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새로운 물결, 디지털 장편영화 [6] 대안2-상상과 표현의 신천지 : 신재인
2004-11-13
글 : 김수경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신성일의 행방불명>의 신재인 감독

“캠코더인데, 하고 얕보면 큰코 다쳐”

단 두편의 독립영화로 독특한 상상력의 신인으로 각인된 신재인 감독은 첫 장편 <신성일의 행방불명>을 디지털로 찍어야 했다. 밥먹듯이 “16mm카메라 앞에서 촬영감독과 싸우는 꿈을 꾼다”는 필름룩의 광신도인 그는 디지털을 ‘차악’이라 칭했다. 그러나 부산국제영화제 때 메가박스 3관 상영에서는 “전체적으로 어둡긴 했지만 암부 디테일이 모두 표현된” 디지털 영사에 감복하기도 했다. 이어진 CJ아시아인디영화제 때 CGV용산 상영에서는 그 만족감이 철저히 배신이 되어 돌아왔지만.

<신성일의 행방불명>은 ‘먹는다’는 욕망과 신의 대결을 사유한다. 모든 것을 아는 하느님 앞에서 먹는 일은 죄이자 벌이다. 한시바삐 아무것도 먹지 않는 어른이 되기를 꿈꾸는 신성일은 식사의 부끄러움을 모르는 연인 이영애와 하느님의 품인 고아원을 탈출하려는 친구 김갑수 때문에 괴로워한다.

어떤 영화일지 쉽게 상상하기 힘든 만큼 촬영도 쉽지 않았다. 찻길 옆 축사를 개조한 <신성일의 행방불명>의 파주 근처 오픈세트는 알고보니 철새도래지였다. 차는 달리고 새들은 날아들고 NG는 반복되었다. 켜켜이 쌓인 먼지와 벽을 뚫는 바람의 협공은 감독 이하 전 스탭에게 마스크를 쓰게 했다. 스탭들을 비켜간 감기는 DVX100카메라 앞에 선 25명의 아이들 사이로 페스트처럼 번져갔다. 결국 지난 1월20일 파주 세트 분량을 겨우 끝내자 제작비가 바닥났다. 보름 동안 촬영이 중단되고 스탭들은 영화 속 신성일처럼 행방불명된다. 아니 도망쳤다. 그래서 이 영화의 스탭 크레딧은 시골(고아원)과 도시로 갈린다. <신성일의 행방불명>은 내년 2월 베를린영화제에 출품될 예정. “디지털과 35mm로 구분하여 시나리오를 쓴다”면서도 필름을 선호한다고 고집하는 신재인이 만들어갈 디지털 장편 필모그래피가 궁금하다.

-디지털 장편이 환영받는 이유는.

=일단 막강하게 싸다. 독립장편을 35mm로 찍을 수는 없지 않은가. 매체적인 문제를 떠나 현재 독립장편에서는 유일한 대안이니 할 수 없다. 앞으로도 디지털 장편은 계속할 것이다. 하지만 사실 TV도 안 볼 정도로 필름룩을 그리워한다. 디지털은 플롯 중심으로 속도감 있게 가는 방향이 적절하다고 본다. <신성일의 행방불명>도 그런 개념이다.

-제작비는 얼마나? 촬영 중단 이후 소요된 제작비는 어떻게 마련했나.

=6500만원, 후반작업 비용 때문에 6개월간 직장을 다녔다.

-디지털 장편을 만들 때 겪는 현실적인 어려움이나 한계를 언급한다면.

=제작보다는 상영이다. 특히 영사. 이번 CJ영화제 때 CGV용산 상영은 난리도 아니었다. 아침 8시40분부터 달려갔지만 결과는 포커스가 안 맞고 화면 사이즈도 축소되고, 무엇보다도 사운드가 엉망인 채로 상영되었다. 3회 상영 내내 항의했지만 개선되지 않았다. 조명을 많이 써서 공들인 화면을 찍어도 이러면 아무 의미가 없다. 디지털은 각 상영관의 환경과 세팅에 따라 결과는 천차만별이다. <신성일의 행방불명>도 꼭 다시 보기를 바란다. 디지털영화의 현재 수준으로는 도저히 심도를 제대로 표현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클로즈업된 인물과 그의 뒤에 선 인물이 거의 붙어 있는 것처럼 나온다. 해상도도 필름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디지털 작업에 임하는 다른 이들에게.

=촬영하는 친구들 중에 디지털 작업을 약간 우습게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디지털은 캠코더 기종에 따라 기계적 특성이 판이하다. 최소한 한달 전부터 준비하여 완전히 손에 익혀 촬영에 들어가야 한다. “캠코더인데” 하고 얕보면 큰코 다친다.

-차기작 계획은? <신성일의 행방불명>의 마지막에 내레이션대로 <김갑수의 운명>인가.

=<김갑수의 운명>은 “같은 걸 왜 반복하느냐”고 주위에서 말리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이제까지 구축된 신재인표 성경 인용의 절정을 보여줄 것이고 이것과는 구조가 다르다. 그외에 <어머니가 온다> <직업선택의 자유> <5분> <재수없는 소녀> 등이 있다. 참고로 이것들은 모두 디지털용 시나리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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