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영화제는 여름보다 핫하다
2012-07-10
글 : 이화정
부천국제영화제부터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여름영화제 7

여름에만 영화제가 열리는 게 아니다. 그러나 ‘국제’적 영화제의 8할이 여름을 타깃으로 삼는다. 여름영화제와 관객간의 밀접도는 이제 제법 끈끈하다. 6년에서 16년차, 해마다 여름을 책임져온 여름 대표 영화제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영화제 주기에 맞춘 여름 구성이다.

제16회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

기간 7월18일(수)~22일(일)
장소 삼성동 코엑스, CGV명동역, 서울애니메이션센터, 서울애니시네마, 남산공원 팔각광장
홈페이지 www.sicaf.org

공교롭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와 기간이 딱 겹쳤다. 국제영화제를 같은 기간에 하다니, 무슨 배짱인가 싶었더니 라인업 스케일이 막강하다.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SiCAF)가 마련한 전시와 상영,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다보면 여름 언제 갔나 싶을 거다. 애니메이션 개막작은 덴마크 감독 이냐시오 페레라스 감독의 <노인들>이다. 요양원에서 생을 마감하는 노인들의 일상을 소소하게 그린 수작이다. 연상호 감독의 <돼지의 왕>, 이대희 감독의 <파닥파닥> 등 5편의 장편을 비롯해 폴 드리센 감독의 <오이디푸스>, 조지 슈비츠게벨 감독의 <로망스> 등 세계 애니메이션 거장 감독들의 단편도 만날 수 있다. 300여편의 작품이 5일간에 걸쳐 상영된다.

올해 전시의 핵심은 한국 SF만화의 전설, 만몽 김산호 화백의 작품 재조명이다. ‘자유롭게 날며 꿈을 꾸는 작가, 김산호 특별전’에서는 대표작 <라이파이>의 주요 장면과 희귀 단행본을 한자리에 모아 전시한다. 김산호 화백과의 대담도 마련되니 체크하자. 프로야구의 뜨거운 열기, SiCAF가 놓칠 리 없다. <공포의 외인구단> <달려라 꼴찌> 등 한국 야구만화가 총망라된다. 만화만 보고 끝낼 일이 아니다. 이참에 야구만화 공인 대표작가 이현세, 허영만, 이상무, 최훈과 함께하는 야구 토크쇼까지 보너스로 마련된다. 미국 만화가 짐 데이비스가 탄생시킨 가필드의 인기를 조목조목 해부해보는 전시 <내 이름은 가필드>와 <스바루> <카페타>의 작가 소다 마사히토 초청전도 마련된다. 황미나, 이현세, 신일숙, 김동화, 박재동 등 만화작가 15인이 디지털 프린팅 에디션으로 제작한 <아트툰>도 빼먹으면 안된다. 상영과 전시만이 아니다. 픽사의 신작 <메리다와 마법의 숲> 제작 이야기, ‘픽사 이야기’, 월트 디즈니, 워너브러더스 제작 장편 프로젝트에 참여한 애니메이터 마이크 윙 감독의 ‘애니메이션 타이밍’ 등 컨퍼런스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챙길 것투성이다.

제14회 정동진독립영화제

기간 8월3일(금)~5일(일)
장소 강원도 정동초등학교
홈페이지 www.jiff.co.kr

입지로 따지면 단연 대한민국 최고다. 정동진 바다와 스크린의 결합이라는 막강 호사를 누릴 수 있는 정동진독립영화제야말로 바캉스의 본령이다. 1회 때 마음 그대로 14회를 맞이하는 올해 역시 정동진의 모토는 관객과 가장 가까운 거리의 영화제다. 긴말 필요없이 어느 영화제도 흉내낼 수 없는 친관객적 이벤트가 가득. 지지하는 영화를 관객의 동전으로 투표하는 ‘땡그랑 동전상’은 애교 수준. 멀티플렉스의 전용관 부럽지 않은 정동진만의 VIP석도 마련된다. 정동초등학교 운동장 바닥. 돗자리, 모기장 텐트, 간식거리가 선물로 제공되는 초호화 로열석은 홈페이지에서 미리 신청하면 된다. 영화도 좋지만 여름 불청객인 모기는 어떡하냐고? 그래서 준비한 ‘쑥불원정대’. 개막 1주일 전 강원도 쑥대밭에서 채취한 쑥을 가지고 쑥불을 피운다. 모기는 쫓고 영화는 환영이다. 아주 특별한 영화제를 찾는다면 정동진으로 가라.

