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추모! 최진실] 자기만의 대사나 리액션을 만들 줄 알더라 -한지승
2008-10-21

감독 한지승

고 최진실과 함께한 작품: <고스트 맘마>(1996) 연출


<고스트 맘마>

최진실은 내가 상상했던 <고스트 맘마>의 여주인공 그 자체였다. 이건 개인적인 취향일 수도 있겠는데, <고스트 맘마>를 준비하면서 우울해 보이는 연기자보다 슬프지만 희망의 여지도 남길 수 있는 여배우를 찾고 있었다. 그런 맥락에서 최진실만큼 딱 맞아떨어지는 배우는 없었기 때문에 당시 매니저였던 김정수씨를 통해 캐스팅했다.

워낙 내가 원했던 캐릭터를 그대로 가지고 있어서 굳이 어떤 연기를 원한다고 주문한 적은 없었는데, 본인이 알아서 (연기를) 잘했던 기억이 난다. 그녀는 대사나 리액션을 그냥 하는 게 아니라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 줄 아는 배우였다. 20대에 아이 있는 엄마 역할을 맡았는데도 나이의 한계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정말 열정적으로 연기를 했다.

어느 정도였냐면 한번은 촬영을 한창 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진실과 연기 방향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나도 몰입해서 디렉션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었고, 그녀도 내 얘기를 들으며 연기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바로 그 자리에서 팬티 스타킹을 갈아신었다. 내 앞에서 말이다. 빨리 촬영에 들어가야 되니까 앞에 사람이 있는 줄도 몰랐던 거다. 나중에 “어, 나 감독님 앞에서 스타킹 갈아신었네?” 하며 깜짝 놀라더라.

또 나는 그 당시 막 데뷔하는 신인감독이었고, 진실씨는 위치가 확실한 연기자라 솔직히 긴장을 많이 했었는데 나와 코드가 맞지 않는 부분이 있을 때도 자기가 틀렸다고 생각되면 재빨리 수정하는 모습을 보면서 좀 놀랐다. 연기자들은 대개 자존심이 강해서 감독의 생각이 맞다고 생각해도 쉽게 자기의 연기를 고치지 않는다. 그런데 진실씨는 항상 이 부분은 이렇게 가는 게 맞냐고 물어봤고, 스스로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면 나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렇게 건강한 욕심을 내던 친구라 더더욱 이번 결정에 의문이 생기는 거다. 참 열심히 살았고, 참 열심히 일하던 친구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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