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타이틀]
듀나의 DVD 낙서판 <댄저: 디아볼릭>
2005-06-27
글 : 듀나 (영화평론가·SF소설가)
만화 원작의 마리오 바바 영화

<블랙 선데이>, <킬, 베이비, 킬>과 같은 고딕 호러 영화로 마리오 바바의 이름을 익힌 호러 팬들은 그의 <댄저: 디아볼릭>을 보고 다소 어리둥절해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후배 다리오 아르젠토와는 달리 바바의 스펙트럼은 상당히 넓다. <Quante volte... quella notte>는 <라쇼몽>의 형식을 차용한 발랄한 섹스 코미디이고, <Roy Colt e Winchester Jack>은 스파게티 웨스턴, <Dr. Goldfoot and the Girl Bombs>은 유치한 SF 코미디, <Hercules at the Center of the Earth>는 당시 이탈리아에 유행했던 고대 무대의 서사극이다.

그렇다면 <댄저: 디아볼릭>은? 당시 엄청나게 히트했고 지금도 꾸준히 연재되고 있는 동명의 이탈리아 만화가 원작이다. 디아볼릭은 검은 스키 마스크를 쓰고 부자들과 정부를 터는 대도이다. 경찰과 정부와 지하 조직에 쫓기는 동안 그는 영국 외교관의 에머랄드를 훔치고 수백 만 달러의 정부 돈과 순금을 털고 시간이 남으면 아름다운 여자 친구 에바 칸트와 함께 지폐로 가득 한 침대 속에 뒹군다. 한마디로 시민의 책임은 하나도 지지 않으면서 평범한 시민들은 꿈도 간신히 꿀만한 삶을 온 몸으로 즐기고 있는 셈이다. 디아볼릭은 보다 사악한 아르센 뤼팽이고, 한 여자에게만 충실하고 애국심이 결여된 제임스 본드다.

마리오 바바의 영화는 이 만화 같은 이야기를 정말로 만화처럼 그려낸다. 그렇다고 로버트 로드리게스가 <씬 시티>에서 그랬던 것처럼 직설적으로 만화를 영화로 번역했다는 건 아니고, 보다 여유로운 중간 지대에서 두 매체의 장점을 뽑아 근사하게 허무맹랑한 오락물을 창조했다는 이야기다. 결코 깊이 있는 주제나 창의적인 스토리를 뽑아낸 영화는 아니지만 60년대 사이키델릭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이 어처구니없고 얄팍한 오락물은 즐길 가치가 있다. 기대폭을 적절하게 잡는다면 말이다.

파라마운트에서 특별판으로 뽑아낸 코드 1번 DVD는 간결하지만 알차다. 이번에 소스로 택한 버전은 지금까지 돌아다니던 미국판보다 약간 긴 이탈리아 버전이라는데 그렇게까지 큰 차이는 없는 듯하다. 다큐멘터리인 <From Fumetti to Film>에서 <댄저: 디아볼릭>에 영향을 받은 수많은 후배들에 의해 이 작품이 어떻게 만화에서 영화로 옮겨졌는지 분석된다. 이 다큐멘터리에 바바의 언급이 너무 적다고 생각한다면 주연 배우 존 필립 로와 언제나 믿음직한 바바의 전기작가인 팀 루카스의 음성해설을 들어보시길. 그밖에도 이 영화의 영향을 받은 The Beastie Boys의 뮤직 비디오 <Body Movin'>과 예고편들이 제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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