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천방지축 말괄량이의 모험담
2012-05-22
글 : 이주현
<메리다와 마법의 숲 3D>

감독 마크 앤드루스, 브렌다 채프먼 / 목소리 출연 켈리 맥도널드, 에마 톰슨, 빌리 코놀리, 로비 콜트레인 / 개봉예정 9월27일

-픽사의 새 애니메이션이다. 공개된 예고편을 보면 픽사의 작품이 맞나 의심스럽다.
=<메리다와 마법의 숲 3D>는 픽사의 열세 번째 장편애니메이션이다. <카2> 개봉 1년여 만에 선보이는 픽사의 신작인데(미국에서 6월, 국내에서 9월 개봉예정), 낯선 제목 때문에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다. 애초 <곰과 활>(마치 전래동화 제목 같다!)이라는 제목으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최종적으로 <브레이브>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그리고 국내 개봉 제목은 여주인공의 이름을 따 <메리다와 마법의 숲 3D>로 확정됐다. 간결한 제목을 선호하는 픽사인데, 국내에선 오히려 글자 수가 늘었다. 무엇보다 이번 픽사의 신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주인공이 ‘여자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그간 픽사 애니메이션을 주름잡은 건 장난감(<토이 스토리>)이거나 로봇(<월·ⓔ>)이거나 동물(<벅스 라이프> <니모를 찾아서> <라따뚜이>)이었다. 이들과 관계 맺는 사람은 주로 남자였고. 그런데 이번엔 다르다. 소녀가, 그것도 고대 스코틀랜드의 공주가 주인공이다. 픽사 애니메이션에 여주인공이 등장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참으로 오랜 시간이 걸렸다. <메리다와 마법의 숲 3D>에 많은 이들이 주목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리라.

-포스터 속 공주는 활을 들고 있다. <최종병기 활>류의 활 액션영화는 아니겠지.
=픽사 아티스트들이 <최종병기 활>을 봤는지 어땠는지는 확인할 바 없고, 서양의 명사수 로빈후드를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 연출되긴 한다. <메리다와 마법의 숲 3D>의 메리다는 스코틀랜드 왕국의 공주다. 퍼거스 왕과 엘리노어 여왕의 딸로, 빨간 곱슬머리를 가진 천방지축 소녀다. 그리고 뛰어난 활 솜씨를 가진 궁수다. 영화의 사건은 스스로 운명을 개척하고 싶어 하는 메리다가 어느 날 금지구역에 발을 들이면서 벌어진다. 그 일로 왕국은 혼란에 빠지고 메리다는 자신의 실수를 되돌리기 위해 모험을 떠난다. <스코틀랜드의 전설>이라는 동화를 바탕으로 하는 <메리다와 마법의 숲 3D>는 한마디로 전통과 운명에 맞서는 용감한 메리다에 대한 이야기다. 그런데 마크 앤드루스 감독은 여기에 이런 말을 덧붙인다. “이건 엄마와 딸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라고. 이쯤에서 <곰과 활>이라는 제목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마크 앤드루스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엘리노어 여왕이 곰으로 변하게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점점 이야기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같다고? 감독이 시나리오작가 출신이니 한번 믿어볼 수밖에.

-감독 크레딧에 두명의 이름이 올라 있다. 공동연출이 아니라 제작 중 감독이 교체됐다고.
=<이집트 왕자>를 연출한 브렌다 채프먼은 어쩌면 픽사 최초의 여성감독이 될 뻔했다. 여성의 관점으로 본 픽사의 소녀 캐릭터를 기대했던 이들에겐 실망스런 소식이었을지도 모른다. <카> <라이온 킹> <미녀와 야수> 등에서 스토리를 담당했던 채프먼은 자신과 딸의 관계에서 영감을 얻어 <메리다와 마법의 숲 3D>를 구상한 뒤 작품 개발에 착수했다. 그러나 2010년 10월, 픽사가 견해차를 이유로 감독을 교체했다. 단편 <원 맨 밴드>를 만들었고 <존 카터: 바숨 전쟁의 서막>의 시나리오를 썼던 마크 앤드루스는 결국 채프먼의 바통을 넘겨받았다. 마크 앤드루스가 창조한 세계는 픽사의 전작들과 비교했을 때 다소 어둡고 환상적일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스코틀랜드 곳곳을 누볐다. 스코틀랜드의 풍경을 정확히 베껴내려고 그런 건 아니다. <메리다와 마법의 숲 3D>는 8∼12세기 사이의 가상의 스코틀랜드를 배경으로 한다. 때문에 사전 조사를 한 뒤 공간을 우리의 상상력으로 재창조했다.” 얼마나 황홀하게 가상의 시공간을 창조해보여줄지도 <메리다와 마법의 숲 3D>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가 되겠다.

목소리 출연 배우들

에마 톰슨
켈리 맥도널드

리즈 위더스푼이 메리다의 목소리를 연기할 뻔했다. <메리다와 마법의 숲 3D> 제작진은 위더스푼의 목소리를 마음에 들어 했다. 하지만 일정이 맞지 않았다. 그녀는 너무 바빴고 결국 프로젝트에 합류하지 못했다. 최종적으로 제작진은 주요 배역을 모두 스코틀랜드 출신 배우들에게 맡겼다. 메리다의 목소리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드라마 <보드워크 엠파이어>의 켈리 맥도널드가, 엘리노어 여왕은 에마 톰슨이, 퍼거스 왕은 빌리 코놀리가 연기했다. 마크 앤드루스 감독은 30대의 켈리 맥도널드가 십대 소녀인 메리다의 목소리를 완벽하게 연기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참고로 픽사 애니메이션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목소리, 존 라첸버거의 목소리를 이번에도 들을 수 있다. 미국 출신인 존 라첸버거의 스코틀랜드 억양은 어땠을까. “음… 나쁘지 않았다.” 물론 친한 사이라 가능한 마크 앤드루스의 가벼운 농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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