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타이틀]
듀나의 DVD 낙서판 <로라>
2005-03-28
글 : 듀나 (영화평론가·SF소설가)

오토 프레민저의 고전적인 필름 느와르인 <로라>가 뒤늦게 지역코드 1번 DVD로 출시되었다. 이 영화는 원래 20세기 폭스사의 스튜디오 클래식 중 한 편으로 예정되어 있다가 갑자기 빠진 적이 있는데, 이번에 출시되는 DVD는 20세기 폭스사 필름 느와르 시리즈의 1권이라는 딱지를 달고 있다.

<로라>는 한없이 단순할 수도, 한없이 복잡할 수도 있는 영화이다. 기본적으로 이 영화는 상류사회를 무대로 한 깔끔한 추리물이다. 하지만 주인공 형사가 살해당한 로라 헌트의 범인을 찾는 동안 영화는 거의 비정상적으로 비틀리기 시작한다. 형사는 죽은 여자의 초상화와 사랑에 빠지고 로라의 유일하게 진실된 사랑임을 자처하는 남자는 노골적인 동성애자이며... 더 이상 이야기하다가는 진상까지 밝힐 것 같으니 여기서 소개를 줄이는 것이 좋겠다. 이 단순해 보이는 영화가 은근히 금기시된 다양한 변태성을 우아한 방식으로 즐기는 작품이라는 정보만 추가하면 충분하다.

1944년에 만들어진 흑백 영화이니 이 DVD에서 <아이 로봇>과 같은 멀티미디어의 공습을 기대할 사람은 없겠지만, 그래도 전체적인 화질과 음질은 만족할만하다. 긁힌 흔적이 아주 가끔 보이긴 하지만 흑백 화면은 양호한 편이고 모노와 스테레오가 모두 제공되는 사운드는 대사와 데이빗 라스킨의 감상적인 주제곡을 즐기는 데엔 큰 무리가 없다. 단지 수록된 삭제 장면의 필름이 복원작업을 거치지 않은 건 유감스럽다. 이전에 필자가 본 확장판 비디오 테입에서는 그 장면에서 어떤 이질감도 느껴지지 않았기 더욱 그렇다.

DVD는 호사스럽지는 않지만 알찬 부록들을 제공한다. 일단 위에 언급한 삭제장면, 그를 포함한 확장 버전, 예고편들이 제공된다. 아마 여러분이 진지한 영화광들이라면 루디 벨머와 데이빗 라스킨, 지닌 베이싱어가 녹음한 오디오 코멘터리의 다소 딱딱하지만 유익한 정보들에 만족할 것이다. 하지만 이 DVD에서 가장 노골적으로 재미있는 건 A&E 채널의 [바이오그래피] 프로그램에서 방영한 두 주연 배우 진 티어니와 빈센트 프라이스의 생애를 다룬 에피소드들이다. 특히 진 티어니의 전기는 흥미롭다. 만약 여러분이 이 클래식 할리우드 배우에 대해 아주 피상적인 지식밖에 갖추고 있지 않더라도 티어니의 드라마틱한 인생은 연속극처럼 자극적인 재미를 안겨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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