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타이틀]
듀나의 DVD 낙서판 <앨프리드 히치콕 극장>
2005-10-26
글 : 듀나 (영화평론가·SF소설가)
히치콕 감독의 TV 미니 시리즈

앨프리드 히치콕은 세계에서 가장 이미지가 잘 알려진 영화감독이다. 물론 찰리 채플린처럼 배우로서 활동한 사람들은 빼고 말이다. 이 뚱보 영국인 아저씨의 외모가 어쩌다가 이렇게 우리에게 익숙해졌는지 생각해보신 적 있는지? 물론 그는 찍는 영화마다 ‘숨은 앨프리드 히치콕 찾기’ 게임을 벌였었다. 하지만 히치콕의 이미지는 영화에서 슬쩍 지나가는 카메오가 만들어낸 것보다 더 유명하다.

그 정답은 앨프리드 히치콕이 전설적인 50년대 텔레비전 스타였다는 것이다. 1955년 그는 <앨프리드 히치콕 극장(Alfred Hitchcock Presents)>라는 30분짜리 앤솔로지 시리즈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1962년에 <The Alfred Hitchcock Hour>라는 제목의 1시간짜리 프로그램으로 바뀐 이 시리즈는 거의 10년 동안 미국 텔레비전을 장악했다. 그리고 히치콕은 이 모든 시리즈의 도입부와 결말에 출연해 지금은 전설적이 된 농담 따먹기를 했다. 덕택에 히치콕의 영화를 극장에서 단 한 편도 보지 못했던 사람들도 그의 얼굴을 기억했고 그의 텔레비전 시리즈를 한 편도 보지 못한 사람들도 간접적인 통로로 그의 괴팍한 이미지를 머릿속에 박았다.

그렇다면 시리즈 자체는 어떤가? 이 앤솔로지의 작품들은 대부분 영미권 단편 추리소설들을 각색하거나 그와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는 오리지널 각본에 바탕을 두고 있다. 대부분 반전을 노리는 짧은 이야기들인데, 모두 조금씩 히치콕의 못되어먹은 취향에 조금씩 어필하는 경향이 있다. 부록에 따르면 부제작자인 조운 해리슨과 동료들이 히치콕의 취향을 고려해 뽑은 소설들이나 각본을 히치콕이 직접 선정하는 식의 방식을 취했다고 한다.

앤솔로지 시리즈들이 대부분 그렇듯, 작품의 질은 아주 고른 편은 아니다. 그러나 우린 이 시리즈를 통해, 도로시 세이어즈, 스탠리 엘린, 레이 브래드베리, 코넬 울리치와 같은 흥미진진한 영미권 단편 작가들의 작품들의 각색물들을 접할 수 있다. 배우진도 상당하다. 조셉 코튼, 베라 마일즈, 존 카사베티스, 찰스 브론슨, 조운 우드워드... 히치콕 자신도 이 시리즈에 17편의 에피소드들을 감독했는데, DVD로 출시된 1시즌엔 그 중 네 편이 수록되어 있다. 그리고 그 중 3편은 놓치기 아까운 미니 히치콕 영화들이고 마지막 한 편도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

1시즌 DVD의 화질과 음질은 만들어진지 반세기의 세월이 흐르고 디지털 복원이 되지 않은 걸 고려해보면 양호한 편이다. 하지만 가끔 히치콕 모놀로그 부분에 비가 내리고 <베이비시터> 에피소드엔 도입부의 히치콕 모놀로그가 빠져있다. 부록은 짤막한 제작 다큐멘터리 하나뿐이지만 시청자들이 원하는 정보들은 충분히 담겨 있다. DVD Talk의 리뷰에 따르면 몇몇 플레이어에서는 디스크가 작동되지 않는다니 유의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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