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추모! 최진실] 구김살없는 단 하나의 표정 -주철환
2008-10-21

OBS 경인TV 사장, 전 MBC PD 주철환

고 최진실과 함께한 작품: OBS <진실과 구라> 기획,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등


<진실과 구라>

처음에 만난 건, MBC 대학생 퀴즈프로그램인 <퀴즈 아카데미> 때 그가 게스트로 출연하면서였다. 프로그램 중간에 나와서 문제를 읽어주는 역할이었는데, 당시 인기 연예인들이 나오는 자리였고 최진실씨는 CF모델로 유명해져 있었다. 방송 녹화를 하다 중간에 쉬는 시간이 되면 대학생들이 우르르 전부 나와서 그에게 사인을 받아갔던 기억이 있다. <우정의 무대>란 프로그램을 내가 맡았을 때도 출연 요구에 즐겁게 응해줬다. 내가 그 프로그램을 1년 연출했는데 그 사이에만 4번이나 나와주었다. 내가 OBS로 옮겨 온 뒤 <진실과 구라>를 하게 된 것도 그런 인연이다.

<피디저널>에 조시(弔詩)를 기고했다. 제목은 <굿바이 캔디>다.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라는 구절처럼 그는 내면에 그 어떤 대단한 슬픔을 지녔을지라도 겉으로는 명랑한 분이었다. 쾌활하고 발랄하고. 그런 면에서 나와 통했다. 서로 유쾌한 이야기들을 많이 나눴다. 사람들이 그의 히스토리를 많이 알고 있다. 어렵게 자랐다, 수제비를 먹고 자랐다 등등. 이른바 그는 구김살있는 과거를 가진 사람이지만 구김살없는 표정을 가진 사람이기도 했다. 그 모습이 언제나 기특하다고 생각했다. 대견했다. 어떤 일도 혼신의 힘을 다해서 했다.

<굿바이 캔디(祭亡妹歌)>

괴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참고 참고 또 참지 울긴 왜 울어

은하계에 테리우스 차고 넘쳐도
캔디는 너 하나로 괜찮았는데

온 놈이 온 말을 나불거려도
세상에 진실은 하나뿐인데

너 혼자 힘들었던 사십년
함께 해도 모질었던 이십년

왜 그리 황망히 가야만 하니?
왜 그리 야속히 닫아야 하니?
네가 앉은
그 자리엔
벽이 없더니
네가 누운 그 자리엔 벽이 있구나

벗들의 눈물이 강물이 되니
너 혼자 배 타고 편안히 가라

별이란 바람에 스치우는 것
너에겐 바람이 너무 찼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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