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혼란스러웠던 11일이었다. 12월3일 현직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12월14일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기까지 온 국민은 잔뜩 긴장하며 정국을 살펴야 했다. 우선 <씨네21>은 2차 탄핵소추안이 가결될 것인지 온갖 추측이 난무하던 12월11일 수요일, 국회 내부로 들어가 긴장감이 감도는 정계의 기운을 포착했다. 그리고 마침내 12월14일 거리의 온 시민이 <다시 만난 세계>를 부르던 그때의 현장에도 함께했다.
12월11일 국회 본회의는 국무위원 현안 질문 등으로 본격적인 탄핵 정국의 한복판을 통과하고 있었다. 본회의가 끝나고 의원들이 퇴장하자 국회 본관 로텐터홀은 수많은 취재진의 열기로 가득 찼다. 하지만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특별한 입장 발표 없이 묵묵하게 국회를 나섰다.
<씨네21>은 영화 <나의 촛불>을 연출하기도 한 주진우 기자와 함께 국회 곳곳을 누볐다. 주진우 기자는 국회를 오가는 국회의원들을 붙잡으며 탄핵 정국에 대한 소감을 물었고, 주요 사안은 역시 국민의힘 당론의 동태였다. 야당 의원들은 대개 여당이 심히 혼란스러워하고 있으며 오는 14일엔 분명 탄핵안이 가결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사진은 인터뷰 중인 주진우 기자와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최고의원(왼쪽부터).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중심에 있던 추미애(왼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탄핵이 되지 않는 이상 내란 상태는 지속되는 것이고 대통령의 발언 하나하나가 내란의 후속 조치나 다름없다”라며 “수사기관의 긴급체포와 국회의 탄핵 가결이 시급”하다는 강경한 의견을 밝혔다. 영하의 날씨에도 그의 목소리는 점차 커지고 인터뷰는 길어졌다.
국회 본관 바깥에서도 취재는 끊이지 않았다. 일부 취재진이 유상범(오른쪽) 국민의힘 의원을 쫓아 탄핵 정국에 대한 입장을 물었지만, 유상범 의원은 사전 협의되지 않은 인터뷰에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유상범 의원을 끝까지 붙잡고 최소한의 답변을 구했으나 돌아오는 것은 침묵뿐이었다.
이날에도 여의도 거리에서 울려 퍼지는 시민들의 목소리는 국회 안까지 들려왔다. 거리로 나선 것은 시민뿐만이 아니었다. 정청래(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야광 검을 들고 집회 현장을 누볐다. 이외에도 거리의 많은 시민과 인터뷰를 나눈 주진우 기자는 “<서울의 봄>을 보고 현 정국에 관심을 가지는 젊은 층이 많았다”라고 기억하며 영화 매체의 힘을 역설하기도 했다. 더하여 “계엄 첫날부터 국회에 계속 머무르다 보니 이 모든 현실이 영화보다 더 영화 같다”라며 “지금까지 수집한 탄핵 정국의 일대기를 이후 <나의 촛불>처럼 다큐멘터리영화로 만들 계획을 세우고 있다”라고 밝혔다.
영화산업 위기극복 영화인연대(이하 영화인연대)는 14일 오전 11시 국회의사당 정문에서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가졌다. 문화예술인 일동은 “내란을 종결하고 평화를 찾는 첫 단계는 내란 수괴 윤석열의 체포와 탄핵”이라며 “우리는 새로운 시대를 열어나가는 광장의 시민들과 함께 기록하고 만들며 춤을 추고, 노래할 것”을 선언했다.
국회의사당 앞에 상여가 등장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소속 농민들이 “어허이 어허이” 곡소리를 내며 ‘근조 윤석열 정권’이 적힌 꽃상여를 들고 국회의사당으로 향했다. 전국농민회총연합은 “더이상 반민주적인 정권과 잔당을 두고 볼 수 없다”며 “역사의 무덤에 이를 영원히 묻어버리자는 의미”로 상여를 들었다고 밝혔다.
탄핵소추안이 가결돼도 긴장을 늦출 순 없다. 탄핵소추안은 사건번호 ‘2024헌나8’이 되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을 거친다.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2차 본회의 직후, 시민들은 1차 탄핵소추안 표결 당시 정족수 미달을 만들어 개표 절차를 폐기하게 만든 국민의힘의 중앙당사 앞에서 성토를 이어갔다.
“대통령 윤석열 탄핵소추안은 총투표수 300표 중 가 204표, 부 85표, 기권 3표, 무효 8표로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탄책소추안 가결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자리에 일어나 환호했다. 시민들의 눈물과 환희가 뒤섞인 가운데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가 흘러나왔다. 이후 늦은 저녁이 되어서도 시민들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시민의 귀갓길을 독려하기 위해 계속 울려 퍼지던 노래는 <뜨거운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