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이명세
고 최진실과 함께한 작품: <나의 사랑 나의 신부>(1990) 연출
당시 최진실은 정말 신인이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상당히 끼가 많았구나 싶다. 보통 신인배우들은 웬만해서는 카메라 앞에서 많이 어려워하는 편인데 최진실한텐 그런 게 없었다. 선천적으로 카메라와 잘 어울렸던 사람이 아니었나 싶다.
이런 일이 있었다. 현장에서 배우가 안 보이는 거다. 어디 갔나 봤더니 제 차 안에 숨어 있었다. 얼굴에 뭐가 났다며 촬영을 미루면 어떻겠냐는 거였다. 박중훈과 최진실이 서로 싸우고 화해하는 기찻길 장면이었는데, 나는 그가 분장 안 한 얼굴로 찍길 원했고 최진실은 제 얼굴에 뭐가 났기 때문에 이 상태론 촬영이 안 된다는 거였다. 괜찮으니 신경쓰지 말라 그래도 죽어도 안 나오기에 조감독이 “괜찮아요 진실씨, 이미숙씨도 저번에 맨 얼굴로 촬영한 적 있어요” 그러니까 “이미숙 언니는 예쁘잖아요” 하면서 엉엉 울더라.
그 뒤로도 뭔가 같이 하려고 준비했었다. 진실이한테도 얘기했었고. 2006년 백상예술대상 시상식 때 진실씨가 방송부문 최우수 연기자상 받았고 난 <M>으로 감독상을 받아서 다시 만났는데 그때 진실씨가 본인의 수상에 많이 기뻐하고 울면서, “감독님 우리 꼭 다시 봐야 해요” 했던 게 기억난다.
<별들의 고향>의 경아 같은 역할을 시켜보고 싶었다. 모두가 알고 있는 최진실이란 배우의 이미지 이면을 꺼내보고 싶었달까.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모두 그렇겠지만, 이런 일은 일어나지 말아야 하지 않았는가 싶다. 회고도 중요하지만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게 더 중요하다.
연기자들은, 좀 다른 부류라고 생각해줘야 한다. 물건으로 치면 그들은 크리스털이다. 툭 치기만 해도 금방 때묻고 깨지기 쉽다. 와인 감정사는 와인을 먹을 수 있을 뿐이지 와인의 맛 자체를 낼 순 없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