지 않다. 최근 브루나이 영화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이 있었다. 정부 예산이 투입된 대규모 상업영화가 개봉 준비 중이었는데, 그 예산이 영화와 무관한 곳에 사용됐다는 사실이 크랭크업 한달 뒤에 발각됐다. 횡령범은 다른 나라로 도주했고, 그를 처벌할 법이 없어 처벌하지 못했다. 그래서 브루나이 영화계는 현재 다른 나라의 영화 지원 정책과 국가사업의 케이스 스터디를 통해 체계를 만들어가는 중이다.”
라오스 졸업생 타노우페트 온마벵(2014년 졸업)
“라오스의 경우 일년에 한두편의 영화가 제작된다. 라오스 전체에 9개의 영화관이 있고 수도 비엔티안에 3개의 개봉관이 있다. 관객이 영화관을 찾는 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우선 티켓 가격이 너무 비싸다. 식사 한끼가 5만낍인데 영화 한편의 티켓값은 보통 10만낍이다. 인력도 자본도 부족하지만 그럼에도 라오스엔 영화를 만들고자 하는 이들이 모여 매년 두개의 영화제를 개최한다. 이중 란상영화제라는 단편영화제에 수많은 감독 지망생이 연출작을 출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