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에서 열린 성대한 영화축제도 5월26일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올해의 가장 주목할 만한 영화인들이야 명예를 안고 고국으로 돌아갔을 것이다. 그런데 잠깐, 뭔가 좀 허전하다. 절대로 팔레 드 페스티벌의 시상대 위에 서는 일은 없겠으나 아무 언급 없이 떠나보내기엔 너무 아까운, 올해 영화제 화제의 인사들에게 이 상을 안긴다.
마당발상
저스틴 팀버레이크
취재차 칸을 방문한 대부분의 기자들의 하루 일과는 <버라이어티> <스크린> 등이 발행하는 데일리를 챙겨보는 것으로 시작된다. 어느 날 문득 데일리를 읽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대체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안 나오는 책이 어딨지?” 코언 형제의 영화 <인사이드 르윈 데이비스>의 포크 가수로 레드카펫을 밟은 팀버레이크는 올해 칸 마켓에서 주목받은 화제의 신작 프로젝트 중 한편인 <스피닝 골드>의 주연도 겸하고 있다. 경쟁작 기자회견에 참석하랴, 바이어들 대접하랴, <스피닝 골드>의 파티를 주최하랴. 올해의 팀버레이크는 분신술이라도 쓰고 싶은 심정이었을 거다.
깜짝 게스트상
패리스 힐튼
해변의 파티나 레드카펫 위에서라면 모를까. 패리스 힐튼의 이름을 칸 공식 상영작의 엔딩 크레딧에서 보게 될 날이 올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녀는 올해 주목할 만한 시선의 개막작인 소피아 코폴라의 영화 <더 블링 링>의 중요한 조력자로 당당히 칸에 입성했다. 할리우드의 초호화 빌라만 골라서 터는 10대 도둑들의 이야기를 다룬 <더 블링 링>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로, 패리스 힐튼도 실제로 이들에게 집을 털린 당사자였다. 어떤 장면에선 너무 감동받아 눈물을 흘릴 뻔했다는 그녀는 <더 블링 링>의 촬영 장소로 자신의 집을 2주간 빌려준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소피아 코폴라이기 때문에 허락한 거다. 난 그녀가 정말로 재능있는 감독이라고 생각하거든.” 코폴라와 자신이 아름다운 것들을 사랑하며 좋은 집안에서 자라났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그녀…. 여기에 무슨 말을 덧붙이려면 글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이만.
학구파상
니콜 키드먼
칸은 올해의 가장 뜨거운 영화와 새벽녘까지 끝나지 않는 광란의 파티가 공존하는 곳이다. <위대한 개츠비>의 캐리 멀리건, <헝거게임: 캣칭 파이어>의 홍보차 칸을 찾은 제니퍼 로렌스 등의 여배우들이 아름다운 드레스 차림으로 곳곳의 파티에서 발견될 때, 올해의 심사위원으로 영화제를 찾은 니콜 키드먼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나는 디오르 쇼에도 못 갔고, 거의 모든 파티에 못 갔다. (심사위원장)스티븐 스필버그가 얼마나 우리를 볶아대는지! 우리는 아침 7시에 심사위원 미팅을 하고 거의 하루 종일 영화를 봐야 한다. 재밌는 건, 나는 학교 다닐 때도 땡땡이 잘 치는 학생이었다는 거지. 아무튼 다시 학교로 돌아간 느낌이다.” 그렇게 니콜 키드먼은 아름다운 자태로 영화제 기간 내내 극장에 앉아 있어야 했다.
독설왕상
빔 벤더스
<피나> 이후 3D 전문가로 거듭난 빔 벤더스는 올해 영화제의 개막작이자 3D영화인 <위대한 개츠비>를 보고 입이 근질근질해서 참을 수 없었던 모양이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바즈의 영화를 비판하려는 건 아니다. 하지만 3D에 접근하는 우리의 방식은 <위대한 개츠비>와 매우 다를 거다.” 칸 마켓에서 신작 3D영화 <에브리싱 윌 비 파인>의 자금을 모두 조달한 빔 벤더스는 “모든 미국영화와 블록버스터들이 3D라는 형식 자체에만 집중한다”며 “우리에게 훌륭한 3D영화란 당신이 3D로 보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게 만드는 작품”이라는 충고를 남겼다. 모두가 뒤에서 점잖게 소곤대고 있을 때, <위대한 개츠비>와 바즈 루어만을 콕 집어 돌직구를 날린 빔 벤더스에게 올해의 독설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