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안성기
고 최진실과 함께한 작품: <남부군>(1999)
<남부군>을 제작한 영화사가 대한극장 건너편에 있었는데, 배병수 매니저가 진실씨를 데리고 왔고, 그때 처음 봤다. 그늘지지 않고 상큼하고 발랄한, 그 시대에 보기 드문 캐릭터였다. 아무래도 암울한 시대를 거치다보니 그 당시 배우들은 어두운 캐릭터를 연기하는 게 몸에 배어 있었는데, 최진실의 경우 빨치산을 돕는 간호사 역할을 맡았는데도 밝은 분위기가 났다. 우리와는 다르구나, 세대도 다르고 느낌도 새로운 새 시대의 배우가 나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런데 그 이미지가 나중에도 계속되더라.
최진실은 실제로도 밝고 명랑한 아이였다. 무엇보다도 잘 웃었다. 입을 다문 채 코맹맹이 소리로 ‘흥흥흥’ 웃었지. <남부군>의 박민자가 쉬운 역할은 아니었는데 긴장은 안 했던 것 같다. 정 감독님 얘기도 잘 따랐고. 처음에는 도시적이고 현대적인 이미지라 솔직히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는데 빨치산 역할의 거칠고 미운 분장도 아랑곳하지 않더라. <남부군>에서 내 상대역을 맡은 뒤 박중훈씨와 바통 터치를 했다고 할까. 중훈씨랑 작업을 많이 하고 정상급 스타로서의 활동을 계속했는데, 유난히 작품에서 다시 만날 기회가 없었던 것 같다. 진실씨가 이렇게 간 건 무슨 말로 표현하기가 힘든 일이다. 이번 기회에 인터넷 실명제를 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을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