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세 료의 필모그래피 중 일본 바깥에서의 작업은 이제 익숙하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옴니버스영화 <도쿄!>에서 미셸 공드리와의 작업, 그리고 구스 반 산트의 <레스트리스>에 이어 이번엔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와의 협연이다. 아키코에 대한 집착과 노교수에 대한 질투로 폭발하는 남자 노리아키는 가세 료가 지금껏 보여준 캐릭터 중 가장 터프한 모습이다.
-이번 영화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이전부터 함께 작업하고 싶었지만, 그게 쉽지는 않다. 키아로스타미 감독은 직업배우와는 작업을 잘 안 하기 때문이다. 오디션을 두번 봤고 결국 같이할 수 있게 됐다.
-키아로스타미 감독은 시나리오가 없는 걸로 유명하다.
=시나리오를 주지 않으니 뭘 특별히 준비해야 할 게 없었다. 장면이 길어질 땐 2~3일 전에 대사를 주기도 했다. 배우들한테 특별히 요구한 건 없었고 농담을 자주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라고 하더라. 그게 어렵기도 하면서 한편으론 자유롭기도 하더라.
-노리아키는 이전까지 당신이 연기했던 캐릭터와는 완전히 다른 남자다. 분노를 표출하고 집요하기까지 하다.
=난 정말 그를 좋아한다. 그는 정말 나쁜놈이고 바보 같은 남자다. 또 한없이 나약하다. 그런데도 매우 섬세하고 복잡한 남자라고 생각한다. 이 모든 게 복합되어서 파워가 생긴다. 그런 연기는 내게 새로웠고 즐거운 경험이었다.
-외국 감독과의 작업은 이제 당신 필모그래피의 한 흐름이 됐다.
=일본 영화산업에서 작은 독립영화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해외 감독과의 작업은 그래서 이젠 내게 꼭 필요한 일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