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티무어 베크맘베토프 / 출연 벤자민 월커, 도미닉 쿠퍼, 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티드 / 개봉예정 8월30일
-링컨이 뱀파이어 헌터라니 설정이 너무 황당한 것 아닌가.
=소설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를 쓴 작가 세스 그레이엄 스미스를 기억하는가. 제인 오스틴이 쓴 <오만과 편견>의 엘리자베스를 동양무술 마스터로 만들어 좀비들과 한판 대결을 벌이게 했던 그 소설가 말이다. 이어 그가 내놓은 소설 <뱀파이어 헌터 에이브러햄 링컨>이 이 영화의 원전이다. 여기에 제작자로 팀 버튼이, 감독으로 <원티드>의 티무어 베크맘베토프가 합세했다. 장르라면 도가 튼 3명의 남자가 의기투합했으니 황당한 영화가 아니라 대단한 무언가가 나오리라 기대해도 좋지 않을까. 뱀파이어에게 어머니를 잃은 링컨이 충격을 받고 미국이 뱀파이어에 지배당하는 걸 막기 위해 대통령이 돼 남북전쟁에 참가한다니. 전기, 장르가 한데 버무려져 어떤 빛깔을 낼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세스 그레이엄 스미스와 티무어 베크맘베토프에 대한 팀 버튼의 애정이 남다르다던데.
=사실 시나리오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세스 그레이엄 스미스는 <다크 섀도우>의 시나리오를 맡으면서 이미 팀 버튼과 호흡을 맞춘 바 있다. 또한 지난해 리부트를 결정한 팀 버튼의 영화 <유령수업>과 <링컨: 뱀파이어 헌터>의 시나리오 역시 그가 맡으며 세스 그레이엄 스미스는 팀 버튼의 총애를 한몸에 받고 있다. 연출은 맡은 베크맘베토프에 대한 팀 버튼의 애정은 또 어떤가. “미국의 대통령 이야기를 만들 사람으로 러시아인 이상의 좋은 조건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는 농담을 던지며 팀 버튼은 베크맘베토프를 은근히 치켜세우기까지 한다. 이번 영화를 시작으로 3인의 다른 프로젝트도 기대해볼 만하지 않을까.
-뱀파이어에 맞서는 링컨의 무기는 무엇인가. 설마 십자가와 흑마늘은 아니겠지.
=작정하고 세 남자가 만났는데 설마 마늘이나 들이대겠나. 대개 은으로 만든 탄환을 장착한 총이나 지팡이를 상상할 테지만 놀랍게도 링컨의 무기는 도끼다. 이것은 곧 긴 코트 안에 서슬 퍼런 도끼를 숨기고 있다가 뱀파이어의 머리뼈를 아작내는 링컨, 현란한 손놀림으로 도끼를 이러저리 휘두르는 링컨, 피칠갑을 하고 뛰어다니는 링컨을 볼 수 있다는 얘기다. 베크맘베토프가 “19세기를 바꾼 위대한 남자의 이야기”라 칭했던 <링컨: 뱀파이어 헌터>는 어쩌면 ‘19세기를 도끼 하나로 바꾸었던 한 남자 이야기’로 정정해야 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