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모험을 택하기보다 안정을 고수하다
2013-06-11
글 : 정한석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취재지원 : 이승은
제66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에 <아델의 삶-1&2>, 심사위원 대상에 <인사이드 르윈 데이비스>
제66회 칸영화제 폐막식.

올해 칸영화제 수상 총평에 관련해서는 두 가지 소문부터 전하는 게 좋겠다. 심사위원들이 명확하게 두파로 갈렸다는 말이 떠돌았다. 하지만 프랑스의 주간지 <누벨 옵제바퇴르>는 심사위원 중 한명이었던 프랑스 배우 다니엘 오테유의 말을 빌려 이렇게 전했다. “맹세하건대 심사위원들이 두파로 나뉘었다는 소문은 허위이다. 심사위원들간에 화합이 잘됐다. 우리는 공식적으로는 네번 모였지만 비공식적으로는 상영이 끝났을 때마다 만나서 토의했다. 이게 바로 우리가 아무 문제없이 원활하게 의견을 나누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프랑스의 유력 일간지 <리베라시옹>은 무언가 내막을 자세히 알고 있지만 구체적인 설명은 생략할 수밖에 없다는 뉘앙스로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다. “우리는 지난 화요일 스티븐 스필버그가 아쉬가르 파라디의 <과거>를 선호한다는 소식을 전한 바 있다. 그리고 폐막 당일인 일요일 오후 5시쯤에는 이 이란 감독에게 황금종려상이 돌아갈 것이라는 소문이 전세계 기자들 사이에서 돌았다. 하지만 2명의 심사위원은 이 소문을 듣지 못한 것 같다. 루마니아 감독 크리스티안 문주와 영국 감독 린 램지다. 결과적으로 본다면 두 사람의 설득력이 나머지 심사위원과 스티븐 스필버그를 움직일 만큼 대단했던 것으로 여겨진다.”

심사위원들 모두가 원만하게 합의한 결과인지 혹은 영화나 인터뷰로 짐작하건대 고집이 보통이 아닐 두 감독의 뒤늦은 설득이 전체 심사의 향방을 갈랐는지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매년 수상에 관한 소문이 그러하듯 그 진위를 따지기 어렵다. 다만 결과적으로 튀니지 출신의 프랑스 감독 압델라티프 케시시가 쟁쟁한 다른 감독들을 물리치고 가장 높은 영예의 자리에 오른 것만은 확실한 사실이다. 케시시의 영화 <아델의 삶-1&2>가 제66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게 된 것이다. 그 뒤를 이어 심사위원 대상에 코언 형제의 <인사이드 르윈 데이비스>, 감독상에 아마트 에스칼란테의 <헬리>, 심사위원상에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여우주연상에 <과거>의 베레니스 베조, 남우주연상에 <네브래스카>의 브루스 던, 각본상에 지아장커의 <천주정>, 신인감독에게 주어지는 황금카메라상에 앤서니 천의 <일로 일로>가 호명되며 각각 올해의 영예를 안았다.

프랑스의 대표 일간지 <르몽드>는 <아델의 삶- 1&2>가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것과 관련하여 “‘문화적 예외’(프랑스 문화부가 자국의 문화를 보호하기 위해 정해둔 문화정책안이다.-편집자)는 시네아스트들의 독창성을 유지하도록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라고 한 스필버그의 말을 인용하며 이 수상의 의미를 문화적 차원에서 해석하는 걸 잊지 않았다. “우리는 최근 두번의 황금종려상을 잊을 수 없다. 팀 버튼이 심사위원장이었던 2010년에 수상한 아핏차퐁 위라세타쿤의 영화 <엉클 분미>와 올해 스필버그가 수상한 <아델의 삶-1&2>다. 현재 우리는 미국과 유럽연합이 문화적 법규를 두고 벌이는 긴장감 넘치는 협상기간을 지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스필버그가 용감하게 해낸 ‘문화적 예외’ 보호에 대한 발언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르몽드>)라고 썼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감독상, 여우주연상, 남우주연상

하지만 ‘문화적 예외’를 보장하기 위해 꼭 <아델의 삶-1&2>를 선택했어야만 하는 건 아니므로 이 의견은 다소 아전인수 격으로 들린다. 이 영화의 작품성이 끼친 영향력을 말하는 것이 더 핵심일 것이다. 공개된 직후 이 영화는 프랑스 현지 매체들 사이에서 실제로 뜨거운 반응을 끌어냈다. “형식 면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가 있다면 케시시의 사실적인 실험주의영화 <아델의 삶-1&2>일 것이다. 배우의 얼굴을 클로즈업하는 방식은 마치 감독 잉마르 베리만이나 화가 마네의 영향력 아래서 이 감독이 영화를 찍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인록>)거나 “<아델의 삶-1&2>는 오랫동안 보지 못한 가장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로 만들어졌으며 특히 여배우들의 역할이 돋보였다”(<텔레라마>)는 칭찬이 뒤따르고 있다. 대체로는 받을 만한 작품이 받았으므로 불만이 없다는 분위기다.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인사이드 르윈 데이비스>에 대해서도 같은 분위기가 감지된다. 논란의 여지를 가장 크게 남긴 건 감독상이다. “아마트 에스칼란테는 폭력적인 장면을 사실적으로 보여주었다. 이 사실주의는 폭력성을 고발하는 데 힘을 실어주기보다 그 효과를 반감시키고 있다”(<텔레라마>)는 평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칸 수상작 중 가장 큰 논란을 일으킨 건 감독상을 수상한 멕시코 감독 카를로스 레이가다스의 <포스트 테네브라스 럭스>였다. 칸의 심사위원단은 두해째 멕시코의 문제적 감독에게 연이어 감독상을 안겼고 그 결과 반론의 포화도 피해가지 못했다.

