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매우 강하고, 동물적인 드라큘라”
2012-06-12
글·사진 : 이화정
비경쟁부문에서 <드라큘라 3D> 상영한 다리오 아르젠토 감독 인터뷰

애초 의도는 분명 호러필름이었을 거다. 다리오 아르젠토가 브람 스토커의 고전 드라큘라를 21세기 3D 기술력을 활용해 불러온다고 했을 때, 기대가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비경쟁부문에 초청된 <드라큘라 3D>가 첫 상영되던 날, 브뉘엘 극장에 몰린 기자들의 수만 헤아려도 그 열기를 짐작할 수 있었다. 이탈리아 호러의 제왕이 만든 3D 공포의 결과는? <버라이어티>의 말을 빌려보자. “드라큘라가 벌레로 변해 화면에 벌레가 날아다닐 때쯤 관객은 통감할 것이다.” 뭘? “다리오 아르젠토의 드라큘라는 호러가 아니라 코믹영화였다는 것을.” 이 정도면 분위기가 짐작되는가. <아바타> 이후 급속도로 발전한 할리우드 3D 영화시장에서 볼 때 이 영화의 3D 기술은 턱없이 부족했고 스토리는 빈약하며 싱크가 맞지 않는 사운드로 기술적 결함까지 드러냈다. <트와일라잇> 시리즈 같은 틴에이지영화에 대응하기 위해서, 또 이탈리아 영화시장에 3D 자국 콘텐츠의 생산이라는 의도까지 더해진 이 영화의 실체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의도하지 않았던 웃음의 연발로 혹평 일색이었지만 71살 호러 거장 다리오 아르젠토는 자신의 도전에 대해 자신했다. 2009년 부산국제영화제 참석이 인상적이었다는 그와 칸에서 나눈 인터뷰를 싣는다.

-<드라큘라>를 현재에 다시 불러오다니 좀 놀랍다. 어떻게 만들게 됐나.
=최근에 브람 스토커의 소설을 다시 읽었는데,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내 커리어는 항상 스릴러와 호러로 양분되어 있었고 판타지 장르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런 부분이 흥미롭더라.

-최근 들어 뱀파이어 영화는 워낙 다양하고 새롭게 진화했다. <HBO> 드라마 <트루 블러드>나 십대 팬들을 사로잡은 <트와일라잇> 시리즈 모두 뱀파이어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TV 드라마는 트렌드에 가깝다. 난 그런 데는 흥미가 없다. 나는 역사를 가진 고전적인 드라큘라를 다시 화면에 재연하고 싶었다. 그렇게 트렌디한 드라큘라가 아니라 내 어머니도 알고 있는 매우 강하고 동물적인 드라큘라에 대해 이야기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브람 스토커의 드라큘라와는 어떻게 다른가.
=원작에 충실했다. 그런데 드라큘라 캐릭터는 이전에 알고 있던 모습과 다를 거다. 내가 가진 상상의 세계에 의존해 내 방식의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했다. 고전 드라큘라처럼 로맨틱하지만 동시에 굉장히 폭력적이기도 하다. 이번 영화는 드라큘라에 대한 일종의 실험이었는데, 난 그의 바이섹슈얼적인 면모와 자연 그대로의 거친 면모를 부각했다.

-소설 외에 영화 <드라큘라>에서 어떤 영향을 받았나. 1950~60년대 해머필름의 <드라큘라>가 연상되더라.
=맞다. 해머필름의 <드라큘라>를 많이 참조했다. 영국 배우 크리스토퍼 리가 연기한 드라큘라가 내게 많은 영감을 주었다. 리는 내가 처음 본 뱀파이어였는데 피 묻은 입과 성난 얼굴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브람 스토커의 원작을 가장 잘 차용한 게 해머필름 버전이라고 생각한다.

-당신은 스테디캠과 컴퓨터그래픽을 획기적으로 사용하는 등 새로운 기술에 항상 열려 있었다. 3D는 당신 영화에서 처음인데, 왜 3D를 원했고 과정은 어땠나.
=뱀파이어의 이미지를 보다 현대적이고 새롭게 보여줄 수 있는 기술이 필요했다. 소니가 작업하는 데 새 카메라가 훨씬 좋을 것이라며 사용을 제안했다. 이번에 사용한 건 일종의 홀로그램인데, 3D가 화면에 깊이감을 가져다줬다. 평면 화면이라면 보지 못할 다양한 각도의 이미지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3D 기술은 정말 대단하고, 그 기술에 감사한다. 3D 기술은 드라큘라를 좀더 무섭고 더 입체적으로 만들어줬다.

-전통적인 유럽 호러 대신 최근엔 한국, 일본, 타이 같은 곳에서 주목할 만한 작품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정말 흥미로운 작업이다. 새로운 형식과 기술의 작품들이 끊임없이 생산되고 있다. 액션 위주가 아니라 주로 심리적인 공포를 다루고 있는데, 스토리텔링 자체가 서구 스타일과는 완전히 다르게 접근한다. 공포영화는 아시아가 주도권을 잡고 있는 것 같다.

-이탈리아 호러영화는 이제 주춤대고 있다. 80년대 할리우드를 위협할 정도의 전성기에 비교하자면 지금은 위기라고 볼 수도 있다.
=나는 그래도 2년에 한번씩 작업을 계속해왔고, 프로듀서로도 직접 활동했다. 경제위기 때문에 호러영화에 투자할 사람들이 없다. 그렇다고 희망이 없는 건 아니다. 똑똑한 젊은 친구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시대는 변하고 있다.

-차기작은 무엇인가. 공포가 아니라 예를 들면 코믹 같은 영화도 가능한 건가.
=물론이다. 난 모든 장르의 영화를 좋아한다. 코믹영화도 아주 좋아한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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