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태초의 시간을 아는가
2012-05-22
글 : 이후경 (영화평론가)
<프로메테우스>

감독 리들리 스콧 / 출연 노미 라파스, 마이클 파스빈더, 샤를리즈 테론, 가이 피어스, 로건 마셜 그린, 숀 해리스 / 개봉예정 6월6일

-<프로메테우스>에 진정 리플리 여사는 나오지 않는 건가.
=시고니 위버는 이제 에일리언보다는 아바타에 관심이…. 그녀 대신 리플리를 대신할 만한 엘리자베스 쇼가 있다. 그녀를 연기하는 노미 라파스에 따르면 두 인물의 가장 큰 차이는 “리플리는 혼자나 다름없었지만 엘리자베스에게는 찰리가 있다”는 점이라고 한다. 그녀는 로건 마셜 그린이 연기하는 찰리 할러웨이와 함께 고대 유적지들에서 별자리처럼 생긴 지도를 발견하는데, 그것이 우주로부터의 초대장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웨이랜드사로부터 우주탐험 지원을 받아 프로메테우스호에 오른다. 거기에는 웨이랜드에서 직접 나온 비커스 메레디스(샤를리즈 테론)도 타고 있고, 웨이랜드산 휴먼 안드로이드 4호에 해당하는 데이비드(마이클 파스빈더)도 타고 있다. 시리즈의 전통을 따른다면 위기 국면에서 엘리자베스 일당과 웨이랜드파간의 갈등은 대충 그려질 거다.

-<에이리언> 프리퀄이라면서 왜 제목이 <프로메테우스>인가. <혹성탈출>도 그대로고 <엑스맨>도 그대로인데.
=우선 프리퀄이라고 하기가 좀 애매하다. 리들리 스콧 감독이나 배우들의 말로는 “그 자체로 독립적인 이야기”라고 한다. 진상은 영화가 나오면 밝혀지겠지만 어쨌든 시간상으로는 <에이리언>의 노스트로모호가 LV-426에 착륙한 서기 2122년보다 37년 전인 2085년이 맞다. <에이리언> 시리즈에 나오는 모든 탐사선의 소유주인 피터 웨이랜드가 “이제 우리가 신이다. 세상을 바꾸겠다”라고 선언한 2023보다는 72년 뒤고. 당시 연설을 들어보면 웨이랜드가 ‘프로메테우스’ 신화를 언급하며 불이 인류 최초의 기술이라 설명하고 있다. 각본을 맡은 데이먼 린델로프의 말처럼 프로메테우스호에는 신에게서 불을 훔쳐 인간에게 전한 타이탄족의 정신과 운명이 깃들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스페이스 자키는 뭔가. 기억이 잘 안 난다.
=리들리 스콧이 30년의 세월을 뚫고 <에이리언>으로 회귀하게 한 바로 그것이다! 1편에서 LV-426 탐사 중 발견된 우주비행사의 시체가 기억나나. 한 대원이 “화석 같다”고도 묘사한 그 거대하고 딱딱한 것 말이다. 그게 스페이스 자키다. 스콧은 왜 다른 속편에서 “그의 존재에 대해 질문하지 않았는지 의문”이었을 정도로 항상 그를 마음속에 두고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스페이스 자키는 <프로메테우스>의 시발점이 되었고, 그를 통해 스콧은 그는 누구이며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었던가를 질문해보고 싶었단다. 확실치는 않지만 스페이스 자키는 생물병기로 쓰기 위해 제노모프를 개발했다가 역으로 제노모프에 희생당한 최초의 인류라는 설도 돌고 있다. 어쩌면 스콧은 그를 통해 기술을 지닌 인간의 운명을 탐험해보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세트에서 촬영했다던데, 정말 어마어마한 무언가를 기대해도 되겠나.
=아마도. 유럽에서 가장 크다는 영국의 파인우드 스튜디오에서 8개 세트를 빌려 촬영했다니 물리적 규모는 보장된 셈이다. 그중 제일 큰 007 세트는 30% 증축했다고 하더라. 그외에도 리들리 스콧은 “태초의 시간”을 표현하기 위해 아이슬란드로 가 헤클라 활화산, 데티포스 폭포, 모자베 사막 등을 돌며 온갖 위험한 촬영을 무릅썼다고 한다. CG에 기대기보다는 가능한 모든 것을 실제 촬영하기로 유명한 그의 원칙은 이번에도 유효하다. 라파스도 이렇게 얘기했다. “허공에 발길질을 할 만반의 준비가 돼 있었는데 현장에 가보니 진짜가 있었다.”

에일리언은 진화한다?

새로운 기술로 태어날 제노모프를 만나기 전에 그들의 생태와 그 진화의 역사를 잠시 복기해볼 필요가 있겠다. 1편에서 소개한 대로 제노모프는 크게 세 단계로 분류된다. 첫 번째가 얼굴에 들러붙는 ‘페이스 허거’다. 혈액이 강산성이라 섣불리 뜯어내다가는 당신의 손이 녹을지도 모른다. 두 번째가 숙주의 간에서 기생하다가 복부를 가르고 튀어나오는 ‘체스트 버스터’다. 급속도로 허물벗기를 하며 신장 200m, 체중 160kg의 성체로 성장한다. 성체의 특징으로는 타액 과다분비증이 있다. 2편에서는 이들에 몇 가지 특성이 추가된다. 페이스 허거에게는 수중 호흡이나 장시간 호흡이 가능하다는 점이 발견된다. 물속에 오래 넣어두어도 죽지 않았으니까. 더불어 발견된 알들의 주인인 퀸이 등장해 성체 에일리언 사이에 의사소통과 상하 명령체계가 발달했음도 확인시켜준다. 한편 3편에서는 ‘에일리언 도그’가 출현했었다. 개도 숙주로 사용할 수 있음이 증명된 셈이다. 그리고 에일리언은 끓는 납을 뒤집어쓰고도 죽지 않았다. 유일한 퇴치법인 화염방사가 먹히지 않는 건가 싶어 대략 난감한 순간이었는데 다행히 다시 찬물을 뒤집어씌우니까 폭발해 죽었다. 급격한 온도차에 민감한 걸로 보아 유리나 금속성 피부를 가진 것 같다. 물론 <프로메테우스>에서도 제노모프의 진화는 계속된다. 티저를 봤다면 손톱보다 작은 사이즈의 거머리 같은 형상의 제노모프의 등장은 충분히 예상할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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