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마크 웹 / 출연 앤드루 가필드, 에마 스톤, 리스 이판, 마틴 신 / 개봉예정 7월3일
-이건 슈퍼히어로가 나오는 블록버스터다. 그런데 <500일의 썸머>를 만든 마크 웹이라니. 로맨틱코미디 감독이 가당키나 한가.
=마크 웹도 그렇게 생각했다. “정말 웃기지도 않더라.” 그는 원래 계획하던 차기작이나 준비하려고 했었다. 그 영화는 버려진 아이들에 대한 작은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 영화는 잘 풀리지 않았고, 마크 웹은 잠시 딴생각을 했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도 내가 만들려던 작품과 같은 이슈를 갖고 있더라. 피터 역시 부모와 떨어져 살아온 아이 아닌가. 그때부터 내가 만든다면 과연 어떻게 다른 작품이 나올지 궁금해졌다.” 또한 그는 <500일의 썸머>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관계가 상당히 밀접하다고 말한다. “피터는 억만장자가 아니다. 외계인도 아니다. 그냥 아이다. 돈도 없고 인간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을 뿐 아니라, 좋아하는 여자한테 말도 제대로 못한다. <500일의 썸머>를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여성 때문에 머리를 쥐어짜는 캐릭터가 나에게는 너무 친숙하다.” 액션은 샘 레이미만큼 못할 수도 있지만, 어린 피터의 정서는 분명 마크 웹이 더 정확하게 꿰뚫지 않았을까?
-하지만 우리가 피터의 연애질 때문에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을 보려는 건 아니지 않나.
=마크 웹이 내세운 액션의 컨셉은 ‘사실성’이다. 그의 말을 자세히 살펴보면 ‘사실성’이란 곧 ‘관객이 체감할 수 있을 만큼’인 듯 보인다. “나는 영화 속 공간도 우리가 살고 있는 곳과 다를 게 없는 곳이기를 원했다. 영화는 작게 시작해서 점점 넓어질 것이다. 피터가 스파이더맨이 되면서 변하는 시야도 그렇지 않겠나? 피터가 갖는 느낌을 관객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1차 예고편에 등장한 롱테이크 시점숏이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대표장면이 될 듯 보인다(마크 웹은 그런 장면이 꽤 많다고 했다). 빌딩 옥상을 건너다니다가, 도심 한가운데를 헤집는 스파이더맨의 시점으로 촬영한 이 장면은 관객도 스파이더맨이 되어보는 순간을 제공한다. 이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제작진은 할렘가와 리버사이드에 걸친 카메라 리그를 만들어야 했다. 최근 아이맥스 3D관에서 <어벤져스>를 관람한 관객이라면,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예고편을 맛보기로나마 체험했을 것이다.
-그래도 우리는 이미 피터의 고등학생 시절을 봤단 말이다. 10년 전 영화라고 해도, 케이블TV에서 주야장천 보여주는데, 굳이 또 그때의 피터를 봐야 한단 말인가.
=차 떼고, 포 떼고, 장까지 뗀 이상 리부트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마크 웹은 “샘 레이미의 영화를 리메이크하는 차원의 영화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한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다른 캐릭터와 다른 이야기로 만든 또 다른 우주다. 007 시리즈를 연상하면 될 것 같다. <스파이더맨>도 그에 못지않게 많은 캐릭터와 이야깃거리들이 즐비하다.” 제작진이 새롭게 찾은 광맥은 피터의 부모다. 그들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그들은 왜 아들을 떠나야 했을까? 삼촌과 숙모의 보살핌을 받고 자란 피터는 어느 날, 아버지가 남기고 간 서류가방을 발견한다. 부모의 실종에 의심을 품은 그는 아버지의 동료였던 코너스 박사를 찾아간다. 코너스는 피터의 대리부모와도 같은 역할을 하지만, 잃어버린 한팔을 재생하려다 악당 리자드가 되어버린다. 마크 웹은 “피터가 그의 아버지와 자신의 실체를 찾아간다”는 게 연출을 하면서 새긴 한줄 정리였다고 말했다. 샘 레이미가 묻지 않았던 질문이 바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핵심이다.
스파이더맨의 새로운 맞수, 리자드
‘lizard’란 이름 그대로 도마뱀이다. 피터의 멘토나 다름없는 커트 코너스 박사는 잃어버린 한팔을 재생하는 과정에서 도마뱀의 형질을 이용하고, 실수로 도마뱀을 닮은 괴물이 되고 만다. 마크 웹은 “리자드와 피터가 그리 다르지 않은 인물”이라고 말한다. “코너스는 팔이 없다. 그런가 하면 피터는 부모가 없다. 그들 모두 공허한 사람들이다. 잃어버린 팔을 재생하려는 코너스나 부모의 비밀을 파헤치는 피터나 결국 그 과정에서 힘을 얻는다.” 코너스는 샘 레이미가 연출한 지난 3편에서 딜란 베이커의 연기로 등장한 캐릭터였지만,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에서는 <노팅힐>에서 휴 그랜트의 친구로 나왔던 리스 이판스가 연기한다. 이판스는 “때로 우리에게 이로움을 주는 것들이 또 때로는 해를 초래한다는 역설을 드러내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커트 코너스는 잘못된 선택을 한 훌륭한 인물이다. 그는 자신처럼 팔다리가 없는 사람을 돕고자 했지만, 과학을 너무 맹신한 것이다. 결국 지킬 앤드 하이드가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의 남자다.” 제작진은 모션 캡처를 이용해 리자드를 창조했다고 한다. “리스의 실제 얼굴과 그가 지닌 감성을 고스란히 옮겨와 리자드의 양면적인 감성을 묘사하려고 한” 감독의 선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