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제 8회 부산국제영화제 결산 [7] - 정두홍 vs 토니 자 ②
2003-10-16
글 : 문석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정두홍 | 너무 뛰어난 배우를 데리고 찍어서 좋았겠다. 그래도 뭔가 어려움은 없었는지.

판나 리티크라이 | 글쎄…. 확실히 말하건대 얘는 천재다. 내가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의 연습벌레다. 모든 기술을 완전히 습득한 것 같은데도 연습을 하루에 다섯 시간씩 한다.

토니 자 | 몸이 아파도 기절할 정도로 연습을 해야 한다. 어떤 액션장면을 떠올리곤 내가 할 수 있다 없다를 테스트 해본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밤 12시가 된다.

정두홍 | 지금 몸무게가 어떻게 되나.

토니 자 | 63kg다. 다음 영화를 위해서는 62kg를 유지해야 하는데 부산 와서 음식을 마구 먹다보니 조금 쪘다.

정두홍 | 나도 공중에서 오래 떠 있으려고 체중조절을 열심히 하곤 했다. 그리고 3∼4년 동안 다리에 납덩이를 달고 야밤에 운동을 하기도 했다. 그 결과는 척추 연골 5개가 서로 붙어버린 것이다. (웃음) 이젠 조금만 높은 데서 뛰어도 허리가 아프다.

판나 리티크라이 | 나도 그렇다. 전세계 무술감독들이 똑같은 병을 앓고 있다.

정두홍 | 그런데 이렇게 ‘No 와이어 No CG’를 표방하며 사실적인 액션을 추구한 이유는 무엇인가.

토니 자, 판나 리티크라이 | 그건 감독에게 물어봐라.

정두홍 | 그렇게 스턴트맨들을 고생시키니 감독이 굉장히 변태 같은 사람인가보다. 나는 스턴트맨 편이다. 그건 학대다.

판나 리티크라이 | (웃음) 그건 나도 인정한다.

정두홍 | 와이어 액션과 컴퓨터그래픽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판나 리티크라이 | 좋다, 나쁘다는 차원으로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어차피 현실적으로 할리우드에서 많이 쓰고 있지 않나. 대신 우리는 그들과 차별성을 보이자, CG와 와이어를 배제하자, 그런 생각이었다.

정두홍 | 처음 영화를 해보니 어떻던가.

토니 자 | 가장 자랑스러운 것은 내가 스타로 떠올랐다는 것보다는 전통의 무에타이를 타이와 전세계에 알렸다는 사실이다. 타이에서는 무에타이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 영화가 개봉된 뒤 청소년들 사이에서 무에타이 붐이 불었다.

정두홍 | 존경하는 인물이 있나.

토니 자 | 당연히 이소룡, 성룡, 이연걸 등이다. 내가 그들의 영화를 보고 자랐으니 그들은 내게 스승이나 다름없는 존재들이다.

정두홍 | 그들은 무술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스승으로 여길 만한 사람이다. 혹시 한국 액션영화는 본 적이 있나.

토니 자 | 굉장히 좋아한다. <쉬리>부터 <조폭마누라>까지. 한국 액션영화는 홍콩 액션영화와 확실히 느낌이 다르다.

정두홍 | 어쨌건 당신은 타이에선 스타가 됐겠다.

토니 자 | 음…. 분명히 달라지긴 달라졌다. 여기저기서 부르고 한다. 하지만 나는 예전 생활과 달라져선 안 된다는 생각에 연습을 열심히 하고 있다. 여자에게도 큰 관심이 없다.

정두홍 | 술, 담배는 하는지.

토니 자 | 안 한다.

정두홍 | (핀나 리티크라이를 가리키며) 저쪽을 따라가면 큰일난다. (웃음) 스턴트맨은 술, 담배를 계속 멀리해야 한다.

토니 자 | (웃음) 그러겠다.

정두홍 | (핀나 리티크라이에게) 혹시 토니 자가 거만해지지 않았나.

판나 리티크라이 | 아직 아니다.

정두홍 | 만약 거만해졌다고 하면 혼내주라는 이야기를 하려 했다. 하긴, 당신은 뭐라고 할 자격이 없다. (웃음) 술 마시지 마라. 토니가 보고 배운다. (웃음)

판나 리티크라이 | (웃음) 알겠다.

토니 자 | (핀나 리티크라이에게) 앞으로 술 마시기만 해봐라. (웃음)

정두홍 | 나도 몇편에서 연기를 했는데, 연기하는 것은 어땠나.

토니 자 | 굉장히 편하게 했다. 자연스럽게.

정두홍 | 나는 처음 연기할 때 긴장했는데…. 지금도 부끄러움을 많이 타 힘들다.

토니 자 | 하긴, 나도 그날그날 다음에 어떤 장면을 찍을지 몰라 헤매기도 했다.

정두홍 | 다음 작품은 어떤 것인가.

토니 자 | <옹박>의 프라차야 핀카엡 감독님과 함께 찍는 <톰얌쿵>이란 액션영화다. 톰얌쿵은 타이의 유명한 수프다. 그 작품을 끝내고 뤽 베송이 제작자로 참여하는 영화에서 핀카엡 감독님, 판나 스승님과 함께 작업할 계획이다.

정두홍 | 거기에서도 똑같이 굉장한 리얼 액션을 보여줄 것인가.

토니 자 | 그렇다. 이번에도 아주 새로운 것을 보여주려고 연구 중이다. 솔직히 조금은 부담되는 게 사실이다.

정두홍 | 다음 영화에서 선보일 새로운 액션을 잠깐 보여주면 안 되겠나.

핀나 리티크라이, 토니 자: (속닥속닥) 어떡할까…. 아, 그걸 보여주자. (앉은 자리에서 핀나 리티크라이가 토니에게 주먹을 날렸고, 토니는 손으로 얼굴 앞으로 모으는 타이식 인사법인 ‘와이’를 응용해 방어를 한 뒤, 팔꿈치로 역공하는 기술을 보여줬다.)

정두홍 | 오…. 굉장히 기대된다.

토니 자 | 이건 아주 기본적인 것이다. 영화에선 진짜 대단한 것을 보여주겠다.

정두홍 | 나중에 액션스쿨에 정식으로 초대하고 싶다. 나와 우리 스턴트맨에게 무에타이를 꼭 가르쳐달라. 개인적으로는 당신이 사용하는 무릎 기술과 팔꿈치 기술에 대단한 관심을 갖고 있다.

토니 자 | 기회가 있으면 꼭 그러겠다. 곧 촬영에 들어갈 <톰얌쿵>으로 내년 부산에 다시 오겠다.

정두홍 | 부디 쑥쑥 커라. 당신은 세계적인 액션 거물이 될 거다. 그리고 그때 되면 모르는 체 하지 마라.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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