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스페셜] 부유층의 위선적인 삶 속으로 - 전주시네마프로젝트 <우아한 나체들> 루카스 발렌타 리너 감독
2016-05-17
글 : 송경원
사진 : 최성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주에서 만난다. 데뷔작 <전쟁을 준비하라>(2015)로 제16회 전주국제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했던 루카스 발렌타 리너 감독은 두 번째 장편 <우아한 나체들>로 올해 전주시네마프로젝트에 선정됐다. 전주가 발견하고 전주가 주목하는 그는 아르헨티나와 오스트리아를 오가며 현대인의 부조리한 삶을 대담한 필치로 묘사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전주 방문이다.

=익숙한 곳에 돌아와 반갑고 기쁘다. 다시 불러주어 영광이다. 한국은 남미, 유럽보다 열정이 넘친다. 전주가 특히 그렇다. 기반시설도 인상적이지만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수시로 마련해주는 게 제일 좋다.

-전주시네마프로젝트에 지원하고 뽑힌 과정이 궁금하다.

=동료가 참여한 적이 있어 전주가 이런 프로젝트를 운영 중이란 걸 알고 있었다. 관심을 가지고 있던 차에 출품 의사를 묻는 메일이 왔다. 오스트리아, 남미에서 먼저 펀딩을 받았고 워낙 독특한 소재라 가능할지 반신반의했다. 승인이 나자마자 일정에 맞춰야 했기 때문에 촬영팀을 꾸려 6개월 만에 완성했다. 전주시네마프로젝트가 아니면 2, 3년은 더 걸렸을 것이다. 제작 자체보다 사실 펀딩이 더 어렵고 긴 시간과의 싸움 아닌가. 소중한 기회를 줘서 감사할 따름이다.

-부촌 내부의 나체촌이라는 이색적인 소재를 다룬 영화인데, 관객의 반응은 어떤 것 같나.

=2주 전에 완성했기 때문에 우리도 스크린에서 이번에 처음 보는 상황이다. 관객의 첫인상을 접할 수 있어 좋았다. 진짜 저런 곳이 있냐며 생소하게 느끼는 부분도 있는 것 같았지만 전반적으로는 진지한 고민과 다양한 질문이 나와서 만족스럽다.

-오스트리아 출신인데 아르헨티나에서 첫 장편 작업을 했다. 두 번째 영화도 아르헨티나의 부촌을 배경으로 한다.

=아르헨티나 영화학교를 졸업했기 때문에 함께 작업하는 친구들도 그쪽에 많아 자연스럽게 아르헨티나에서 데뷔했다. 다음 영화는 오스트리아에서 작업해볼 생각이다. 오스트리아도 사회적 갈등이 적지 않고 예술영화들에 대한 펀딩이 꽤 있기 때문에 여건은 나쁘지 않다. 이번 여름을 오스트리아에서 보내며 구체적인 방향을 정할 것 같다.

-데뷔작에 이어 이번에도 사회의 이면을 풍자하는 블랙코미디에 가깝다.

=<전쟁을 준비하라>는 확실히 블랙코미디였고, 이번에는 좀더 공간과 이미지에 집중했다. 주로 장소에서 영감을 받는 편이다. <우아한 나체들>의 부촌은 1년 전에 발견해서 염두에 두고 있었다. 완벽하게 구분된 부유층의 위선적인 삶 속에서 아르헨티나의 현재를 말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실제 나체촌을 촬영했다고 들었다. 섭외가 쉽지 않았을 텐데.

=우리도 촬영하면서 그 폐쇄성에 놀랐다. 이쪽과 저쪽이 완벽하게 분리된, 평행세계처럼 느껴졌다. 누드 촬영 자체에 대한 우려보다는 어떻게 받아들여질지가 궁금했다. 영화의 역사를 뒤져봐도 누드가 어디까지 허용되는지에 대한 레퍼런스가 부족하다. 상업적 성공에 대한 짐은 잠시 내려놓고 새로운 영역을 알아가는 기분으로 도전했다. 위험할 수도 있는 프로젝트에 완벽한 자유를 보장해준 전주국제영화제쪽에 감사를 보낸다.

-원제는 ‘The Decent’(품위 있는)이다. 번역 제목인 <우아한 나체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너무 마음에 든다! GV 때 가장 많이 받은 질문 중 하나다. (웃음) 영화제쪽과 여러 개를 두고 조율 중에 나온 제목인데, 처음 들었을 때 우리쪽 사람들 모두 흥분했다. 주제를 잘 표현해줘 아주 만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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