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2004 한국영화 야심만만 프로젝트 10 [9]
2004-02-06
글 : 남동철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사진 : 이혜정
인진미 <그대와 함께>(가제)

인진미 감독의 <그대와 함께>는 무엇보다 작가의 이름 때문에 호기심을 자극하는 영화다. <그대와 함께>의 시나리오를 쓴 사람은 인정옥. 열혈시청자를 낳았던 드라마 <네멋대로 해라>를 쓴 바로 그 사람이다. 그렇다면 <네멋대로 해라>처럼 신선한 감각의 멜로드라마를 연상하면 곤란하다. <그대와 함께>는 놀랍게도 호러영화다. 인정옥 작가가 쓴 호러영화는 대체 어떤 내용일까? 아직 완성된 시나리오가 나오지 않는 지금, 줄거리를 요약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다만 기본적인 설정을 말하자면 이렇다. 주인공은 엘리베이터걸로 일하는 임청하와 교통경찰을 하는 공수창이다. 임청하는 동네에서 사이드카를 몰고 다니는 공수창이 마음에 들지만 쉽게 내색을 못하며 지낸다. 그러던 어느 날 외롭게 홀로 지내는 임청하의 집에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노란색 후드티를 입은 인물이 귀신처럼 나타나 그녀를 공포에 떨게 만드는 것이다. 과연 노란색 후드티를 입은 남자의 정체는 무엇인가? 그리고 임청하는 어떻게 공수창과 가까워질 것인가?

영화가 던지는 두 가지 질문은 <그대와 함께>의 장르적 성격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호러와 멜로드라마가 기이한 형상으로 얽혀 있는 작품. <식스 센스>나 <디 아더스> 같은 반전과 <네멋대로 해라>식 멜로적 감성이 공존하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과연 그 두 가지가 한데 섞이는 게 가능한 일일까? 쉽게 연상하기 힘들지만 여주인공 임청하의 캐릭터에는 분명 <네멋대로 해라>의 전경 같은 면이 있다. 그래서 감독은 이 영화가 다른 공포물과 달리 밝고 유쾌한 호러물이 될 거라고 말한다. “기존 공포영화의 상식과 반대되는 영화가 될 것 같다. 살인이나 무서운 사건이 환한 낮에 일어나고 공간도 고립된 곳이 아니다. 전에 접해보지 못했던 공포영화가 될 것이다.” <그대와 함께>는 3부로 나뉜 옴니버스 구성의 영화다. 1부가 임청하의 시점에서 보여지는 현재의 이야기라면 2부에선 공수창의 시점이 부각되는 과거의 이야기이고 3부는 두 이야기가 맞물려 반전을 보여주는 식이다. 감독과 작가가 의기투합해 작업에 들어간 것은 2003년 1월. “내 안에 있는 공포, 보편적이면서 일상적인 공포를 사랑 이야기와 접목해 보여준다”는 생각으로 각본을 썼고 얼마 전 초고가 완성된 상태다. 반전이 중요한 영화라 자세한 내용을 공개할 수 없지만 감독은 “삶의 부조리한 측면을 그리는 영화면서 비극적 운명에 관해 이야기하는 영화이기도 하다”고 설명한다.

이 영화로 데뷔하는 인진미 감독은 같은 성씨라 자주 오해를 받지만 인정옥 작가의 친인척은 아니다. 1972년생인 이 여성감독은 대학에서 불문과를 전공한 뒤 친구의 권유로 1996년 <투캅스2> 스크립터를 하면서 처음 영화를 시작했다. <베이비세일> <죽이는 이야기>의 연출부를 했으며 <거짓말>과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에선 장선우 감독의 조감독을 했던 인물. 인정옥 작가는 영화계에 흔치 않은 ‘인’씨라는 이유로 알게 됐다. 두 사람 모두 여균동 감독의 연출부를 했던 터라 <죽이는 이야기>를 만들 때 처음 만나 지금까지 절친한 선후배로 지내고 있다. 현재 파이낸싱, 캐스팅, 시나리오 수정작업을 동시에 진행 중인 <그대와 함께>는 공포영화의 계절인 여름에 개봉하는 것을 목표로 촬영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