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스페셜] 국정원 개혁의 촉매제가 되길 - <자백> 최승호 감독
2016-05-17
글 : 정지혜 (객원기자)
사진 : 최성열

탐사보도 전문 매체 ‘뉴스타파’의 최승호 PD가 다큐멘터리 <자백>을 세상에 내놨다. 대법원의 무죄 판결로 간첩 혐의를 벗게 된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의 유우성씨 사건을 중심으로 무고한 사람들을 간첩으로 조작해온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의 실체를 비판한다. 영화에는 국정원과 한국 사회의 또 다른 기득권인 검찰, 보수 언론과의 검은 커넥션까지도 여실히 드러난다. 최승호 PD가 만든 첫 번째 영화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상과 넷팩상 2관왕을 수상했다. 인터뷰는 수상 소식이 전해지기 전에 진행됐다.

-국정원의 간첩 조작 사건에 주목했다.

=국정원 댓글 사건을 보며 국민의 의사를 조작하는 국정원이라는 기관에 대한 굉장한 문제의식을 느꼈다. 2013년 4월, 유우성씨의 여동생 유가려씨가 국정원에 6개월간 갇혀 있다가 나오자마자 기자회견을 열었다. 오빠가 간첩이라는 자신의 자백 때문에 오빠가 감옥에 들어가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녀가 자신의 자백이 거짓이었다고 말한 것이다. 그 기자회견 기사를 읽자마자 ‘이건 간첩 조작이다’라고 직감했다. 그때부터 이 사건을 파고들었다.

-유가려씨 등 촬영 대상을 섭외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별 문제는 없었다. 이미 간첩이라고 조작돼 있는, 올가미에 딱 걸려 옴짝달싹 못하는 사람들이었다. 언론으로서 취재를 통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했다. 유가려씨는 얼굴을 공개해도 좋다고 할 만큼 오빠를 구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실제로 취재를 해보니 국정원이라는 기관의 어떤 문제들이 보였나.

=어마어마한 권력을 갖고 있는 기관이다. ‘국가 안보’라는 이유를 내세우면 국회, 검찰, 심지어 청와대의 부름에도 응하지 않을 수 있다. 엄청난 권력을 가진 곳에서 그 누구의 질문에도 대답하지 않는다는 건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역사 속에서 사람들에게 그런 공포감을 불러일으켜온 국정원의 실체를 밝히고 싶었다. 그러려면 국정원을 견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영화에서 또 하나의 중심 사건으로 다뤄진 한준식씨 간첩 조작 사건도 아직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국정원의 가혹한 수사가 그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다고 본다. 궁극적으로는 국정원에 대한 국회 차원의 조사가 필요하다. 당시 실제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밝혀야 한다.

-국정원의 조작 행위에 대한 문제 제기는 국정원 문제를 수수방관하거나 동조해온 검찰과 기성 언론에 대한 비판으로도 읽힌다.

=우리 사회를 지배해온 기득권 세력들이 한 묶음이 돼 같이 돌아가고 있다. 보수 언론 중에서도 극우적 성향이 강한 곳의 행태를 보면 기가 막힌다. 사실에 대한 검증도 없이 뻔한 거짓말을 이어간다. 더이상 공영방송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잖나. 일상적인 보도로는 권력의 부패, 기득권 세력간의 유착을 밝히기 어렵다. 한국에서 탐사보도가 그만큼 중요해지고 있다.

-제목을 ‘자백’으로 했다.

=자백은 자기의지와는 상관없이 자기한테 해가 되는 이야기를 한다는 의미의 뉘앙스가 강하다. 우리나라의 모든 간첩 사건은 거의 대부분 자백이 유일한 증거로 채택돼왔다. 간첩 사건을 보도하고 조사하는 곳에서는 ‘자백했다’는 걸 금과옥조로 삼는다. 하지만 정작 그 자백이 이뤄진 과정에 대해서는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자백>을 영화로 만든 이유는 뭔가.

=TV매체는 다수의 시청자를 대상으로 순간적인 파급력을 불러일으킨다. 그에 반해 영화는 영화관에서의 깊이 있는 영화적 체험을 통해 보다 지속적인 관심을 이끌어내는 것 같다.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는 데 적합한 방식이라 생각했다. 궁극적으로는 국정원을 개혁해야 한다. 그 긴 여정에 <자백>이 하나의 촉매제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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