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2004 한국영화 야심만만 프로젝트 10 [7]
2004-02-06
글 : 남동철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사진 : 오계옥
박제현 <내 남자의 로맨스>

“워킹 타이틀 따라하기가 아니라 워킹 타이틀 따라잡기.” 박제현 감독은 <내 남자의 로맨스>와 워킹 타이틀 로맨틱코미디의 유사성에 대해 이렇게 정의했다. 과연 이 영화는 모든 면에서 워킹 타이틀의 두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와 <노팅 힐>을 과감히 끌어왔다. 이야기는 이렇다. 29살 여자 현주는 7년간 사귄 남자친구가 있다. 자기 일에 열정을 가진 유머러스한 소훈이 그 남자로, 현주는 올해는 꼭 소훈의 프로포즈를 받아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엄청난 사건이 생긴다. 스타인 여배우 은다영이 우연히 소훈과 만나 사랑에 빠진 것이다. 현주는 불안해 참을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친구를 동원해 은다영과 소훈의 만남을 방해하지만 그게 거꾸로 둘을 가깝게 만든다. 설상가상 현주는 회사에서 잘리고 구직에도 애를 먹는다. 그러던 어느 날 은다영은 소훈에게 함께 하와이로 가자는 제안을 한다. 궁지에 몰린 현주는 은다영이 하와이로 간다는 그날, 같은 시간 다른 장소에서 소훈을 기다리겠노라 말한다. 과연 소훈은 누구를 만나러 갈 것인가?

박제현 감독은 이 영화에 끼친 워킹 타이틀의 영향을 “절대적”이라고 말한다. 하긴 누가 봐도 이 이야기는 워킹 타이틀의 로맨틱코미디를 연상시킨다. “유머가 담긴 사랑 이야기를 하자는 데서 시작했다. 완성도 있고 너무 가볍지 않은 로맨틱코미디였으면 했는데 <단적비연수>와 <베사메무쵸>를 쓴 김선미 작가와 내 조감독이었던 이석준씨가 함께 시나리오를 써서 보여줬다. 스타인 여배우와 평범한 남자가 사랑을 한다는 실현가능성이 희박한 이야기를 한다는 사실이 오히려 매력적이어서 연출을 하게 됐다.” 그는 <노팅 힐>과 <브리짓 존스의 일기>가 작업에 큰 도움이 됐다며 지난해 나온 <싱글즈>가 열어놓은 어떤 가능성에 도전하고 싶다고 덧붙인다. 코미디보다 사랑의 드라마에 방점을 둔 영화가 될 것이라는 얘기. 이 영화는 이미 현주와 소훈으로 김정은, 김상경의 캐스팅을 확정한 상태다. 캐스팅의 원칙에서도 감독은 워킹 타이틀 로맨틱코미디의 방식을 차용했다. “우리나라에서 휴 그랜트 같은 연기를 할 수 있는 남자배우가 누가 있을까, 하다가 김상경을 떠올렸다. 다른 작품에서 그런 위트를 보여준 적 없지만 학교 후배로 알고 있는 김상경은 그런 연기를 충분히 할 수 있는 배우였다. 김정은의 경우는 르네 젤위거를 벤치마킹한 셈이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서 르네 젤위거를 보면 정말 유치한 짓을 해도 귀여워 보이지 않나.”

전작 <단적비연수>와 <울랄라 씨스터즈>에서 좋은 평을 얻지 못했던 박제현 감독은 <내 남자의 로맨스>를 진심으로 찍는 영화,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만드는 영화라고 말한다. “그간 흥행과 완성도, 둘 다를 충족시키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지만 미숙한 탓에 막연한 자신감만 앞섰던 것 같다. 하지만 이번 영화는 내 진심이 담긴 영화가 될 것이다.” 오는 2월 말 크랭크인하는 <내 남자의 로맨스>는 7월경에 개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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