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스페셜] 사랑이 바스러져가는 풍경 - <러브>(3D) 가스파 노에 감독
2016-05-17
글 : 송경원
사진 : 박종덕 (객원기자)

가스파 노에는 문제적 감독이다. <아이 스탠드 얼론>(1998), <돌이킬 수 없는>(2002) 등 충격을 통해 질문을 던진다는 점에서 그의 작업은 언제나 논란을 몰고 왔다. 그러나 가스파 노에만큼 인간의 욕망을 제대로 직시하고 정념을 표현해내는 감독도 드물다. <러브>(3D)는 제목 그대로 사랑에 집중한다. 적나라한 섹스 장면이 먼저 시선을 사로잡지만 영화가 끝날 무렵엔 환희, 질투, 후회, 집착 등 사랑의 파노라마에 마음을 빼앗길 것이다.

-파격적인 정사 장면이 화제다. 게다가 이번엔 3D로 촬영했다.

=내 생각엔 파격도, 충격도 없다. 오히려 멜랑콜리하고 감성적인 영화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에서 유일한 폭력은 커플이 싸우면서 욕하는 장면이다. 섹스를 포함하여 나머지 장면은 실제 삶의 모습을 그리려 했다. 섹스 장면은 영상으로 재현할 때 유독 작위적으로 묘사되어왔다. 내가 늘 해왔던 대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찍고 싶었고, 이번엔 그 대상이 사랑을 나누는 장면이었을 뿐이다.

-첫 장면부터 섹스로 시작한다는 점 때문에 더 파격으로 느끼는 것 같다.

=<러브>(3D)는 충만함에서 출발해 허기짐으로 가는 이야기다. 이미 사랑하는 두 사람이 만나 사랑을 통해 더 깊은 교감을 나누고, 관계가 식어갈 때 그 공백을 견디지 못하는 과정에 주목했다.

-3D로 기획한 이유는 무엇인가.

=원래는 2D로 만들 생각이었다. 촬영 한달 전 3D 스테레오그래퍼로 일하는 지인을 만났는데 그가 정부의 새로운 기술사용에 대한 보조금 지원 사업에 대해 알려줬다. 다행히 선정되어서 3D에 도전해봤다. 기술적으로 배운 것도 있지만 결과적으론 연출 방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이전 작품과 많은 부분에서 달라졌다. 좀더 정적이고 정밀하게 대상을 그리는 것 같다.

=예전 작품들의 카메라는 말하자면 춤을 줬다. 현란한 움직임에 현혹되는 부분들도 있었을 거다. 이번엔 카메라가 너무 크고 무거웠기 때문에 여느때처럼 카메라를 자유롭게 움직이거나 클로즈업하기 어려웠다. 스타일이 몇 차례 반복되면 좀처럼 바꾸기 힘들지만 한번 벽을 허물고 나니 새로운 것들이 보였다. 물리적인 제약이 도리어 기회를 준 셈이다. <러브>(3D)를 통해 정제된 프레임과 일정한 거리를 통해 멜로디가 만들어지는 걸 체험했다.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처럼!

-섹스와 사랑에 대한 묘사는 보수적인 문화권에서는 낯설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사랑을 해서 섹스를 하는 거나 섹스를 하다보니 사랑이 깊어지거나 사실 크게 다른 것 같지 않다. 그보다는 중독과 집착, 상실감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내 생각에 사랑은 자극에 대한 중독, 관계에 대한 중독이다. 섹스로 인한 뇌의 화학 작용은 감정과 뒤섞여 마약보다 훨씬 강력한 자극을 안긴다. 사랑에 빠졌을 때 가장 좋은 점은 세상의 중심이 된 것 같은 상태가 된다는 점이다.

-의외로 유머러스한 부분은 머피, 훌리오, 가스파, 노에 등 등장인물들의 이름이다.

=내 풀네임이 가스파 훌리오 노에 머피다. 상징적인 해석을 좋아하는 사람은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2015)처럼 내 안에서 4명의 내가 싸우는 것 같은 상황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웃음) 사실 내 이야기는 아니고 주변 친구들의 사연들에서 영감을 얻었다.

-차기작은 어떤 영화인가.

=전주국제영화제가 <러브>(3D)의 마지막 홍보 일정이다. 대개 한 작품이 끝나면 1년 정도는 쉰다. 이제 곧 충전의 시간을 가지면서 천천히 생각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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