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아세안 차세대 영화인재 육성사업(이하 FLY2024)의 여러 프로그램 중 자막 현지화 및 더빙 전문회사 아이유노의 말레이시아 법인장 조앤 칸의 특강은 참가자들의 열렬한 호응을 끌어냈다. 강의의 제목은 ‘미디어 현지화(로컬라이제이션)는 무엇인가?’. FLY2024에 참가한 영화학도들 모두 자국의 문화콘텐츠만 소비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리고 자국의 미디어 업계를 넘어 세계 영화시장에 진출하길 꿈꾼다는 점에서 자신의 작품을 수출국의 언어로 로컬라이징하는 여러 전략에 관심을 기울였다. 참가자들의 질문은 <씨네21> 독자들이 로컬라이제이션에 관해 가질 법한 의문과 맞닿아 있다. 특강 중 나온 인상적인 Q&A를 <씨네21>이 단독 지상중계한다.
Q. 로컬라이제이션은 원본 IP에 대한 저작권을 가진 주체가 특정 국가의 배급사에 콘텐츠 배급을 제안하는 과정인가.
A. 로컬라이제이션은 배급 이후의 과정이다. 플랫폼이 콘텐츠를 구매하면 배급 전 로컬라이제이션을 담당하는 회사와 협업한다. 배급할 지역이 정해지면 자막, 더빙 등 해당 지역에 맞는 전략을 수립한다.
Q.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을 고려한 기능 추가 역시 로컬라이제이션의 일환인가.
A. 물론이다. 이 문제는 비용 집행과 결부된다. 다양한 사람들을 포괄하는 로컬라이제이션을 수행하려면 플랫폼이나 배급사가 사업의 관점에서 로컬라이제이션 전문 회사에 업계의 포용성을 지속하는 의의의 투자를 꾸준히 진행해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OTT 플랫폼은 콘텐츠의 흥행 여부를 담보할 수 없다거나 수익 균형을 맞추기 어렵다는 이유로 로컬라이제이션을 진행하지 않는다. 이때 주요 변수 중 하나가 국가정책이다. 예컨대 말레이시아 정부는 모든 말레이시아 콘텐츠에 오디오 설명을 포함하도록 방송법을 제정했다. 그러면 글로벌 플랫폼은 말레이시아를 위한 로컬라이제이션을 진행한다. 하지만 이때 타산이 맞지 않으면 로컬라이제이션의 설치 비용은 해당 국가의 국민이 추가로 부담해야 할 수도 있다.
Q. 전세계에서 가장 큰 플랫폼인 넷플릭스의 로컬라이제이션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A. 처음에는 주요 언어만 포함한 콘텐츠를 출시한 후, 성과가 좋을 시 보다 다양한 언어를 추가한다. 넷플릭스가 자체 제작한 콘텐츠는 플랫폼에 영구적으로 제공되기 때문에 보통 15~16개 주요 언어의 자막과 더빙이 제공된다. 하지만 저작권 연한이 있는 콘텐츠를 구매해 배급하는 경우 게시 기간에 부합하는 로컬라이제이션 투자만 이루어지다 보니 제공하는 언어의 수가 적을 수밖에 없다.
Q. 향후 로컬라이제이션 사업의 확장 가능성은 어떠한가? 인공지능(AI)의 발달이 로컬라이제이션의 발전에 도움을 줄까.
A. 로컬라이제이션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는 중이다. 최근 인도아리아어군의 프라크리트에 속하는 팔리어 로컬라이징을 진행했다. 이전에 작업한 적 없던 언어지만 수요가 보장되니 소수언어의 리소스를 찾는 작업을 진행한 것이다. AI 기술의 발전으로 로컬라이제이션은 훨씬 효율적이고 광범위해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AI는 인간의 대체재라기보다는 작업 효율성을 높이는 도구 정도다. 여전히 최종 결정을 내리고 번역을 미세 조정해 원의에 가깝게 로컬라이징하는 결정권은 언어학 전공자들에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