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스페셜] “비겁했던 과거에서 출발한 영화” - 전주시네마프로젝트 <눈발> 조재민 감독
2016-05-17
글 : 이주현
사진 : 최성열

조재민 감독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시나리오 전공 졸업작품으로 <눈발>의 시나리오를 썼다. 지도 교수인 이창동 감독이 직접 영화 제목을 지어주었다. 이후 명필름영화학교 1기로 입학해 영화를 완성했다. 전주시네마프로젝트로 선정돼 제작 지원까지 받은 조재민 감독의 데뷔작 <눈발>은 고성으로 전학 간 소년과 왕따 소녀의 만남을 통해 사회에 만연한 폭력과 그 폭력을 감내하기엔 너무도 무력한 소년의 모습을 그린다.

-고향인 경남 고성을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를 썼다.

=첫 연출작인 만큼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니라 내가 잘 아는 이야기를 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았지만 서사에 대한 확신의 부족, 자신감의 결여 때문에 내가 경험했고 잘 아는 지역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게 맞겠다 싶었다. 시나리오를 쓰던 당시 지도 교수님인 이창동 감독님 또한 그런 조언을 해주셨다.

-실제 경험이 모티브가 된 건가.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중학교 1학년 때까지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아이가 있었다. 엄청난 소문에 휩싸여 마녀사냥을 당했던 그 친구는 어느 날 마을을 떠났다. 아무도 그녀의 행방을 알 수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나도 그 친구를 괴롭힌 공범이나 마찬가지였다. 비겁했던 어린 시절에 대한 죄책감이 십수년 동안 이어졌다.

-눈이 오지 않는 고장, 단단한 성이라는 뜻을 지닌 고성의 특성이 영화의 서사와 맞물리는 지점이 있다.

=무너지지 않는 동안엔 단단히 가둘 수 있지만 한번 무너지면 또 쉽게 무너져내릴 수 있는 게 단단한 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민식(박진영)과 예주(지우)가 한쪽이 무너진 성벽을 보고 의아해하는 것도 그런 의미를 담고 싶어서였다. 지역적 특색과 이야기가 잘 엮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예주와 민식은 새끼 흑염소를 돌보며 가까워진다.

=어린 시절 친구들이랑 산에서 놀 때 산 중턱에서 돌아다니는 염소들을 한두 마리 마주치곤 했다. 그 기억이 강렬하게 남아 있어 영화에 담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한편 예주의 곁에서 끝까지 함께하는 게 염소다. 염소가 사라지면 예주가 느끼는 공허함이나 공포도 커질 것 같았다.

-민식은 예주의 곁을 끝까지 지켜주지 못한다. 마음이 아픈 결말이었다.

=순간의 주저함 때문에, 두려움 때문에 행동하지 못하고 나중에 후회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게 사랑이 됐든 무엇이 됐든. 민식은 자신에 대한 확신도 부족했고, 두렵기도 하고 무기력하기도 했을 거다. 여러 가지 감정을 용기 있게 드러내지 못한 결과가 영화의 결말인데, 그게 현실적일 거라 생각했다.

-박진영(GOT7의 주니어)과 지우를 캐스팅했다. 배우들과의 작업은 어땠나.

=박진영은 고향이 경남 진해다. 그런데 영화에선 혼자 서울말을 쓴다. 사투리 쓰는 친구들과 연기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사투리가 튀어나와 당황한 적이 있었다. (웃음) 반대로 지우는 서울 친구인데 사투리를 써야 했다. 게다가 영화에서 말을 천천히 더듬더듬 하는데, 예주가 평소에 사람들과 거의 말을 섞지 않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술술 이야기를 잘하는 친구로 캐릭터를 잡고 싶지 않았다. 배우들이 모두 고생이 많았을 것이다.

-차기작 계획은.

=스릴러를 기조로 하는 장르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 사실 <눈발>은 단편을 만들 때도 시도해본 적 없는, 내게는 낯선 스타일의 영화였다. 원래는 누아르, 스릴러 등 장르영화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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