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형 감독은 <라이어>를 진정한 데뷔작처럼 만들고 있다. 그의 첫 번째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는 흥행에 크게 성공했지만, 원래 마음속에 품었던 영화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할리우드에도 팔린 레이 쿠니의 희곡이 원작이고, 국내에서도 연극으로 크게 성공한 <라이어>는, 그가 99년 무렵부터 염두에 두었던 작품이다. 김경형 감독은 아내의 권유로 본 연극 <라이어>가 매우 재미있고 탄탄한데다 여러 각도로 해석될 수 있는 메타포를 숨기고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평범한 택시기사의 거짓말이 또 다른 거짓말로 이어지면서 벌어지는 이 코미디는 결국 “도대체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탓이다. 김경형 감독은 “직접 쓴 시나리오는 내미는 족족 퇴짜맞고, 집에서 놀면 뭐하나”라는 심정으로 각색을 시작했고, 4년이 지난 지금 막연했던 꿈을 실현하게 됐다.
이처럼 만만치 않은 원작은 <라이어>가 반갑게 맞아야 할 행운이면서 무겁게 짊어질 부담이기도 하다. 김경형 감독은 “꼭 한번 만나보고 싶을 정도로 재능있는 작가를 뛰어넘을 자신은 없어서” 대사를 손보지 않았지만, 상영시간 대부분을 좁은 공간 안에 머물러야 한다는 난제를 두고 “오히려 연출하는 입장에선 매력을 느꼈다”. 그 때문에 김경형 감독은 한 장면을 130여개에 달하는 컷으로 채우는 경우가 있을 정도로, 지루하지 않은 실내장면을 고민하고 있다. “그저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 사람들이 극장문을 나서면서 욕하지 않을 만큼”이라고 말하면서도, “잘 찍었다, 성숙했다, 는 느낌을 주었으면”이라는 것이 그의 소박한 욕심. 그에게 하나 더 즐거운 일이 있다면 다들 주연이라 할 만큼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배우들이 만들어가는 앙상블을 지켜보는 것이다. “누구도 기대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줄” 주진모, “다른 영화보다 훨씬 느리겠지만 여전히 재미있을” 공형진, 그리고 손현주와 임현식이라는 든든하고도 중후한 두 기둥 덕분에, 감독인 그는 때로는 관객처럼 마음 편히 좋아하면서 촬영을 진행하고 있다. “<동갑내기 과외하기>를 했는데 이번엔 뭘 하면 욕을 먹지 않을까” 고민하다가 택한 영화 <라이어>는 2월 한달을 감독 스스로 “성공의 관건”이라 생각하는 실내 세트에서 보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