제1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기간 7월19일(목)~29일(일)
장소 부천시청, 한국만화박물관, CGV부천, 롯데시네마 부천, 프리머스 시네마
홈페이지 www.pifan.com

여름이다. 비도 올 거다. 고로 부천의 계절이다. 떼려야 뗄 수 없는 여름의 삼단논법,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16회를 맞이했다. 호러영화의 침체기에 반기를 들 요량으로 개막작부터 제대로 호러다. 옴니버스영화 <무서운 이야기>가 부천의 시작을 알린다. <여고괴담2>의 민규동 감독, <화이트: 저주의 멜로디>의 김곡·김선 감독, <기담>의 정범식 감독 등이 참여해 좀비 연쇄살인마, <콩쥐팥쥐>의 현대적 재해석, 노동현실을 둘러싼 우화 등 한국사회가 지금 경험하고 있는 욕망과 불안을 호러장르를 빌려 언급한다. 폐막작으로는 미이케 다카시의 <아이와 마코토>가 상영된다. 총 47개국 230편의 작품이 상영되며, 이중 월드프리미어만 51편에 달한다. ‘월드 판타스틱 시네마’ 부문 중 인도네시아, 필리핀의 작품은 필히 챙겨보라는 프로그래머의 주문이다. 남아시아 지역 장르영화의 약진을 확인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애니판타’ 부문에선 체코 애니메이션 컬렉션이, 수교 50주년을 맞은 아르헨티나영화 특별전과 SF 애니메이션의 전설 <우주전함 야마토>도 상영된다. 신체절단, 성적 표현이 난무하는 부천만의 ‘금지구역’은 올해도 관객의 비위를 시험한다. 10대 중반 소녀들의 파티, 마약, 섹스를 그린 세르비아영화 <클립>은 당연히 이 섹션에서 상영된다. 올해도 어김없이 <씨네21>이 미리 보고 추천작을 꼽아줄 거다. 장르의 상상력으로 무장한 주요 상영작 추천 리스트는 다음주에 공개될 예정이다. 올해 행사는 부천시청을 중심으로 보다 집약적으로 이루어지며 관객을 위한 축제와 프로그래밍, 스마트한 영화제의 강화를 기치로 내걸었다.

2012 시네바캉스 서울

기간 7월26일(목)~8월26일(일)
장소 서울아트시네마
홈페이지 www.cinematheque.seoul.kr

바캉스(vacance)의 원래 뜻은 ‘비우다’다. 7회를 맞는 서울아트시네마의 연례행사 시네바캉스전은 그래서 관객에게 모든 걸 비우기를 권한다. 말끔히 치워진 자리엔 대신 시네바캉스가 엄선한 고전영화들로 꽉꽉 눌러 채우면 된다. 총 25편.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알베르 세라, 가와세 나오미 등 12명의 감독이 서로에게 보낸 ‘영화편지’들을 모은 ‘서신교환’ 섹션으로 일단 마음의 정화를 즐겨라. ‘이미지의 파열’ 섹션에선 70년대 이후 충격을 안겨준 문제적 미국영화들이 상영된다. 브라이언 드 팔마의 <분노의 악령>, 샘 레이미의 <이블 데드>, 마이클 만의 <도둑>과 <맨 헌터>,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비디오드롬>, 존 카펜터의 <괴물> 같은 문제작을 만날 수 있다. 이 정도로는 좀 싱겁다고? 세 번째 섹션은 좀더 여름에 가깝다. 좀비의 진화와 사회의 상관관계를 살펴보는 ‘좀비의 정치학’이 마련된다. 제목만 보고 그리 복잡하게 생각할 게 없다. 조지 로메르의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과 <살아 있는 시체들의 새벽>, 브루스 맥도널드의 <폰티풀> 같은 막강의 좀비영화 모음전이다. 바캉스답게 떠남의 이미지도 구성된다. ‘시네필의 바캉스’ 섹션에선 자크 로지에의 <오루에쪽으로>, 장 외스타슈의 <나의 작은 여인들>로 바캉스 기분을 만끽하라. 덧붙여 바캉스 기간엔 10주년을 맞은 서울아트시네마의 정기 프로그램도 특별하게 마련되니 눈여겨보자. 장건재 감독의 신작 <잠 못 드는 밤> 상영과 감독과의 만남, ‘영화사 강좌, 시네토크’, ‘일본영화 걸작 정기 무료 상영회’ 등 하반기 프로그램. 멀리 갈 것 없다. 도심 속, 서울아트시네마로 휴가가면 모두 만날 수 있다.

