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추모! 최진실] 보통 아이는 아니었다 -정지영
2008-10-21

감독 정지영

고 최진실과 함께한 작품: <남부군>(1990) 연출


<남부군>

캐스팅할 때만 해도 완전히 신인이었지. MBC에서 단역으로 출연하고 있다고 했다. <남부군>의 박민자 역은 처음부터 신인을 뽑을 생각으로 사람을 찾았는데, 당시 매니저였던 배병수가 추천해서 처음 최진실을 만났다. 난 좋게 봤었다. 신인연기자들은 보통 감독을 만나면 자기가 어떻게 예쁘게 보일지만 신경쓰는데, 그건 어리석은 거다. 감독은 연기를 잘하는가를 가장 중요하게 보는데 말이다. 그런데 최진실은 예쁘게 보이는 것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인터뷰를 할 때 내 눈을 똑바로 보면서 묻는 말에 당당하게 대답했다. 그런 점이 마음에 들었다.

그렇다고 바로 캐스팅을 한 건 아니었다. 두달 정도 후보 사진을 사무실 벽에 붙여놓고 가만히 들여다보았었지. 그랬는데 사람들이 오고가며 한마디씩 하는 걸 들으니 최진실에 대한 관심이 제일 많은 것 같았다. 결국 최종적으로 회의를 해서 최진실로 결정했다. 처음 현장에 왔을 때는 긴장을 많이 하더라. <남부군>이 첫 영화였으니 그럴 만도 했다. 마침 방송사에서 취재를 왔기에 방송용 촬영장면을 하나 만들어 긴장을 풀어줬다. 그랬더니 그 다음부터는 곧잘 해나가더라. 우리로서는 고마운 점도 있었다. <남부군> 찍는 도중에 나온 CF(카피가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에요”였던)가 대박을 터뜨리는 바람에 우리는 유명한 CF스타를 출연시킨 셈이 되었으니….

연기는 100% 만족한 건 아니었지만 신인치고는 제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독한 면이 있었다. 한번은 부상을 당해 병원에서 어딜 꿰매고 왔는데 상처가 다 아물지도 않은 상태에서 촬영을 했다더라. 말을 안 해서 아무도 몰랐는데 나중에 매니저가 말해줬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보통 아이는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그 다음부터 승승장구하며 배우로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보며 흐뭇했다. 내가 선택한 신인이 잘되는 걸 보는 게 좋았고. 내가 알던 최진실은 상당히 강하고 독한 아이였는데, 과연 무엇이 그 아이의 마음을 약하게 만들었을까… 요즘 그런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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