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타이틀]
듀나의 DVD 낙서판 <퍼스트 퍼슨>
2005-08-24
글 : 듀나 (영화평론가·SF소설가)
기상천외한 인터뷰 쇼

에롤 모리스가 브라보 채널을 위해 만든 다큐멘터리 텔레비전 시리즈 <First Person>의 설정은 간단하다. 모리스는 그가 선택한 흥미로운 인물들을 인터뷰한다. 24분 동안 (2시즌 마지막 몇 에피소드들은 두 배 정도 길다) 시청자들은 카메라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하는 그 사람의 얼굴을 보게 된다. 가끔 모리스는 질문을 던지거나 맞장구를 치고 중간 중간에 화자의 이야기를 시각화할 수 있게 돕는 영화나 텔레비전 장면들이 삽입한다.

듣기만 해도 지겹다고? 정반대다. <First Person>의 재미는 웬만한 할리우드 액션 영화를 능가한다. 일단 모리스가 선택한 사람들은 모두 기가 막히게 재미있는 사람들이다. 연쇄살인범과 사랑에 빠진 작가, 변신의 귀재인 CIA 요원, 소들의 고통을 최소한으로 줄여주는 도살장을 디자인하는 건축가, 대왕오징어를 추적하는 생물학자, 미래의 부활을 믿고 자기 어머니의 목을 잘라 냉동한 냉동 보존 전문가, 의붓아들의 자살 이후 범죄현장 청소 전문가가 된 여성, 심지어 살인사건을 목격한 앵무새까지 있다. 이들의 이야기는 섬뜩한 공포물이기도 하고 박진감 넘치는 액션물이기도 하며 부조리한 코미디이기도 하다. 어떤 경우에도 이들은 시청자들을 지루하게 내버려 두지 않는다.

이들의 이야기가 더 친밀하게 느껴지는 건 에롤 모리스의 인테러트론Interrotron이라는 발명품 덕택이다. 이건 텔레비전 뉴스 때 쓰는 프롬프터와 같은 기계인데, 원고 대신 그들을 인터뷰하는 에롤 모리스의 얼굴이 뜬다. (위 사진을 확인하시길.) 사람들은 화면에 뜨는 모리스의 얼굴을 직접 보고 인터뷰를 하게 되는데, 그 결과 카메라는 이 사람들의 정면 응시를 그대로 잡아낼 수 있다. 그 결과 모리스는 이 사람들이 시청자들의 눈을 직접 응시하면서 이야기하는 효과를 끌어낼 수 있다.

MGM에서 나온 3장짜리 DVD세트는 풀 스크린이다. 레터박스 화면 비율은 대부분 1.78:1이지만 1시즌엔 가끔 1.66:1도 있다. 화질은 그냥 봐줄만한 정도. 인터뷰 내용이 모두 깨끗하게 들리는 정도이니 음질은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이다. 자막은 없지만 클로즈드 캡션은 제공된다.

부록은 실망스러운 편. 간단한 에피소드 요약을 담은 부클렛이 전부이다. 심지어 여기엔 방영일자와 같은 기본 정보도 수록되어 있지 않다. 어차피 몇 년 전에 나온 다큐멘터리이니 사건 배경이나 후일담에 대한 정보를 수록하는 것도 괜찮았을 것이다. 물론 인터넷을 뒤져가며 그들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찾아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일 수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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