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제 8회 부산국제영화제 결산 [6] - 정두홍 vs 토니 자 ①
2003-10-16
글 : 문석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무술 감독 정두홍, <옹박>의 액션 주역 토니 자를 만나다

No 와이어,No CG 리얼 액션의 진수

한국의 ‘국가대표 무술감독’ 정두홍은 얼마 전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언젠가 와이어 액션의 유행은 지나간다. 그때를 위해 새로운 라이브 액션을 준비하겠다”는 내용의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에게 결정적인 자극을 준 영화는 지난 10월8일 부산영화제 야외상영관에서 선보인 타이의 액션영화 <옹박>이었다. “후배 스턴트맨들이 <옹박> <옹박> 하기에 뭔가 해서 불법복제 VCD로 봤는데(이 영화는 이미 인터넷에서 화제를 모으며 파일 형태로 돌아다니고 있다)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아닌 게 아니라 <옹박>의 액션은 아직까지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완전히 새로운 것이다. 분명 사람이 공중을 날 듯 점프하는 데 중력감각이 느껴지며, 엄청난 스피드로 나무 위에서 움직이는 데 특수촬영의 흔적은 없다.

정말이지 영화가 내세우는 ‘No 와이어, No CG’는 사실로 보인다. 여기에는 와이어 액션팀과 컴퓨터그래픽팀 수십명의 몫 이상을 혼자 몸으로 수행하는 한명의 배우가 있다. 올해 26살의 토니 자가 그 주인공. 감독의 연출이나 다른 스탭들의 공헌도 있겠지만, 이 영화가 특별한 데는 토니 자의 몫이 90% 이상인 듯 보인다. 보통 사람이라면 감히 머릿속으로 상상조차 못했던 동작을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는 그가 없었다면 <옹박>은 그저 그런 B급 액션영화가 됐을지도 모른다. 또 만약 토니 자가 없었다면, 뤽 베송이 이 영화를 전세계에 배급할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액션계의 새로운 핵폭풍 토니 자가 부산영화제를 찾는다는 소식에 정두홍 감독이 <아라한 장풍대작전>의 마지막 촬영을 마친 뒤 황급히 부산으로 온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이 자리에는 13살 때부터 토니 자를 스턴트맨으로 키웠으며, <옹박>에서 무술감독을 맡았던 판나 리티크라이 감독이 함께했다.



정두홍 | <옹박>을 정말 재미있게 봤다. 당신의 액션을 보고 깜짝 놀랐다. 당신은 정말이지 반세기에 한명 나올까 말까한 거물이다. 한마디로 액션의 천재다.

토니 자 | 감사합니다(한국말로).

정두홍 | 영화를 보고 있자니 정말로 ‘난다’는 표현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다. 정말 와이어를 안 썼나? 어떻게 그렇게 오래 공중에 떠있을 수 있나.

토니 자 | (웃음) 와이어는 안 썼다. 어릴 때 체조를 했고, 다양한 운동을 했다. 점프만을 특별히 연습한 것은 아니지만 오랜 훈련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정두홍 | 스턴트맨은 누구나 훈련을 한다. 어쨌건 공중 점프를 위해 뭔가 특별한 훈련을 했을 것 같다.

토니 자 | 내 몸 안의 기운을 끌어냈던 것 같다. 혹시 ‘사마티’(禪定)라고 아나. 정신을 통일해 무언가에 집중하는 것이다. 오늘은 안 돼도 내일은 될 것 같은 그런 느낌으로 연습했다.

판나 리티크라이(토니 자의 스승) | 토니는 처음부터 특별했다. 특수훈련을 하지 않았는데도 발에 스프링을 단 것처럼 높이 뛸 수 있었다.

정두홍 | 영화를 보면서 이상한 점은 근접촬영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많은 장면이 멀리서 찍혔다.

판나 리티크라이 | 아주 예리하게 잘 봤다. 다른 어떤 카메라 기술을 쓰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다. 대개의 경우 트릭을 쓰기 위해 근접해서 찍지 않나. 관객은 토니가 몸에 와이어를 매지 않았다는 사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정두홍 | 나는 좀 아쉽기도 하더라. 가까이에서 잘 보고 싶었다.

판나 리티크라이 | 아마 다음 영화부터는 촬영 기술도 개발될 것이다.

정두홍 | 도대체 어떻게 무술을 익혔기에 그토록 대단한 기량을 발휘할 수 있나.

토니 자 | 아주 어릴 때부터 운동을 했다. 학생 때는 타이의 고전검술을 익혀 전국대회에서 우승하기도 했다. 13살 때 스승인 판나 감독을 찾아가 머리를 조아리고 스턴트를 가르쳐 달라고 했다. 그때 타이 액션영화는 홍콩 액션영화를 모방했기 때문에 쿵후를 주로 익혔고, 가라테, 태권도도 배웠다. 그러다 <옹박>을 위해 전통 무에타이를 접하게 됐다.

정두홍 | 우리는 무에타이라 하면 그저 킥복싱 정도로만 알고 있는데….

토니 자 | 타이 사람들도 무에타이를 잘 모른다. 판나의 도움으로 진짜 전통 무에타이를 익힐 수 있었고, 그게 이 영화에 많이 등장한다.

정두홍 | 무에타이 경기장면에서 손에 줄을 묶는데, 원래 그런 것인가.

토니 자 | ‘카츠억’이라 부르는 것으로 아유타야 시대부터 전통적으로 그렇게 해왔다. 영화에선 꼭 사용할 필요가 없었는데, 진짜 주먹을 맞아야 하므로 너무 위험해서 안에 솜을 넣기 위해 손에 줄을 감았다.

정두홍 | 이 영화를 찍으면서 가장 어려웠던 장면은 무엇이었나.

토니 자 | 시장골목에서 추격전을 벌이는 장면이었다. 우선 찍을 때 어려웠고, 개봉하기 전부터 이 장면에 관해 말이 많이 돌았다.

정두홍 | 나도 그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그렇게 날아다닐 수가 있었나.

토니 자 | 처음부터 그렇게 뛸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처음엔 요만큼(손가락으로 재며) 뛰었고, 조금씩조금씩 더 뛰어오르려 노력했다.

정두홍 | 그리고 트럭 아래로 순식간에 통과하는 장면도 아찔했다.

토니 자 | 처음에는 아무도 그 트럭을 운전하지 않으려 했다. 자칫하면 나를 깔아뭉갤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던 것 같다. 결국 판나가 나서 운전을 했다. 나는 스승을 믿었다. 확신이 있었다.

판나 리티크라이 | 내 입장에서도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게 불안했다.

정두홍 | 아, 그런데 한 가지 질문. 제자리에서 공중 2회전 도는 장면은 장비를 안 쓰고 찍은 건가.

토니 자 | 사실, 덤블링을 사용했다. 그게 이 영화에서 다른 장비를 이용한 딱 하나의 장면인데, 그것을 알아차렸다.

정두홍 | 나는 전문가 입장에서 한 장면씩 분석하며 봤는데, 전반부의 장면이 너무 리얼해서 나중엔 헷갈리더라. 영화라는 것을 까먹고 진짜로 팔을 부러뜨리고 다리를 부러뜨리는 줄 알았다.

토니 자 | 그렇게 평가해주니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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