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수스 프랑코의 공포 영화 <페이스리스>의 포스터는 내 어린 시절의 가장 끔찍한 악몽 중 하나이다. 그 포스터를 기억나는 분들이 있는지 모르겠다. 마스크를 쓰고 있는 의사가 메스로 여자 얼굴의 피부를 떼어내는. 그 때 학교에 다닐 때마다 길에 붙어 있는 포스터 때문에 내가 얼마나 애를 먹었는지 모른다. 아직도 난 그런 영화와 포스터를 만들어냈다는 이유만으로 프랑코에게 약간의 원한을 품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내가 조르주 프랑주의 <얼굴 없는 눈>의 DVD를 소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페이스리스>는 <얼굴없는 눈>의 리메이크 버전이니 일차적 책임은 프랑코가 아닌 프랑주나 원작 소설을 쓴 장 르동에게 있다. 그런데도 난 여전히 <얼굴 없는 눈>을 가장 좋아하는 호러 영화 중 하나로 뽑는 것이다.
영화는 여전히 여자의 얼굴 피부를 벗기는 의사 이야기다. 그는 끔찍한 괴물이지만 그래도 이해 가능한 괴물이다. 교통사고로 아름다운 딸의 얼굴이 완전히 날아가 버렸으니 딸을 사랑하는 아버지로서 치료법을 찾을 수밖에. 그 치료법이란 게 다른 여자의 얼굴 피부를 벗겨 딸에게 이식하는 것이니 문제지만.
다행히도 내가 <얼굴 없는 눈>을 좋아하는 이유는 다른 데에 있다. 이 영화는 끝내주게 아름답다. 특히 가장 흉물스러운 존재로 등장하는 의사의 딸 크리스티안느는 말이다. 위베르 드 지방시의 아름다운 가운을 입고 하얀 가면을 쓴 채 유령처럼 거니는 이 캐릭터의 모습은 호러 영화가 도달할 수 있는 궁극의 시적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산 사람의 피부를 벗겨내는 흉악스러운 범죄를 다루는 영화지만 영화는 현대 슬래셔 무비보다는 장 콕토의 <미녀와 야수>에 더 가깝다.
크라이테리언 콜렉션의 서플먼트는 적은 양이지만 알차다. 가장 중요한 서플은 아마도 파리의 도살장을 다룬 프랑주의 걸작 단편 다큐멘터리 <짐승의 피>인데, 화질이 어떤지는 묻지 않기 바란다. 난 영화관에서 한 번 본 것으로 족한 영화니까. 프랑주의 인터뷰도 알찬 편이다. 미친 과학자로 분장한 진행자와 시험관의 액체들이 보골보골 끓고 있는 세트에서 대화를 나누는 경박함이 좀 분위기를 깨긴 하지만. 추리소설 팬들이라면 이 영화의 공동각색자인 추리작가 피에르 브왈로와 폴 나르스작에 대한 다큐멘터리가 숨은 보물처럼 느껴질 것이다. 심지어 이 영화에 대한 글까지 읽고 싶은 분들을 위해 속지엔 두 편의 알찬 에세이들이 인쇄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