여우주연상과 남우주연상에 대해서도 적잖은 반론이 있다. <누벨 옵제바퇴르>의 기사가 두 가지 양상을 전부 포괄하는 대표적인 의견이다. “<과거>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베레니스 베조는 두 가지 이유로 이 상을 받을 수 있었다고 본다. 첫째, 작품 자체가 심사위원단이 호평한 작품이므로 어떤 의무감이 작용했을 수 있다. 둘째, 여배우들의 열연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 <아델의 삶-1&2>가 황금종려상을 받을 때 감독과 두 여배우의 이름이 함께 호명되었다는 사실이다”라고 쓰고 있다. 여우주연상을 <아델의 삶-1&2>의 두 여배우 아델 에그자르코풀로스와 레아 세이두가 받아야 했지만 작품이 황금종려상을 받아 다른 배우에게 갔다는 뉘앙스다. 그건 어쩌면 그럴 수도 있다. 게다가 지난해 루마니아의 젊은 소녀 배우 두 사람이 공동으로 여우주연상을 가져간 것이 어쩌면 올해 똑같은 방식의 결과를 내놓지 않으려는 심사위원단의 선택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이번 시상식의 진짜 오점은 남우주연상의 브루스 던이다. 그의 연기에 반기를 들 이유는 없지만 <비하인드 더 칸델라브라>에서 게이 커플로 열연한 마이클 더글러스와 맷 데이먼을 선택하지 않은 것은 좀 불쾌할 정도다”라고 <누벨 옵제바퇴르>는 이어서 쓰고 있다. 남우주연상으로 마이클 더글러스와 맷 데이먼이 부각되었던 건 사실이어서 현지에서 브루스 던의 수상은 대체로 올해의 깜짝상으로 여겨지고 있다.

<르몽드>는 그 밖의 작은 수상작들 혹은 수상 불발에 그친 작품들을 거론하며 총평에 나서고 있다. “지아장커의 영화는 각본상보다 더 나은 상을 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에 대해서 사실 몇몇 평론가들은 심사위원상보다는 더 좋은 상을 예측했었다. 특히 소더버그 영화에서 열연한 마이클 더글러스와 맷 데이먼은 남우주연상을 받을 수도 있었다고 본다. 짐 자무시의 영화도 충분히 좋은 상을 받을 만했고 <지미 P>와 <이민자>도 흠잡을 데 없는 연출이었다고 본다.”

문병곤 감독의 <세이프>, 단편부문 황금종려상 수상

한편, 한국영화도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올해 칸 영화제에는 기성 한국 감독들의 장편영화가 없었다. 하지만 신예 감독들이 만든 세편의 단편영화가 있었다. 공식 경쟁 단편부문에 초청된 문병곤 감독의 <세이프>, 공식 경쟁 시네파운데이션 부문(대학 재학생들 작품을 대상으로 하는 경쟁부문)에 초청된 김수진 감독의 <선>, 비평가 주간에 초청된 한은영 감독의 <울게 하소서>다. 이중에서 문병곤 감독의 <세이프>가 단편부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1999년 송일곤 감독의 <소풍>이 같은 부문에서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영화는 불법 게임장 환전소에서 일하는 여직원과 그곳을 드나드는 도박 중독자 사내의 이야기다. 문병곤 감독은 2년 전에도 비평가 주간에 단편 <불멸의 사나이>가 초청된 바 있으며, 당시에도 마지막까지 강력한 대상 수상작으로 점쳐졌던 실력파다.

프랑스의 문화지 <인록>은 올해의 칸영화제를 이렇게 간단하게 정리한다. “2013년 칸에서 자주 거론되었던 테마와 단어는 사회적 폭력, 빈부 대립, 동물 학대, 동성애 등이다. 반대로 그동안 많이 보아왔던 형식과 스타일은 버려지지 않았다”라고. 사회적 주제가 다양하게 등장했지만 형식적으로는 평범한 한해였다는 뜻일 것이다. 그건 어쩌면 모험보다는 안정을 중시하는 칸의 장기적 분위기와도 무관하지 않은 경향일 것이다. 제66회 칸영화제는 올해도 이렇게 역사의 또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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