제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기간 8월9일(목)~15일(수)
장소 TTC복합상영관, 청풍호반무대, 수상아트홀, 제천영상미디어센터 ‘봄’ 문화의 거리, IMFF스테이지, 의림지 등 제천시 일원
홈페이지 www.jimff.org

<원스> <로큰롤 인생> <카핑 베토벤> <기적의 오케스트라: 엘 시스테마> <치코와 리타> 등 8회를 맞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지금껏 전도한 음악영화들은 이토록 풍성하다. 제2의 <원스>를 발견하기 위한 제천의 무한도전은 올해도 계속된다. 음악이 먼저냐 영화가 먼저냐는 질문은 이제 더이상 필요없다. 제천의 대표 호수 의림지의 맑은 공기와 스크린과 음악이 하나가 되는 물아일체의 경지. 올해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이미테이션 인생을 사는 ‘나름 가수’의 흥미진진한 이야기, 피아니스트이자 색소폰 연주가 레이 찰스, 중국 클래식 음악계를 이끄는 피아니스트 랑랑, U2의 보컬 보노 등의 뮤지션을 다룬 상영작들이 기다리고 있다. 올 제천을 반드시 챙겨야 할 이유 중 하나를 살짝 공개하자면 <원스>의 마르케타 이글로바가 제천을 찾는다는 것. 국내 밴드들의 논스톱 공연으로 영화제인지 공연장인지 헷갈렸을 여러분을 위한 화려한 라인업도 기다리고 있으니 놓치지 말자. 영화음악 감독들의 강의, 영화음악 제작까지 모두 경험할 수 있는 제천만의 독특하고 실용적인 행사, 제천영화음악아카데미를 비롯해 ‘우주히피’, ‘좋아서 하는 밴드’ 등 실력있는 인디밴드들을 배출한 거리의 악사 페스티벌은 올해도 어김없이 빠지지 않는다.

제6회 시네마디지털서울영화제

기간 8월22일(수)~28일9화)
장소 CGV압구정
홈페이지 www.cindi.or.kr

신디(시네마디지털서울)가 어렵다고? 올해 신디의 라인업이 시원하게 그 편견을 불식시켜주면 좋으련만, 아쉽게도 라인업은 아직 미궁 속이다. 꽁꽁 숨겨둔 라인업 사이에서도 확고부동 변하지 않는 사실은, 재능있는 아시아 신인감독의 현재가 시네마디지털서울에 있다는 것이다. 신인발굴과 육성을 위한 신디의 목표는 그대로, 한층 강화된 프로그램들이 기다린다. 눈여겨볼 프로그램은 올해 한국감독의 미개봉 신작을 소개하는 비경쟁 섹션 ‘브라이트 포커스’ 부문이 신설된 점. 2010년부터 시작된 차기작 지원책 ‘버터플라이 프로젝트’는 올해도 계속된다. 기존 버터플라이 프로젝트가 시나리오 기획개발에 중점을 뒀다면 이젠 곧바로 영화 투자제작에 돌입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15편 중 3인 이내의 감독을 선정, CJ E&M과 함께 차기작을 제작한다. 물론 이 모든 노력은 관객과의 만남을 전제로 한다. 정성일 프로그램 디렉터의 앞선 시선과 초대 집행위원장 박기용 감독의 컴백이 불러올 조화가 관건.

제14회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기간 8월23일(목)~29일(수)
장소 아리랑시네&미니어센터, CGV성신여대입구, 고려대학교 인촌기념관(개·폐막식)
홈페이지 www.siyff.com

“영화제 한곳에서라도 상영하는 게 최고의 꿈이었다.” 지난해 상영작 <두레소리>를 연출한 조정래 감독에게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는 기적을 가능케 해준 고마운 영화제였다. 건전하고 신선한 청정작품을 취급하는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가 올해로 14회를 맞이했다. 올해의 모토는 ‘Stand by Me’. 리버 피닉스의 소년기가 고스란히 담긴 <스탠 바이 미>처럼 호기심, 모험, 성장을 아우르는 영화제를 상징한다. 학교폭력과 학업, 취업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청소년들에게 영화가 곁에서 힘이 되고 싶다는 프로그램의 방향성도 포함한다.

라인업 확정에 앞서 주목할 것은 참여형 영화제로 확장된 영화제의 면모다. ‘관객심사단’과 ‘국제청소년영화캠프: 국제청소년심사단’이다. 총 500명으로 구성된 관객심사단은 ‘키즈아이’(Kid’s Eye), ‘틴즈아이’(Teen’s Eye), ‘스트롱아이’(Strong Eye)로 나뉘어 새롭게 마련된 섹션의 작품을 선정하는 역할. 전세계 30~40개국 청소년을 대상으로 선정한 ‘국제청소년심사단’은 영화제 기간 중 캠프에 참가, 공식경쟁부문인 ‘경쟁 13+’(Competition)의 최우수 작품 선정, 영화비평 강의, 감독과의 대화 등을 체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