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나투성이’ 세상에서 살아남기
2012-11-06
글 : 윤혜지
미키 사토시 감독의 <오레오레>

<오레오레>
호시노 도모유키 지음 / 은행나무 펴냄

<오레오레> 일본 책 표지.

<오레오레> 俺俺
감독 미키 사토시 / 출연 가메나시 가즈야, 우치다 유키, 가세 료, 기무라 미도리코, 다카하시 게이코 / 일본 개봉 2013년 5월25일

세상 사람들이 모두 내가 된다면? 길에서 마주치는 모든 사람들이 전부 ‘나’ 자신이라면 당신은 어떤 생존방식을 택할 수 있겠는가. 호시노 도모유키의 <오레오레>는 개인의 아이덴티티가 자본주의의 물결에 쓸려간 사회를 비판한 소설이다. 카메라 판매원으로 일하는 히토시는 우연히 주운 휴대폰으로 ‘오레오레 사기’를 치게 된다. ‘오레오레 사기’란 다짜고짜 전화를 걸어 “나야, 나(오레오레)”라고 말하며 계좌이체를 유도하는 보이스피싱사기 수법이다. 사기를 친 이후 히토시는 정말로 휴대폰의 주인인 ‘나’(오레)가 되고, 세상 모든 사람들이 점점 ‘나’로 바뀌는 가운데 히토시는 ‘나투성이’의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친다. <오레오레>는 개인이 사라진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로 제5회 오에 겐자부로상을 수상했으며 미키 사토시 감독에 의해 도쿄 교외를 배경으로 영화화됐다. 영화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 드라마 <시효경찰>로 익숙한 미키 사토시 감독이 연출과 각본을 모두 맡았고, 영화는 원작과 다른 방향으로 약간의 각색을 거쳤다. 회사원인 나, 대학생인 나, 긴 머리를 가진 나 등 똑같은 얼굴의 ‘나’가 줄곧 등장하기 때문에 주연인 가메나시 가즈야는 무려 1인33역을 연기한다. 미키 사토시 감독 작품에 종종 등장하는 후세 에리, 이와마쓰 료, 마쓰시게 유타카, 마쓰오 스즈키는 이 작품에서도 함께 호흡을 맞춘다. 세상이 모두 ‘나’로 변하기 전 히토시와 갈등을 빚는 꼬장꼬장한 상사로 가세 료가, 원작에는 없는 여성 캐릭터로 우치다 유키가 출연한다. 영화는 10월 말쯤 후반작업을 마치며, 내년 5월에 개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