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스페셜] <올드보이> 현장의 에너지를 가득 - <올드 데이즈>의 한선희 감독, 플레인 아카이브 백준오 대표
2016-05-17
글 : 정지혜 (객원기자)
사진 : 박종덕 (객원기자)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2003) 개봉 10주년을 기념해 특별판 블루레이가 제작 중이다. <올드 데이즈>(2016)는 이 블루레이에 수록될 러닝타임 110분의 다큐멘터리다. 연출자와 참여 배우, 스탭들의 코멘터리를 싣는 기존의 블루레이 부가영상 제작방식과는 전혀 다른 접근이다. 다큐멘터리는 박찬욱 감독과 최민식, 오광록 등 배우들과 동행해 영화의 중요 촬영지를 다시 찾았다. 그곳에서 각자의 기억 속 <올드보이>를 다시 불러내 현재의 감회를 전한다. 촬영 당시 찍어둔 현장 영상과 지금까지 단 한번도 세상에 공개된 적 없는 스틸 자료까지 볼 수 있다. <올드보이>만 보고 달렸던 수많은 사람들의 열정을 확인할 수 있다. 영화를 연출한 한선희 감독(오른쪽)과 <올드 데이즈>의 기획 및 블루레이 제작을 맡은 블루레이 전문 제작사 플레인 아카이브의 백준오 대표를 만났다.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블루레이에 넣겠다는 야심찬 기획의 출발이 궁금하다.

=백준오_<올드보이> 개봉 10주년 리마스터링 버전이 출시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다. 판권 계약도 하기 전에 박찬욱 감독님에게 ‘<올드보이>를 블루레이로 제대로 만들어보고 싶다’고 연락드렸다. 감독님이 ‘제발 그랬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문자를 주셨다. 아직도 그 문자를 고이 간직하고 있다. 블루레이를 제작해오면서 늘 갈증이 있었다. 해외영화의 블루레이 제작은 패키지 디자인을 바꾸거나 한국 평론가의 코멘터리를 추가하는 정도에서 크게 다른 시도를 할 수 없다. 그에 반해 한국영화로는 새로운 시도를 해볼 여지가 많다. 박찬욱 감독님의 <올드보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이미 출시된 DVD의 재탕이 아니라 누구도 엄두내지 못했던 메이킹 영상을 만들어보자고 마음먹었다. 2014년 9월쯤 한선희 감독님과 다큐멘터리에 대한 기획안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한선희_<올드보이>는 한국영화사의 고전이 아닌가. 평범한 인터뷰 형식으로 풀고 싶지 않았다. <올드보이>의 촬영지로 감독님과 배우들을 모시고 다시 갔다. 그곳에서 그분들이 어떤 표정을 지을지가 가장 궁금했다. 정정훈 촬영감독, 류성희 미술감독, 송종희 분장감독 등 지금이야 각 분야 최고로 평가받는 분들이지만 당시만 해도 본인들이 영화를 계속해도 되는지 고민하던 시기였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정말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올드보이>에 헌신했던 분들이다. 불안하지만 열정을 갖고 작업했던 그 현장의 에너지를 담아보고 싶었다.

-<올드보이> 촬영 당시 현장 메이킹 필름이 삽입됐다.

=백준오_2004년 발매된 얼티미트 DVD에 수록된 3시간30분 정도의 현장 다이어리다. 또 <올드보이>의 한세준 스틸작가님이 세상에 한번도 내놓은 적 없는 현장 사진 1만4천여컷을 공개해주셨다. 박 감독님, <올드보이>의 프로듀서였던 현 용필름 임승용 대표, 한세준 작가님이 각각 50컷씩 선택해 일일이 코멘트를 달아주셨다. 이 사진들은 양장본 스틸북으로 만들어 블루레이에 넣을 계획이다.

-블루레이 제작에 이토록 공을 들이는 각자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백준오_IPTV 등 부가판권 시장에 비해 블루레이로는 돈을 벌 수 없다는 이유로 블루레이 제작을 기피하는 업계 현실이 안타깝다. 아카이빙, 기록이 얼마나 중요한가. 그런 의미에서도 <올드보이>가 플레인의 대표작이 되도록 책임감을 갖고 만들겠다. 간단한 버전으로 6월 말에 한번 내고, 완전판은 7월 출시가 목표다.

한선희_지금 시대는 모든 게 너무 빠르게 사라진다. 특히 영화는 한번 보고 버리는 소모품처럼 돼버렸다. 블루레이로 만들어 다시 보고 계속 얘기돼야만 문화로서 존재할 수 있다. 그런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작업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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