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2004 한국영화 야심만만 프로젝트 10 [5]
2004-02-06
글 : 박은영
사진 : 오계옥
육상효 <달마야, 서울 가자>

육상효 감독이 <달마야 놀자>의 속편을 연출하게 됐다는 건 의외의 전갈이었다. 수락을 결정하기 직전까지, 이는 육상효 감독 본인에게도 “의외의 제안”으로 느껴졌다고 했다. <축제> <장미빛 인생>의 시나리오 작가로 출발, 역시 자신의 시나리오 <아이언 팜>으로 연출 데뷔한 그에게 “작품의 오리지널리티”는 포기하기 힘든 부분이었기 때문. 이미 남의 손을 타고 세상에 나온 어떤 영화의 속편을 연출하게 될 거라고, 그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본 적 없었던 그가 마음을 고쳐먹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결국 “사람”과 “작품”이었다. 조철현씨를 비롯한 제작진과의 호흡이 좋은 예감을 전해주었고, 무엇보다 “내가 원하는 방향의 코미디, 심각한 주제가 아니더라도 삶에 대해 얘기할 여지가 있는 코미디”로서의 가능성을 <달마야, 서울 가자>를 통해 발견하게 됐다는 것이다.

<달마야, 서울 가자>는 전편에 비해 인물과 사건이 불어났고, 사건의 배경은 물론 공격-수비 구도가 뒤바뀌어 전개된다. 주지 스님의 유언을 따라 서울 무심사에 물건을 전하러 떠난 세 스님은 무심사에서 부처님 이마에 붙은 차압 딱지를 발견한다. 빚더미에 오른 무심사는 법적으로 건설회사에 넘어가 주상복합 건물로 개축될 예정. 절을 지키려는 스님들과 그들을 몰아내려는 조폭들이 격돌하고, 이 와중에 로또 당첨 영수증을 삼킨 불전함을 둘러싸고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서울, 크리스마스, 로또. 육상효 감독은 스님들과 어울리지 않을 법한 이 세 단어를 <달마야, 서울 가자>를 끌어가는 중심추로 삼았다. “돈과 탐욕에 관한 감각을 이야기하면서, 이것과 결부해 스님들이 도시에서 부딪히게 되는 상황들을 코믹하게 보여주려 한다.” 곳곳에 묻어놓은 비장의 폭소탄은 바로 “종교인의 성스러움과 코미디의 세속성을 함께 보여주는” 스님들의 캐릭터다. 이처럼 <아이언 팜>에서도 발휘된 바 있는 캐릭터코미디의 장기에 더해 <달마야, 서울 가자>에 덧입혀질 육상효 감독적인 터치는 ‘멜로’다. “남녀의 사랑에 대해 신비화된 취향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자평하는 그는 무심사의 젊은 스님과 건설회사 여직원 사이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도 끼워넣을 참이다.

“이 영화와 캐릭터에 대해 감독인 나보다 더 많이 알고 있는 듯해 든든하다”는 정진영, 이원종, 이문식 등 ‘돌아온 스님파’와 맞붙을 조폭 두목으로는 신현준이 캐스팅된 상태. “멋스러운 건달 이미지에 들어맞았고, <킬러들의 수다>의 코믹 센스를 보고 가능성이 많은 배우로 봤다.” 부산 남포동에서 ‘도심 한복판에 서 있는 절’이라는 영화적으로 매우 중요한 공간을 ‘발견’한 것도 귀한 소득. 미국 유학파인 손수범 촬영감독을 기용해 손발을 맞추고 있는 중인데, 특히 영화의 하이라이트가 될 ‘법당 드라마’의 비주얼을 어떻게 짜 보일지 고심하고 있다. 2월부터 부산과 서울을 오가며 촬영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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