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이 트릭에 놀랐다
2012-11-06
글 : 강병진
사진 : 최성열
김성수 감독 연출의 한•일 합작영화 <무명인>과 원작 소설 <게놈 해저드>

<게놈 해저드>
쓰카사키 시로 지음 / 프리즘 펴냄

<무명인>

<무명인>
감독 김성수 / 출연 니시지마 히데토시, 김효진 / 개봉 2013년 예정

쓰카사키 시로의 <게놈 해저드>는 <야수>의 김성수 감독이 준비하는 한•일 합작영화 <무명인>의 원작 소설이다. 주인공은 일러스트레이터인 도시아먀다. 어느 날 퇴근하고 보니 아내가 죽어 있다. 그런데 갑자기 걸려온 전화 속 목소리 또한 친정에 있다는 아내의 것이다. 잠시 뒤 정체불명의 남자들이 도시야마를 찾아오고 이때부터 그는 필사의 도주를 벌인다. 그를 돕는 이는 프리랜서 기자인 오쿠무라뿐이다. 어느 날 아내가 두명이 된 말도 안되는 상황을 분석하기 시작한 두 사람은 도시야마의 정체를 의심한다. 그에게는 두명의 아내뿐만 아니라, 두채의 집, 두개의 직업, 그리고 두개의 이름이 있었다.

간단한 줄거리만 보면 도플갱어, 이중인격 등 지금까지 많은 영화의 테마가 된 개념들이 떠오를지 모른다. 도시야마에게 두명의 아내는 두명의 ‘나’를 의심하게 만드는 계기다. 하지만 제목에서 연상할 수 있듯이 <게놈 해저드>는 유전공학의 개념들을 활용한 미스터리 스릴러다. 1998년에 출간된 것에 비추어보면 당시 전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킨 로빈 쿡의 의학스릴러의 영향을 받은 듯 보인다. 하지만 수많은 의학용어들이 등장하는 후반부의 반전은 충격의 강도가 덜한 편이다. 오히려 독자까지 주인공의 혼란에 동참시키는 소설의 트릭이 놀랍다. 도시야마가 스스로 자신의 정체를 의심하는 순간에 오면 읽는 이들이 지나간 페이지를 다시 훑어보게 될 정도다. 접하기 부담스러운 의학지식들을 제외하면, <게놈 해저드>는 자신의 정체성을 묻는 인간을 절묘한 방식으로 드러내는 소설이다. 소설의 묘미로 보자면 원작보다는 영화의 제목이 더 적절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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